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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 깨어날 수 있을까

영화 속 의학


최면으로 마취한다?


영화 줄거리

10살짜리 남자 아이 나상우의 심장수술이 진행 중인 지방의 한 종합병원. ‘수술 중 각성’으로 심장이 찢기고 꿰매지는고통을 그대로 느낀 상우는 살육을 서슴지 않는 잔혹한 성품으로 변하고 급기야 친구의 여동생마저 살해하고 만다. 결국담당 정신과 의사는 상우의 기억을 최면술로 ‘봉인’하고, 상우는 종적을 감춘 채 사건은 차츰 잊혀진다. 25년 뒤 과거를 잊은 채 평범한 삶을 보내던 상우의 ‘봉인’이 우연히 풀리고, 끔찍했던 지난날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의 주변에서의문의 죽음이 계속되는데….

영화 ‘리턴’(Return)은 ‘수술 중 각성’(anesthesia awareness 또는 unintended intra-operative awareness)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메디컬 영화다. 수술 중 각성이란 전신마취로 깊은 잠에 빠졌던 환자가 수술 도중 깨어나 통증은 물론 주변의 상황까지 인지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환자는 심각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신마취 약 2만~4만 건당 1회 정도 수술 중 각성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에는 수술 중 각성이 두 번 나온다. 첫 번째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25년 전 심장수술에서 일어난다. 나상우는 이로 인해 심각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잔혹한 성격으로 변한다. 두 번째는 외과 의사 류재우(김명민 분)의 아내가 급성 복증(acute abdomen, 수술이 필요한 복통)으로 수술을 받다가 겪는다. 류재우의 아내는 수술 중 통증유발 쇼크로 결국 사망한다. 수술 중 각성은 얼마나 자주 일어날 수 있을까.

수술 중 각성, 쉽게 일어난다?
 

옛친구인 강욱환(유준상 분)의 갑작스러운 방문 이후 외과의사 류재우(김명민 분) 주변의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영화는 궁금증을 더한다.


수술로 인한 통증은 영화에서처럼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쇼크로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하다. 따라서 마취는 수술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과정이 됐으며 당연히 근대 외과 수술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근대적인 마취 방법은 1846년 10월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20대 환자의 종양제거 수술을 앞두고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당시 치과의사이자 의대생이었던 윌리엄 모턴이 마취를 담당했는데, 이때 사용한 마취제는 요즘도 전신마취에 쓰는 에테르(ether)였다.

에테르는 3~5% 농도로 환자에게 흡입시키면 마취를 유도할 수 있고, 마취 중 안정성이 뛰어나다.

에테르 외에도 다양한 마취제가 발견됐다. 현재 아산화질소, 할로세인(halothane), 엔플루란(enfluran) 등이 흡입용 마취제로 사용되고 있다. 케타민, 티오펜탈나트륨처럼 혈관에 투입하는 정맥 마취제도 있다.

마취는 피부와 주변 조직을 마취하는 국소마취를 제외하고는 크게 신체의 일부분을 마취하는 부분마취와 깊은 수면을 유도해 마취효과를 얻는 전신마취의 두 종류로 나뉜다. 부분마취의 하나인 척추마취는 마취제를 넣는 척추 아래 부위에 마취효과가 나타난다.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모두 마비되기 때문에 환자는 통증을 느낄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제왕절개술을 할 때 요추 아래로 부분마취를 한다. 이때 환자는 골반 아래로는 통증을 느낄 수 없고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지만 상체의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은 살아 있다.

부분마취를 하면 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에 환자는 수술 중 일어나는 일을 보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진정제를 투입하므로 환자는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전신마취는 환자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근육이완제)과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마취제를 함께 투여해 마취효과를 얻는다.전신마취는 부분마취와 달리 환자의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을 마비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만큼 깊은 수면에 빠져 있고 근육이 마비되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수술 중 각성은 이런 전신마취에서 일어날 수 있다. 마취가 충분히 되지 않아 통증을 느낄 때 근육이완제가 부족하다면 환자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이 문제가 되고, 근육이완제가 충분하다면 환자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수술 중 각성을 겪는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이런 수술 중 각성에 대처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마취가 잘 되지 않아 환자가 통증을 느낀다면 자율신경계를 통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혈압이 상승해 환자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때 마취과 의사가 재빨리 마취제를 추가하면 된다.

따라서 고의가 아닌 이상 수술 중 각성은 일어날 수 없다. 거꾸로 말해 고의적인 수술 중 각성은 발생할 수 있다. 수술 도중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마취과 의사는 엄격한 도덕과 윤리를 지녀야 한다.

한편 영화에서 류재우의 아내는 마취과 의사인 장석호(정유석 분)에 의해 근육이완제만 투여 받은 상태로 수술을 받다가통증에 의한 쇼크로 사망한다. 영화에서 아내가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한 상황은 근육이완제를 사용했기때문에 의학적으로 맞는 설정이지만 심장박동이나 혈압 같은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전혀 없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또 수술 도중 환자의 발가락을 간지럽게 해 각성을 유도한다는 설정은 마취에 대한 오해와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수술이 끝나갈 즈음 근육이완제와 마취제를 추가로 투입할지 주저한다. 간혹 수술이 끝난 뒤에도 환자가 마취나 근육이완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아 회복실에서 몇 시간씩 누워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회복실의 공간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수술 뒤 환자의 안전문제와도 관련된 경우가 많다.
 

수술 중 각성, 쉽게 일어난다?


최면으로 마취한다?

영화에서 정신과 의사 오치훈(김태우 분)은 마취 거부 반응을 보이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면마취를 감행해 성공한다. 그런데 과연 최면으로 마취할 수 있을까?

최면은 환자의 의식을 극도로 이완하거나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최면은 평소 의지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생리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는 불면증, 스트레스, 통증, 천식,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치료하는데 최면요법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의학적인 연구가 부족한 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과 교수였던 어니스트 힐가드는 1955년부터 1974년까지 최면마취를 이용한 수술 25건을 분석해, 무작위로 뽑은 환자의 10%가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최면마취로만 수술을 받았다는 결과를 1977년 학계에 보고했다. 미국의 최면요법 전문가인 크레이그 랑 역시 1996년 수술환자 중 최면마취를 받은 16명 중에서 4명만이 마취제를 투여할 필요가 있었다며 최면마취의 유용성을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최면마취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있어 앞으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영화에서 최면마취의 일인자로 그려진 오치훈(김태우 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최면마취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훈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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