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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의 해결이란 큰짐 진 조경식 초대환경처장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란 두마리 토끼를 쫓는 동시추구론자라고나 할까요"
 

초대환경처장관 조경식


환경오염문제의 해결은 90년대 우리사회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중의 하나다. 물 공기 음식 쓰레기 주거환경 등 어느 것 하나 우리생활과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대통령도 최근 연두기자회견에서 밝은 미래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5대과제의 하나로 환경문제를 세번째로 꼽았다. 교통문제보다 환경문제가 더 시급하고 근원적이라는 정부차원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유난히도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상수원의 중금속오염, 방사능폐기물, 산성비, 대기오염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렇게까지 되도록 방치한 정부의 정책부재를 탓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심지어는 대안없는 소나기식 문제제기가 오히려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의식을 마비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환경처로 승격한 조경식(54) 초대 환경처장관을 만나보았다. 마침 처승격과 더불어 대폭인사가 단행된 직후여서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업무파악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장관은 입을 열었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 양립하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양자가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환경정책의 기조를 경제개발을 억제하기 보다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하겠습니다. 환경보전이란 개념을 자칫 잘못 인식하면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산업시설을 줄여서라도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30여년 관료생활을 통해 경제부처를 두루 거친 '경제통'답게 경제성장과 환경문제해결의 함수관계에 관해 자신있게 소신을 피력한다. 환경오염이 이토록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금 더 이상 공해를 심화시키는 산업시설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조장관의 견해다. 이들 산업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 또는 국내기술로는 어렵다면 해외기술도 입을 통해서라도 무공해산업 내지 저공해산업으로 전환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막대한 투자재원이 소요돼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 다만 현재의 경제여건이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몰아부치지는 않겠다고 한다. 불법오염에 대한 단속은 강력하게 하고 시설투자는 단계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한다.

자료공개의 원칙 지킬터

-환경정책이 폐수단속 등 소극적인 차원에 머물러 왔는데 처승격과 함께 업무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갈 의향은 없으신지요.

"환경문제는 범위가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15개 정부부서에 분산돼 있었습니다. 따라서 종래의 차관급 '청'단위 기능으로는 광범하게 널려있는 각 부처의 시책과 투자계획을 조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처로 승격한만큼 자연보호 하수관리 국립공원관리 등 분야는 가능한한 환경처로 일원화하고 그외는 효과적으로 조정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환경처가 가장 역점을 두고 시급히 추진해야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크게 봐서 물과 공기를 맑게 하고 쓰레기를 적정하게 처리하는 일이 발등에 떨어진 과제입니다. 이 가운데 '물' 문제 즉 상수원을 어떻게 보호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하느냐가 가장 시급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에너지사용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문제와 날로 쌓여가는 생활쓰레기와 공장폐기물에 대한 대책마련입니다"

-정부가 우선순위에 밀려 환경분야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경제규모에 비교한 환경부문투자가 선진 외국에 비해 초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부내에서도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차츰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수질문제개선을 위해 '맑은물 공급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96년까지 총 3조6천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환경오염자료를 공개하기 꺼려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데….

"환경문제의 해결은 정부의 노력뿐만아니라 기업과 국민의 3박자가 맞아돌아가야 가능합니다. 각자가 환경오염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겁니다.

앞으로 정부에서도 환경오염의 원인과 실상, 각종 자료를 국민에게 수시로 알리는 '공개의 원칙'을 표방하겠습니다. 현재 대기오염자료의 경우 매월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있으며 하천 해양 쓰레기 등에 관한 자료와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서도 언제든지 누구라도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공해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서울시청앞에 설치했던 것과 같은 대기오염 전광판을 올해에는 전국 11개 도시에 확대 설치할 계획입니다."

반공해운동단체와도 대화

장관과의 인터뷰가 있기 며칠전 국내의 학계 연구소 반공해운동단체 등 환경전문가 25명은 90년대 환경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연과 환경보전을 위한 25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그동안 개발과 성장의 이름으로 회복하기 힘든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했다"고 전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 정치권의 각성 △ 환경자료의 공개 △ 학교환경교육의 강화 △ 국제협력 △ 환경관련법규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비단 이들 뿐만아니라 80년대에는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반공해운동이 싹터 환경오염의 폭로와 이론적 연구, 주민운동이 잇따랐다. 성장우선의 정부측 시각과 평행선을 달리는 재야환경단체의 세력이 급격히 대두했던 것이다.

-반공해운동단체나 지역주민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요. 또 이들과 만나 환경문제 개선에 관해 직접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는지요.

"반공해운동단체나 지역주민들의 주장이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정부나 기업의 각성을 불러일으킨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공해실상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다면 당면한 공해문제의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정부는 이들이 환경보전사업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도록 자주 대화기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승격에 따른 대폭인사를 파격적인 내부 승진으로 메워 첫작품부터 외풍을 막을 '힘있는' 장관으로 평가받은 만큼 종래의 환경청과는 다른 새로운 변신을 지켜봐 달라는 주위의 귀띔이다. 조장관은 환경문제가 바로 내자신과 우리주변에 미친다는 인식을 갖고 국민 모두가 '환경감시원'이라는 고발정신을 발휘해 파수꾼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기은 기자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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