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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친 답은 틀린다, 주관식 문제는 마지막에 풀어라

시험불안을 다스리는 비법 4가지

지난 9월 23일 MBC는 ‘공부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프로그램에는 대학연합 학습사이트 ‘공신’의 대표이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인 강성태 씨가 출연해 효과적인 공부법을 공개했다. 강 씨는 고등학생인 이존석 군에게 “시험을 볼 때 아는 것은 절대로 틀리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가 달랐다. 이 군은 시험에서 실수로 여러 문제를 틀렸다. 반드시 문제를 맞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이 군은 시험불안 때문에 나쁜 성적을 얻었다.
 

시험 때마다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 하다. 문제는 시험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는 가다



남학생은 응원, 여학생은 꼼꼼한 준비 필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일이 코앞에 닥쳤다. 낯선 곳에서 낯선 문제를 풀어야 하니 더 낯설고 어려워 보인다. 문제를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듣기 평가에서 성우의 목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전체 내용을 놓쳐 버린다. 혹시 자신만 다른 사람보다 문제를 힘들게 푸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재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밀려든다. 시험 직전 여러분의 모습은 아닌가.

불안을 느끼면 뇌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때 몸은 각성 상태가 돼 상황에 맞는 행동을 준비한다. 즉 불안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시험성적에 대한 불안감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험불안이 심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5년부터 중학교 150곳 1학년 학생 69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험불안이 큰 학생일수록 학업성적이 낮았다.

사실 시험불안은 당연한 감정이다. 미국 캐롤라이나대 교육학과 그레고리 씨젝 교수는 2006년에 발간한 저서 ‘아주 부담스러운 상황에서의 시험불안’에서 “시험불안은 수많은 종류의 불안 가운데 한가지일 뿐”이라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 때 불안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젝 교수에 따르면 시험을 볼 때 다음 네 가지 증상이 있다면 시험불안일 가능성이 있다. 첫째,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머리가 아프다. 둘째, 갑자기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며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한다. 셋째, 안절부절 못하고 뭔가를 만지작거리거나 물건을 망가뜨린다. 넷째, 머릿속이 텅 빈 듯 멍해지거나 집중하기 힘들다.

독일 마르틴루터대 교육심리학과 조아킴 스토버 교수는 2004년 대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시험불안에 대해 설문조사했다(총점 120점). 총점이 높을수록 시험불안의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남학생은 시험불안 점수가 평균 64.5점이었고, 여학생은 그보다 높은 75점을 기록해 남학생보다 시험불안을 더 크게 느꼈다.

또한 응답 내용을 분석한 결과 남학생은 불안을 없애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응원이 필요하고, 여학생은 시험 전에 공부를 착실히 하고 시험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을 꼼꼼히 들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교사나 가족이 남학생에게 시험 전에 시험 못 보면 재수를 하겠느냐는 식으로 시험 결과를 운운하면 치명타를 입히는 셈이다. 대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말을 해야 한다. 여학생은 시험장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미리 자세히 설명해주고, 그동안 충분히 준비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는 방법이 도움된다.
 

여학생은 시험 전 공부를 꼼꼼히 하고 시험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시험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시험 잘 보는 비법

미국의 유수 명문대의 학습연구소들과 국내 전문가들은 시험불안 증상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러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네 가지를 뽑았다.

첫째, 한번 쓴 답은 고치면 틀린다. ‘직감’을 핑계로 시험 종료 직전 답을 고칠 때가 있다. 그리고 답을 고쳐서 점수를 올릴 때가 까먹었을 때보다 많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경험을 더 잘 기억하는 ‘현저성 효과’(salience bias) 때문에 생기는 편견일 뿐이다. 자신의 점수는 답을 고친 몇 개만이 아니라 여기에 고치지 않은 답을 합산해 나온 결과다. 자신의 답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불확실해 보인다. 급기야 불안해져 우왕좌왕하다가 뻔한 정답도 틀린 답으로 고칠 확률이 커진다. 시험은 도박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실력대로 답을 맞히는 것임을 잊지 말자.

둘째, 노래를 부르거나 좋아하는 멜로디를 떠올려라.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다니엘 레비틴 교수는 2006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 ‘음악을 들을 때의 뇌’에서 “리듬과 음조는 기쁨과 관련된 뇌 중추를 자극해 불안을 줄인다”고 주장했다. 평상시에도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거나 어두컴컴한 거리를 지나갈 때 노래를 불러 불안감을 달래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활용해볼 만하다. 시험문제를 읽을 때 머릿속이 하얗게 돼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땐 시험지를 더 붙들고 있어 봤자 불안해지기만 한다. 그땐 잠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음악을 떠올려 보자. 음악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힘, 즉 기쁨이 불안을 몰아내 안정을 되찾게 도와준다.

셋째, 주관식 문제와 어려운 문제는 나중에 풀어라. 만약 풀기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면 그 문제는 그대로 놔두고, 다른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주관식 문제나 어려운 문제부터 확실히 푼 뒤 객관식을 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능에서는 금물이다. 문제를 못 풀면 다른 쉬운 객관식 문제를 풀 때 더 불안해져 시험을 망칠 수 있다. 만약 불안감이 커진다면 속으로 ‘이제 그만!’이라고 강하게 외쳐야 한다. 긍정은 긍정을 낳는 법.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긍정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다.

넷째,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미국 캔자스대 심리학과 타마라 미킨스키 교수는 “축구 선수는 훈련할 때 실제로 경기를 어떻게 이끌지 상상하는데, 이것이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몸을 움직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험생도 평소 공부를 할 때 시험장의 상황을 떠올려 친숙해지면 실전에 임했을 때 덜 당황한다. 단 나쁜 결과가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며 시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신이 시험장에서 할 일을 떠올려야 한다. 시험 직전까지 무언가를 머릿속에 우겨넣는 것보단 여유 있게 눈을 감고 심호흡하면서 기출 문제를 머릿속으로 다시 정리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실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훨씬 여유롭게 시험을 볼 수 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지금까지 말한 전략들을 다 합쳐 이렇게 해보자. 심호흡을 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을 잠시 떠올리며 머리를 가볍게 하자. 그리고 ‘나에게 힘들면 다른 사람에게도 힘들다. 나는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문제의 지문을 천천히 읽자. 그렇게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 자신이 연습한 페이스에 맞게 문제를 풀자.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수험생 파이팅!
 

좋아하는 멜로디를 Mp3플레이어에 저장해놓고 시험 전에 들으면 도움이 된다. 음악은 기쁨과 관련된 뇌 중추를 자극해 시험불안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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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임혜경
  • 이남석 교양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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