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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공학연구실

‘ 맞춤형’ 불꽃의 산실

지난 1997년 닥친 외환위기 직후, 수많은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린번 엔진’은 이같은 불황기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보통 가솔린 엔진은 공기와 휘발유 비율을 14.7대 1에 맞추는데, 린번 엔진은 공기를 더 많이 넣어 혼합 비율을 23대 1로 높인다. 출력은 떨어져도 기름값은 확실히 적게 든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소공학연구실은 이상적인 연소 조건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의 산실이다. 공기와 휘발유의 혼합 비율을 바꿔 연료를 절감한 린번 엔진은 연소공학의 대표적인 결과물. 연구실을 이끄는 신현동 교수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철강업, 조선업처럼 우리 경제의 ‘먹을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바탕엔 ‘불’을 분석하는 연소공학이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 이용해 ‘불’ 내부구조 규명
 

책받침처럼 편평한 레이저 막을 불꽃 사이에 끼워넣으면 불의 내부 분자구조를 볼 수 있다.


인류는 수백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불의 분자적, 화학적 메커니즘을 훤히 꿰뚫고 있진 못하다. 연소공학의 목표는 불이 타오르는 상태를 결정짓는 연료와 산화제의 농도, 압력과 온도를 분석, 조정해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뽑아내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연소공학연구실에 레이저 장비가 즐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불 내부의 분자 구조를 수집하려면 레이저를 이용한 분석이 필수다. 연구실의 홍정구 연구원은 “책받침처럼 편평한 레이저 막(sheet)을 만들어 화염 사이에 끼워 넣는다”며 “마치 칼로 불을 자른 것 같은 단면도를 얻게 돼 내부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의 기술을 활용하면 출력이 높으면서 대기오염 물질은 적게 나오는 엔진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쓰이는 일반적인 엔진은 연소시간이 너무 짧아 불완전연소가 불가피하지만 연구 성과가 쌓이면 이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실력 인정
 

연소공학연구실 구성원.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신현동 교수다.


지난 2000년부터 연소공학계는 과학기술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관련 전문가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소기술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교수 20명과 연구원 1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 일본 등에서 따낸 특허가 최근까지 10개에 이른다. 이 센터의 수장이 바로 신 교수다. 센터가 생길 때 ‘산파’ 역할을 한 그는 국내 연소공학계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왔다.

신 교수가 이끄는 KAIST 연소공학연구실의 높은 기술력은 국내외 주요 회사의 잇따른 러브콜로 증명되고 있다. 그는 특히 일본의 간판 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과 협력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004년 미쓰비시중공업은 300MW(메가와트)급 대형 가스터빈 연소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곧 연소가 불안정하게 일어나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연소기 안의 압력을 급격히 변동시켜 내부 시스템에 주먹을 날리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준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신 교수는 “가스터빈 연소기를 실험실에서 운용할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들어 연료와 공기의 혼합 상태와 연료의 분사형태를 바꿔가며 다양한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실은 연소기 안의 압력변동과 화염이 타오르는 모습을 측정해 결국 안정적인 운전조건을 찾아냈다.

신 교수는 연소공학의 매력에 학생들이 좀더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비선형성을 지닌 지수함수를 이용하는 연소공학이 젊은 학생들에게 흥미로운 도전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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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대덕=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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