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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에게 '맞춤형 가옥'을 지어줍니다

김잔디 수산연구원


수산연구원 김잔디


“바다의 생물을 연구한다며 실험실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이하 남해수산연구소) 자원관리조성팀 김잔디 연구원의 일터는 바다다. 그는 1년의 절반은 1.5톤도 안 되는 작은 어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다. 바다에 인공어초를 설치하기 전 그곳에 사는 생물의 종류와 서식 환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인공어초는 해조류가 붙어살거나 물고기가 숨을 수 있는 구조물이다. 다양한 생물종이 살 수 있는 수중 환경을 만들어 멸치나 명태, 뽈락 같은 수산자원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생물의 종류와 서식환경을 미리 알아야 그에 맞는 인공어초를 설치할 수 있다.

자기 땅이 있는 농부처럼 어부도 자신의 바다가 있다. 이들은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자기 수역에 인공어초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인공어초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먼저 조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급 어종인 뽈락은 해초 사이에 산다. 하지만 조류가 빠른 해역에서는 인공어초에 해초가 붙어살 수 없어 인공어초를 넣어도 뽈락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 김 연구원은 “아무리 그물을 던져도 단 한 마리의 뽈락도 발견되지 않는 해역이라면 뽈락을 위한 인공어초는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9년 여수대(현 전남대 여수캠퍼스) 수산생명과학부에 입학한 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매년 해양실습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실험용 물고기를 직접 잡았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석사 과정을 이수할 때는 아예 바다 속에서 물고기가 사는 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스킨스쿠버 어드밴스 다이버(Advance Diver) 자격증도 취득했다.

과학자 이전에 ‘뱃사람’ 돼야


물고기에게 '맞춤형 가옥'을 지어줍니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는 자신의 석사 논문 주제인 ‘해양생물 냉동보존기술’이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2005년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 인턴프로그램을 활용해 물고기 먹이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씨엔텍’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WIST 인턴프로그램은 이공계 학ㆍ석ㆍ박사 학위를 가진 여성과학자를 중소기업이나 벤처회사와 연결해 취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김 연구원은 씨엔텍에서 물고기 먹이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플랑크톤이나 물고기 알을 냉동시키는 기술을 연구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하던 연구를 회사에서도 계속할 수 있었다”며 “인턴 기간 동안 박사 논문을 쓰는 데 필요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즉시 냉동시키려면 바다로 가야 함은 당연한 일. 씨엔텍에서는 대학원을 다닐 때보다 더 자주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은 지금 남해수산연구소에서 일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연구소에서 ‘뱃사람’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뱃사람들은 배에 여자를 태우면 안 된다는 징크스가 있어요. 서로 불편하기 때문일까요? 작은 고깃배에는 화장실이나 선실이 없거든요. 하지만 저는 인턴 생활 때부터 여자 화장실이 없어도 알아서 생리 현상을 해결했고, 추울 때는 작은 창고에 웅크리고 들어가 피할 정도로 배에 익숙했죠. 수산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라면 당연히 뱃사람이 돼야죠.”

아무리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라지만 겨울이 되면 추운 바다에서 일하기 힘들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도리어 “물고기가 사는 바다는 온도가 올라가서 걱정”이란다. 종종 적조 현상이 일어나 물고기의 안식처인 해조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바다를 누비며 해조류와 물고기가 자리 잡고 살 수 있는 터전을 찾아다닌다. 앞으로 분양할 인공어초 아파트에 물고기 입주자가 가득 차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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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여수=현진
  • 여수=전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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