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이 0.9mm인 흰 구슬과 0.3mm인 검은 구슬이 섞여 있을 때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은? 돋보기를 대고 하나하나 골라낼 인내력의 소유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독일 오토-폰-구에리케대 물리학자들은 작은 필통처럼 생긴 통 안에 구슬더미를 넣고 닭꼬치를 돌리듯 회전시키면 구슬이 크기별로 분리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물리학 전문지인‘피지컬 리뷰 레터스’2월 22일자에 발표했다.
모래나 낟알, 콩 같이 구형에 가까운 작은 고체를 과립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납작하고 길쭉한 통속에 밀도는 같으면서 크기가 다른 구슬을 넣고 돌릴 때 생기는 패턴을 관찰했다.
구슬 부피가 통 부피의 60% 미만일 때는 통이 돌아가면서 좁은 간격으로 얇은 흰 띠와 검은 띠가 생겼다. 회전이 계속되면 띠가 두꺼워지면서 간격이 넓어졌다. 1만 5000번을 돌리자 거의 구슬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 구슬 부피가 60%를 넘자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초기에는 검은 띠가 주위를 두르다가 점차 굴곡이 심해지고 마침내 끊어져 콩깍지 속에 콩알이 들어있는 모양이 됐다. 연구자들은“과립이 어느 이상 채워지면 대류를 일으켜 이런 패턴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자연계에 존재하는 과립의 동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