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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신무기 무회전 슛

비밀은 축구공 뒤에 숨은 공기 소용돌이

지난 3월 4일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리옹과의 경기에서 프리킥을 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올 시즌 강력한 무회전 슛 덕분에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새로운 축구영웅이 탄생했다. 박지성 선수가 속해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 얘기다.

현란한 발재간으로 유명한 호날두는 팀이 프리미어리그 10번째 우승을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측면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34경기를 뛰어 31골을 기록하며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각종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지난 시즌에서 17골로 아깝게 득점왕을 놓쳤던 호날두가 이번 시즌 거의 2배에 이르는 골을 넣을 수 있었던 데는 새로 장착한 신무기 ‘무회전 슛’의 공이 크다.

무회전 킥은 공의 무늬가 뚜렷이 보일 정도로 회전 없이 날아가도록 차는 것이 특징이다. 호날두는 볼이 날아가는 방향과 일직선을 이루는 곳에서 4~5 걸음을 걷다가 볼의 약간 밑 부분을 강하게 찬다. 공이 발에 맞는 순간 발을 살짝 틀어 공이 최대한 적게 회전하도록 한다.

빠르게 날아가던 공은 골키퍼 앞에서 마치 ‘탱탱볼’처럼 불규칙한 궤적을 그린다. 골키퍼는 공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공이 네트를 가르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기 일쑤다.

지난 1월 30일 포츠머스와 펼친 경기에서 호날두가 선보인 무회전 프리킥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호날두가 아크서클 5m 밖에서 날린 무회전 슛은 수비벽을 넘자 미묘하게 흔들리며 진행방향이 바뀌더니 뚝 떨어지며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슛은 지난 5월 14일 영국 스포츠 전문채널인 스카이스포츠가 실시한 ‘시즌 최고의 골’을 가리는 투표에서 37.4%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호날두의 무회전 슛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카나리아 제도의 화산섬(A)에 구름이 통과하며 나타난‘카르만의 소용돌이’(B).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인 난류가 원인이다.


UFO 슛 vs. 무회전 슛

축구에서 무회전 슛이 등장하기 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프리킥 슛은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1997년 6월 프랑스전서 쏜 ‘UFO 슛’이었다. 골대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서 왼발로 강하게 감아 찬 공은 수비벽을 한참 빗겨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안쪽으로 휘더니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명 ‘바나나킥’이라고 부르는 UFO 슛은 공에 강한 회전을 걸어 찬다. 회전하는 공은 공의 양쪽에 닿는 공기 흐름에 영향을 줘 압력에 차이가 생기게 한다. 공기의 흐름이 회전방향과 같은 쪽에서는 공기의 속력이 빨라져 압력이 감소하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압력이 증가한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르면 공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흐를 때’ 빨리 흐르는 쪽이 느린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아진다. 따라서 압력이 낮은 쪽으로 힘이 작용해 축구공이 휘게 된다. 이 효과를 ‘마그누스 효과’라고 부른다.

UFO 슛은 공이 휘는 정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수비벽을 피해 슛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의 궤적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노련한 골키퍼라면 미리 방향을 잡고 대처할 수 있다.
 

회전이 거의 없는 공 주변을 흐르는 공기는 공 뒤편에‘카르만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이 소용돌이 때문에 공은 춤을 추듯 흔들린다.


소용돌이 ‘내 맘 나도 몰라’

무회전 슛의 강점은 공의 진행방향을 골키퍼는 물론 공을 찬 사람조차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회전 슛도 UFO 슛과 마찬가지로 공기의 압력차 때문에 생기지만, 여기에는 공기의 흐름이 흐트러지면서 생긴 소용돌이인 난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난류란 무얼까? 흐트러짐 없이 일정하게 차분히 흐르는 공기를 층류(層流)라고 하고, 층류가 장애물을 만나 불규칙하게 섞여 흐르는 공기를 난류(亂流)라고 한다. 바람이 없는 날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관찰해보자. 연기가 처음에는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흐트러지며 퍼진다. 처음에 흐트러짐 없이 일정하게 흐르는 상태가 층류고, 나중에 어지럽게 흐트러진 공기가 난류다.

