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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코 줄게, 새 코 다오

알레르기 비염 한방에 날릴 소청룡탕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콧물을 달고 살거나 늘 코가 꽉 막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코가 불편하면 집중이 안 되고 두통이 생기기 쉽다. 특히 봄철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얼마나 불편하면 새 코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런 경우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런데 비염 증상을 치료하는 양약을 먹으면 졸린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만약 이런 부작용이 심해져 양약 복용이 곤란하다면 한방치료를 권한다. 알레르기 비염에 효과적인 한약 처방이 있기 때문이다.

한증과 열증이 번갈아

알레르기 비염은 본래 현대의학의 병명이다. 한의학에서는 비체(鼻), 비구(鼻) 등으로 불러왔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같은 질병을 놓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더욱 큰 차이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증상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 차가운 자극 뒤에 콧물이 물같이 묽게 나오는 경우가 풍한증(風寒證), 따뜻한 자극 뒤에 콧물이 누렇고 진하게 나오는 경우가 풍열증(風熱證)이다. 콧물의 변화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정통적인 한방치료에서는 코 증상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증상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 만성적인 비염은 폐나 비장, 위의 기가 허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일년 내내 코가 불편한 사람들은 폐와 관계있는 감기가 자주 들고 피부가 좋지 못하며,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인삼으로 폐와 비위의 기운을 보충하는 처방을 쓴다.

그런데 요즘 한방치료에 새로운 접근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한열(寒熱)이 서로 얽혀 있으며, 염증이 일어날 때 한증(寒證)과 열증(熱證)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실제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를 간단히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에는 진한 콧물이 나왔다가 한낮에는 묽은 콧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새로운 접근법에서는 시간에 따라 한증과 열증이 번갈아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증과 열증을 질병 변화의 연속과정으로 파악해 한증과 열증을 같이 치료하는 처방이 더욱 효과적이었다는 보고도 있다.

코에 관련된 증상에 사용하는 한약의 약리효과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생약학적 지식을 응용해 한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생겼다. 예를 들어 열의 증상을 치료할 때는 차가운 성질을 가진 한약재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되도록이면 항알레르기 효과가 밝혀진 황금, 시호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본의 한 임상보고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로 밝혀진 항알레르기성 생약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환자가 갖고 있는 한열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한약재의 용량을 더하고 뺌으로써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임상은 증거가 필요해

한의학은 오랜 세월 질병치료에 사용돼 왔지만 현대과학의 기준으로는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약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최근 ‘근거에 기반한 의학’(EBM, Evidence-Based Medicine)이라는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경험으로만 알려진 치료법이 합리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뢰할만한 임상연구를 통해 실제로 그 결과가 효과적인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즉 ‘임상은 증거를 필요로 한다’는 EBM의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그 방법론이 현대 임상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

EBM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단지 기존에 전해 내려오거나 문헌에 근거해 상식이라고 여겨지는 치료법보다는 실제로 수백 명에게 사용했을 때 효과적이며, 진짜약과 가짜약(플라시보)을 환자와 의사 모르게 실험한 데이터가 더욱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환자를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는 실험군과 과거의 치료법을 적용하는 대조군으로 무작위로 나눠 추후에 발생하는 의학적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방법이 EBM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요즘 EBM의 방법론을 한의학 연구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2001년 6월 일본 동양의학회에는 EBM 위원회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 위원회의 취지는 동양의학 연구에서 EBM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 EMB의 개념을 통해 현대의학의 질병치료 인식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로부터 동양의학의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코가 꽉 막혀 답답하기 그지없다. 양약을 먹었더니 졸리기만 한다. 이럴 땐 소청룡탕을 마셔보자. 소청룡탕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이 임상실험에서 증명됐다.


과학이 인정한 소청룡탕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소청룡탕(小靑龍湯)은 EBM을 통해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대표적인 예다.

소청룡탕에 들어가는 한약재들이 항히스타민 작용과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감초와 오미자는 항원과 면역글로불린 항체(IgE)에 작용해 피부반응(PCA)을 억제하고, 마황, 계피, 세신 등은 비만세포가 히스타민을 방출하지 못하게 하며, 마황, 오미자, 건강은 항히스타민 작용을 한다.

1995년 일본의 한 연구팀은 소청룡탕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이중맹검법으로 임상실험을 했다. 이중맹검법은 환자와 의사 모두 실험할 약과 플라시보를 모른 상태에서 효과를 판정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61개 병원의 이비인후과와 공동으로 일년 내내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소청룡탕과 플라시보를 투여해 비교 실험했다. 그 결과 소청룡탕이 플라시보에 비해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높았으며 안전성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한편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환자에게 소청룡탕을 투여한 뒤 조금이라도 증상이 개선된 환자는 89.7%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아토피 피부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함께 앓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낮았다.

이런 결과는 알레르기 치료에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현대의학 처방과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단순한 알레르기 비염이 아닌 복잡한 증상에서 소청룡탕의 효과가 적다는 것은 소청룡탕을 일반적인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항알레르기 약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할 수 없고 알레르기 비염에 한정해 한의학적인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모든 한약의 효과를 EBM의 방법으로 판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서로 진단방법이 다르고, 같은 병일지라도 환자 개인이 가진 미세한 차이에 따라 한약처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방치료의 여러 변수에 따라 판단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더구나 체질개선과 몸을 보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한방치료의 경우 한약을 먹는 기간이 길고 대개 증상이 서서히 좋아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아직은 한의학의 특징을 살린 평가방법이 미흡하지만 앞으로 발전된 방법론을 통해 더욱 객관적인 한의학의 재평가 연구가 기대된다.

생활약탕기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재로 영지(靈芝)를 들 수 있다. 영지는 ‘불로초’라고도 불리는데, 노화 억제작용 외에도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레르기 비염을 비롯해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좋다.

하루 4g 정도를 물에 달여서 오랜 기간 복용하도록 한다. 가급적 묽게 달여서 물 대신 시원하게 마시면 쓴맛을 덜 느낄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도움이 되는 지압법도 있다. 양쪽 콧망울 바로 옆에는 ‘향기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영향’(迎香)이라는 경혈이 있다. 영향은 코가 막혀 냄새를 맡지 못할 경우 침을 놓는 부위다. 이 부분을 손으로 지압해주면 코 막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선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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