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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로 기후변화 감지한다

미크로네시아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


산호초로 기후변화 감지한다


우리나라에 산호는 있지만 산호초는 없다?

산호는 열대해역은 물론 북극해와 수심 3000m의 심해까지 분포하지만 산호초가 만들어지는 지역은 남·북위 20도 주변의 열대해역에 국한된다. 산호는 딱딱한 석회질 골격 속에 말미잘처럼 생긴 폴립을 감추고 있다. 폴립 속 작은 촉수로 먹이를 잡아먹는데, 폴립이 모여 나뭇가지나 버섯, 탁자 모양의 산호초 군락을 형성한다.

전세계적으로 산호초를 만드는 돌산호는 70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뼈대 없이 물렁물렁한 폴립만으로 이뤄진 산호도 있는데, 우리나라 제주도 연안에서 볼 수 있는 연산호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는 산호가 서식하지만 엄밀히 말해 산호초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2006년 10월 국제산호초기구(ICRI)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지난 1월 말 제주도와 미크로네시아의 산호 분포를 연구한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제산호초기구는 지구온난화와 해양오염의 위협에 직면한 전세계의 산호초를 보호하고 조사하는 단체다.

그런데 눈 씻고 봐도 산호초를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산호초를 연구할 수 있었을까. 바로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에 있는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이하 해양연구센터) 덕분이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은 크게 4개의 주로 구성된 섬나라다. 추크 주에 위치한 해양연구센터는 한국해양연구원과 추크 주 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과학기지로 지난 2000년 문을 열었다.

지구온난화 브레이크 페달

“산호는 바다생물이 모여 사는 도시입니다. 지난 3억 5000만 년 동안 산호초는 해양생물의 은신처이자 산란지였죠. 산호초 주위에는 어류 약 4000종, 무척추동물과 조류 약 3만 종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갈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습니다.”

해양연구센터 박흥식 센터장의 말이다. 아마존의 열대우림 마냥 무성하게 우거진 산호초는 전세계 해양 생물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안락한 보금자리다. 산호초 부근에서 그물을 던지기만 하면 흐뭇한 만선(滿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 실제로 세계인이 즐겨 먹는 물고기의 20~25%는 산호초 주변에서 잡힌다.

해양연구센터가 위치한 미크로네시아 추크 주의 섬들은 평균 수십km 두께의 산호초에 둘러싸여있다. 남태평양은 연중 수온이 20~30℃로 따뜻해 해양생물을 쑥쑥 길러낸다. 한국의 과학자들은 해양연구센터에 머물며 고국에서 보지 못했던 형형색색의 산호초를 조사하고 희귀한 해양생물을 시료로 채집해 신약 개발의 토대를 다진다.

최근 산호초가 지구온난화를 늦춰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세계적 관심이 열대 바다로 쏠리고 있다. 산호에 붙어 공생하는 미세 조류는 열대우림보다 ‘힘’이 세다. 적어도 광합성 능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 말이다. 조류는 열대의 뜨거운 햇빛을 흡수해 광합성을 하고 산소와 영양분을 생산한다. 이때 바닷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산호초 단위면적당 광합성 능력은 아마존의 열대우림보다 더 뛰어나다.

1991년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지구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면적 가운데 60만km2를 차지하는 산호초는 사람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0%를 흡수한다. 산호초의 단단한 껍데기는 주성분이 탄산칼슘으로 폴립이 바다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만든다.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도 숨은 공로자인 산호초 덕분이다.

현재 한국의 해양연구센터는 산호 추출물로 항암제와 비만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산호초의 칼슘이 해마다 얼마나 축적됐는지 분석해 산호초가 만들어진 당시의 기온과 환경조건을 복원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나무의 나이테와 마찬가지로 산호는 과거 기후의 역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산호초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수온 변화에 민감해 기후 변화의 최대 희생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온이 1~2℃만 올라가도 산호초의 조류가 빠져나가며 색깔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난다. 박 센터장은 “미크로네시아 해양연구센터에서 산호초를 조사하고 분석하면 전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감시하고 대비할 수 있다”며 열대 해양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역만리 떨어진 남태평양 해양연구센터를 수시로 찾는 과학자들의 열정 덕분에 산호초가 없는 한국이 산호초 연구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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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김상민
  • 신방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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