난류 속에서는 이따금씩 소용돌이가 생기기도 한다. 이 소용돌이는 불규칙하고 언제 어떻게 생기는지 예측 불가능하며 그 힘의 세기 또한 매우 크다. 난류가 심한 지역에서는 비행기가 날다가 날개가 부러지기도 한다.

강이나 호수에서 배를 탈 때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배가 천천히 움직일 때는 주변의 물이 배를 감싸듯이 흘러 큰 물살이 생기지 않지만, 배가 빠른 속도로 나가면 뱃머리 부분에 물살이 쌓이면서 꼬리 쪽에 소용돌이가 생긴다. 또 커다란 산이 구름의 흐름을 가로막는 경우에도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의 화산섬(3718m)에는 이따금씩 구름이 통과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 길을 만든다.

이 소용돌이를 연구한 헝가리의 물리학자 테오도르 카르만의 이름을 따 ‘카르만의 소용돌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넓은 바다를 메운 구름이 산봉우리를 휘감아 흘러가다가 난류가 발생해 나타난다. 산봉우리 뒤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소용돌이는 무회전 공 뒤편에도 똑같이 존재한다. 회전 없이 날아가는 공의 앞부분에 쌓인 공기는 매끄러운 표면을 따라 이동하다가 갑자기 흐름이 흐트러지면서 소용돌이를 발생시킨다. 공의 뒤쪽에 생기는 소용돌이는 순간적으로 낮은 압력 상태를 만들어 공을 당긴다. 이때 소용돌이가 생기는 과정은 불규칙해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은 춤을 추듯 흔들린다. 무회전 공은 그 뒤편에 소용돌이 꼬리를 달고 날아가는 셈이다.
 

강하게 회전하는 공은 공기의 흐름에 영향을 줘 공 양쪽에 압력의 차이가 나타난다. 압력이 낮은 쪽으로 힘을 받은 공은 진행방향이 크게 꺾인다. 이를 ‘마그누스’효과라 한다.


야구의 ‘너클볼’은 나비 던지기?

무회전 슛이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공이 날아가다가 공기와의 마찰로 속력이 줄어드는 순간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공이 축구 골대 근처에 도달할 때쯤이면 무회전 공의 소용돌이는 더욱 세차게 꼬리를 흔들어 골키퍼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런 현상은 야구에도 있다. ‘너클볼’이라고 불리는 무회전 야구공도 역시 타자에 다가갈수록 소용돌이의 위력이 커진다. 특히 야구공 표면에 있는 실밥은 소용돌이가 생기는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쳐 투수조차 공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는 너클볼에 대해 ‘10m 밖에 있는 우체통 투입구에 살아있는 나비를 던져 집어넣는 일’이라거나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와 호흡을 맞추는 포수는 공을 받는게 아니라 막는 것’이라는 얘기가 떠돈다.

야구에서는 이런 불규칙한 공을 구사하는 투수가 경기를 즐기는데 재미를 주지만, 스포츠가운데에서는 이런 소용돌이를 일부러 줄이는 경우도 있다. 골프가 대표적이다. 골프공은 표면에 만들어놓은 작은 돌기나 보조개 모양으로 파인 홈(딤플)이 특징이다. 이 작은 딤플들은 골프공 주변을 돌아가는 공기에 미세한 소용돌이를 일으켜 큰 소용돌이가 생기는 일을 막는다. 그러면 소용돌이 효과가 줄어 골프공이 곧게 날아간다.

바람이나 물 같은 유체에서 나타나는 난류의 문제는 현대 과학의 난제 가운데 하나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이나 무회전 슛의 움직임에 숨어있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축구 경기를 보는 재미는 반감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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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유재준 교수
  •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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