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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성인 된 V3

토종 컴퓨터 백신의 20년 도전기

V3의 미니홈피


이름 _ V3. V는 백신[Vaccine]의 머리글자.
성별 _ 중성
생년월일 _ 1988년 6월 1일. '호돌이'와 동갑.
집주소 _ www.ahnlab.com
특기 _ 컴퓨터 바이러스 잡고 악성코드 제거하기.
존경하는 인물 _ 안철수
 

1988 WED 06. 01
세상의 빛을 보다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 의대 박사과정에 다니던 학생 안철수가 나를 만들었다. 그는 나의 탄생 스토리를 이렇게 기억했다.

“요즘 브레인 바이러스가 말썽이다. 집에 와서 내 컴퓨터를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디스켓 2장에 이 녀석이 들어있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브레인 바이러스를 분석했다. 평소 기계어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치료했다. 그런데 며칠 뒤 후배가 찾아와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못살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후배에게 컴퓨터 용어를 사용해 치료법을 여러 번 설명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내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치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룻밤을 꼬박 새워 프로그램을 만들고 ‘백신’(Vacci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PC 통신도 대중적이지 않았던 시기라 컴퓨터 전문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백신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그때부터 사용자가 바이러스 샘플을 잡지사에 맡기면 내가 가져와 백신을 개발한 뒤 다시 잡지사에 가져다주는 일이 반복됐다.”

1995 WED 10. 25
한글 윈도95에 V3+ 공급

 

V3+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글 윈도95에 탑재됐다.


지난 3월 나는 안철수연구소를 통해 컴퓨터 바이러스에게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7월에는 셰어웨어 형태인 V3+로 나를 업그레이드했다. 내 실력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부쩍 늘었지만 요즘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바이러스 녀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걱정을 훌훌 털어버릴 만큼 기분 좋은 날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한글 윈도 95를 발표했는데, 나를 윈도95에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기로 했다. 쟁쟁한 외국 백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내가 선택된 데는 무엇보다도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준 팬들의 공이 크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나, V3의 변신은 계속된다. 기대하시라~!

1999 MON 04. 26
CIH 대란 물리치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바쁜 날이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얕볼 일이 아님을 모두들 절감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일명 ‘체르노빌’로 불리는 CIH 바이러스 때문에 먹통이 된 PC만 30만 대다. 이 녀석은 기본입출력시스템과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모두 파괴한다. 당황한 사용자들이 다급히 나를 찾았다.

뿌듯한 마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결국 바이러스에 당하고 나서야 다들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이다. ‘백신=무료’라는 공식을 당연한 듯 여기며 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비용마저 외면하다가 이제야 제값 내고 제대로 된 백신 처방을 받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분위기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CIH 바이러스는 매년 4월 26일이면 깨어난다. 나를 구동시키는 워프엔진은 특정위치검사법과 특징분류검사법 같은 독특한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낸다. 엔진 기술에서는 내가 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다들 컴퓨터에 나를 깔고 나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라.

2003 TUE 04. 08
세계 최초 휴대전화 백신 개발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바이러스 녀석들이 이제 컴퓨터에서 나와 휴대전화, PDA 같은 전자기기에까지 돌아다닌다. 저장된 메시지가 사라지고 전원이 갑자기 꺼지면 휴대전화 바이러스의 만행을 의심해보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내 성격 때문에 오늘 나는 ‘V3모바일’이라는 분신을 탄생시켰다. 세계 최초다. IT강국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전자기기의 발전 뿐 아니라 나 같은 보안기술도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V3모바일은 일반 컴퓨터 백신처럼 바이러스를 수동으로 검사할 수 있고, 실행파일이나 다운로드 파일을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다. 앞으로 V3모바일이 ‘엄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기대한다.

2006 MON 07. 03
웜, 트로이목마, 스파이웨어도 잡아


내가 컴퓨터 바이러스만 잡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처음에 바이러스 치료제로 알려져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오늘 공식 발표 이후로는 이런 오해가 사라지길 바란다. 나는 ‘V3 IS 2007 플래티넘’으로 재탄생해 컴퓨터에 감염된 바이러스뿐 아니라 트로이목마, 스파이웨어 같은 악성코드도 잡는다. 보안의 3대 기능이 뭔가. 안티바이러스, 안티스파이웨어, PC방화벽 기능이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대표 백신으로서 이 정도 실력은 갖춰야 경쟁력 있다.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스팸, 피싱 같은 최신 보안 이슈도 전방위로 해결할 수 있다.

2008 SUN 06. 01
스무 살 성인 되다


벌써 스무 살인가. 감회가 새롭다. 20년 동안 내가 세운 기록에 스스로도 놀랄 뿐이다. 그 동안 내가 벌어들인 돈은 약 2800억 원이다. 나의 최신 버전인 ‘V3 IS 2007 플래티넘’을 약 4300만 개 팔아야 이 금액이 된다. 이를 쌓으면 1292km. 여의도 63빌딩(249m)의 5190배, 에베레스트(8848m)의 146배 높이와 맞먹는다. 친구도 많이 생겼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중 일본과 중국에는 팬이 무척 많다. 물론 한국에서도 내 인기는 여전히 최고다. 성인이 된 나를 축하하고 응원해준 모든 사람에게 앞으로도 쭉~ 철통같은 보안기술로 보답하겠다.

V3 아버지에서 KAIST 교수로 변신한 안철수
 

V3 아버지에서 KAIST 교수로 변신한 안철수


2005년 3월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안철수 의장이 공부를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지난 5월 7일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안철수 의장에게 V3 20돌을 맞은 소감을 물었다. 그는 “기쁘고 좋다”면서도 “V3가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이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은 10% 정도다. 따라서 10년 동안 버틸 확률은 1%일 테고, 벤처의 생존확률을 일반 기업의 10분의 1로 본다면 0.1%도 안되는 확률을 뚫어야 10년을 버틸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철수연구소를 지탱한 원동력인 V3가 2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 의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일 법도 하다.

이날 안철수 의장은 ‘깜짝 발표’를 했다. 그가 안철수연구소를 떠나 오는 2학기부터 KAIST 비즈니스 이코노믹스 프로그램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만난다는 것. 그는 학부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칠 예정이다. 안철수연구소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겸하지만 비상근직이다. 그가 건넨 명함에도 ‘KAIST 정문술 석좌교수’가 찍혀 있다.

보안전문가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이유가 뭘까. 그는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위험을 기피하는 젊은이에게 기업가 정신, 창업가 정신을 알려주고 자신의 기질을 깨닫게 해주겠다”고 밝혔다. 젊은이의 가치관이 무너지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이 그를 강단에 서도록 한 셈이다.

그는 문과와 이과가 인위적으로 나뉜 한국의 교육 제도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가 학생 신분으로 외국 대학에 다니며 가장 부러웠던 점 중 하나는 공대가 대학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것. 반면 국내에서는 공대가 의대나 경영대, 법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 연구를 주도하는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우수했던 인재가 이후 더 이상 성장을 못 하는 이유는 수학을 잘하면 이과, 영어를 잘하면 문과로 가는 식의 이분법적인 교육 구조 때문”이라며 “이것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부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금 이 시각에도 20대 ‘스타 창업자’들이 ‘비즈니스위크’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안 의장은 “젊은이들에게 내 지식과 경험을 나눠줘 그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며 교수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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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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