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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 인공지능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김진형

"인공지능은 「목표」이지 「기술」이 아니다"

「기호처리를 통한 인공지능의 완성」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여러가지 새로운 방법론이 각각 하나의 학문영역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너무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9월 15일부터 나흘동안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보사회를 선도하는 기술'이란 주제로 환태평양 인공지능 학술대회가 열린다. 지난 9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제1회 대회에 이어 두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외 5백여명의 인공지능학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복(伏)더위에도 피서조차 못간채 대회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진형교수(43,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를 만났다.


환태평양 인공지능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김진형
 

1백70여편 논문발표

"전세계 인공지능 연구는 미국권 유럽권 동북아권 등 지역별로 3개의 권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아직은 미국세가 강하지만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이 주축이 된 동북아권도 무서운 잠재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이 지역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대회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나고야대회에 1천여명이 참가했던 것에 비해 대회규모는 작지만 발표 논문수는 1백70여편에 달해 내용적으로는 훨씬 풍부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대만 인도 파키스탄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태평양연안국가, 그리고 멀리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그리스 스웨덴 등에서 3백여명의 학자들이 참가를 신청해 세계규모대회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동안 교류가 없었던 중국에서도 과학원 산하 20여명의 전산학자들이 이 대회참가를 위해 방한한다. 북한에도 초청장을 띠웠으나 회신0| 없었다고.

대회는 초청된 과학자들의 연설과 분야별 논문발표 및 토론 크게 두개의 행사로 나누어진다. 초청연설을 할 과학자들 중에는 펄(미국 캘리포니아대, 확률이론) 그리스머(IBM, 전문가시스템) 라다(영국 리버풀대, 멀티미디어) 쿠니(일본 도쿄대, 그래픽정보) 수엔(캐나다 콘코디어대, 문자인식) 오쓰가(도쿄대 첨단연구소장, 대회상임위원장)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대가들도 끼어 있다.

분야별 논문발표와 토론은 자연언어 처리 신경망 인공지능언어 지식표현 컴퓨터비전 전문가시스템 퍼지이론 등 40개 분과로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다.

「다루는 문제」를 중시하는 새 흐름

"현재 인공지능이란 학문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기호처리 신경망 퍼지 등 인공지능에 이르는 여러가지 방법론이 제시되었지만 초창기 인공지능 학자들이 장담하던 '기계인간'의 완성에는 이르지 못했고 또 이러한 가능성 조차도 단기간에는 힘들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몇년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란 한울타리 안에서 연구를 같이 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방법론이 옳다며 제각기 하나의 학문을 이루고 있는 추세입니다."

5년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하나의 전공분야로 통했는데 이제는 '뉴로'니 '퍼지'니 하는 식으로 더 세분화된 요소들로 학회나 연구회를 구성 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기회보다 세분화된 전공자들끼리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더 많아졌다는 것.

2년전 나고야대회만 해도 기호처리가 인공지능의 방법론으로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고 간간이 신경망이나 퍼지 이론이 소개되곤 했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주로 가전분야에서 뉴로, 퍼지선풍이 불어 이들이 일반인들에게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인식되어버렸다.

학자들 중에 "기호처리는 한물간 이론이다. 무조건 신경망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70년대 신경망 이론을 공격해 이 이론을 시들게 했던 민스키(MIT 교수)조차도 "인공지능의 하부구조는 신경망, 상부 구조는 기호처리로 하는 것이 옳다"고 견해를 바꿀 정도다.
그렇지만 김교수는 "이러한 흐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인공지능은 '목표'이지 '기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현재 유행하는 신경망 이론도 대상이 간단한 경우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문제가 조금만 복잡해지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이론으로 변한다. 따라서 하나의 방법론으로 인공지능을 완성하려는 것은 금방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방법론' 보다 '다루는 문제'를 더 중시하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한다. 어떤 방법론이 옳으냐 하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계에 지능을 불어넣어 하려는 것이 무엇이냐"가 여기서는 핵심이다. 이러한 흐름으로는 문자인식 음성인식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등이 있다.
아무튼 이번 대회를 통해 이러한 '혼란기'를 풀어갈 새로운 묘책이 도출되기를 그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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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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