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스코필드의 탈출 경로^스코필드는 자신의 방에서 출발해 폭스리버 교도소 중앙을 가로질러 반대편 의무실에 이르는 대담한 탈출 경로를 구상했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치밀한 계획을 여기에 공개한다.


내 이름은 알렉산더 머혼. 마이클 스코필드 일당이 폭스 리버 교도소를 탈옥한 뒤 수사를 맡았던 FBI 요원이다. 한때 스코필드와 피 말리는 두뇌 싸움을 하며 쫓고 쫓기는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함정에 빠져 마약소지 죄목으로 스코필드와 함께 파나마의 소냐 감옥에 수감된 신세다. 어쩌면 이제 스코필드와 새로운 탈옥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기에 그를 쫓으며 정리한 수사 파일의 기억을 되짚어 보려 한다.

스코필드는 당뇨병 환자?
 

스코필드는 탈옥의 마지막 통로가 될 의무실을 자주 드나들기 위해 항인슐린제를 먹고 당뇨병 환자로 위장했다.


스코필드는 부통령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수감된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폭스 리버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교도소 안을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은 건축 공학을 전공한 그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 교도소 개조 프로젝트에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때 빼돌린 감옥의 도면을 온 몸에 암호화해 문신으로 새겨뒀다.

그는 폭스 리버 교도소에서 보안이 가장 취약한 의무실을 통해 교도소를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곳에 자주 드나들기 위해 1형 당뇨병 환자로 위장했다. 대체적으로 20세 미만에 발병할 확률이 높아 ‘소아당뇨’라고도 부르는 이 당뇨병은 췌장이 손상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 되지 않는다.

하루라도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의무실을 매일 갈 수 있는 이 병으로 위장한 스코필드의 전략은 탁월했다. 스코필드는 인슐린 분비를 막아 혈당치를 높이기 위해 ‘퍼그낵’(PUGNAc)이라는 항인슐린 약을 흑인 수감자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구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퍼그낵 같은 약으로 혈당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는 있지만 1형 당뇨병 환자로 위장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스코필드가 수감되기 전부터 심각한 당뇨병의 소인이 있었거나 이미 당뇨병 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스코필드는 복잡한 교도소의 도면을 온 몸에 문신으로 위장해 새겼다.


영리하지 못했던 ‘CUTE POISON’
 

의무실에 올 때마다 몰래 황산구리와 인산을 하수구에 부어 배수로를 부식시켰다.


매일 의무실을 드나들면서 스코필드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수사관들은 그저 의무실 책임의사인 새러 탠트레디에게 접근해 탈출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스코필드의 오른 팔목에 있는 ‘CUTE POISON’(영리한 독약)이라고 쓰인 항아리 속 액체가 쏟아지는 문신이 의무실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와 같은 방을 썼던 페르디난도 수크레는 다른 동료에게 스코필드가 황산구리와 인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한 적이 있다. 나는 황산구리(CuS${O}_{4}$)와 인산(${H}_{3}$P${O}_{4}$)의 화학식에 사용된 알파벳을 재조합한 결과 ‘Cute PoiSOn’이라는 단어를 얻어냈다.

스코필드는 두 개의 화학 물질을 치약 튜브 두 개에 나눠 담아 매일 의무실에 가면서 주 진찰실 안에 있는 싱크대 아래 하수구에 황산구리와 인산을 부었다. 나중에 파이프를 통해 의무실로 침입하기 위해서였다.

두 물질은 모두 철을 부식시킬 수 있는 물질이다. 황산구리는 철과 반응했을 때 철의 이온화경향이 구리보다 높아 산화환원반응이 일어난다. 인산은 약산이지만 금속과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키는 산성 물질이다. 하지만 두 물질 모두 철과의 반응성이 약하기 때문에 스코필드는 두 물질을 섞어 강산인 황산을 만드는 방법을 썼다.

3CuS${O}_{4}$ (aq)+2${H}_{3}$P${O}_{4}$(aq)⇔
C${u}_{3}$(P${O}_{4}$)₂(s)+3H₂S${O}_{4}$(aq)

그런데 스코필드는 감옥에서 이런 물질을 어떻게 얻었을까. 황산구리는 보르도 혼합제(Bordeaux mixture)라는 제초제의 성분이다. 구리가 식물이 자라는 데 치명적이기 때문에 19세기 초부터 밀밭에서 잡초를 없애는데 사용했다. 인산은 산업용 석물 세척제로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다. 그는 폭스리버 교도소 마당의 독극물관리센터와 정원관리용품 창고에서 두 물질을 몰래 빼돌렸을 것이다.

스코필드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 이 작전을 계획하며 남긴 메모를 살펴보자. 스코필드는 이 화학식을 암호화할 방법을 찾은 순간 스스로 대견했는지 자랑스럽게 그 위에 붉은색 펜으로 ‘CUTE POISON’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 화학식은 인산을 만드는 화학공정 식으로 여기에는 황산구리가 아니라 황화칼슘이 등장한다. 그가 뭔가 착각한 게 틀림없다.

2${H}_{3}$P${O}_{4}$(aq)+3CaS${O}_{4}$(aq)•2${H}_{2}$O(l)⇔
3${H}_{2}$S${O}_{4}$(aq)+C${a}_{3}$(P${O}_{4}$)2(aq) + 6${H}_{2}$O(l)
 

01스코필드는 복잡한 교도소의 도면을 온 몸에 문신으로 위장해 새겼다. 02오른쪽 팔목에 문신으로 새겨진‘CUTE POISON’은 황산구리(CuSO4)와 인산(H3PO4)의 화학식을 암호화한 글귀다. 03스코필드가 찾은 화학식은 황화칼슘으로 인산을 만드는 식으로 정작 암호 속에 들어있는 황산구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벽을 뚫은 건 후크의 법칙이 아니라 동료의 괴력
 

의무실로 통하는 배수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일러실 벽에 사람이 드나들 만한 크기의 구멍을 내야했다.


스코필드는 의무실로 통하는 배수로를 찾기 위해 보일러실 벽에 사람이 드나들만한 구멍을 내야했다. 물론 별다른 장비 없이 벽을 뚫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이 벽 뒤로는 보일러로 통하는 가스관이 지나기 때문에 구멍을 내야할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스코필드와 함께 탈옥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만체 산체스의 증언에 따르면 수크레와 존 아브루찌가 스코필드의 지시에 따라 손쉽게 구멍을 냈다. 이들은 스코필드의 몸에 있는 악마 얼굴 문신을 종이에 베껴서 벽에 확대해 비추고 문신의 모양을 그대로 벽에다 그린 뒤 거품기로 몇 군데에 작은 구멍을 낸 뒤 발로 차서 큰 구멍을 만들었다.

산체스는 스코필드가 ‘후커의 법칙’(Hooker’s Law, 창녀의 법칙)으로 원리를 설명했다고 증언했지만 후크의 법칙(Hook’s Law)을 수크레가 잘못 들었다고 추측 된다. 게다가 ‘후크의 법칙’은 무게에 비례해 재료가 변형되는 탄성력에 대한 법칙으로 벽에 구멍을 내는 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보통 기둥이나 벽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힘(압력)이 정해져 있는데, 이 힘은 위에서 내리 누르는 힘의 크기를 벽 단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만약 벽에 구멍이 생기면 단면적이 줄어들어 압력이 커지고 그 만큼 벽은 약해진다. 또 벽이 건물 무게를 많이 지탱할수록 받는 힘이 커져 부수기도 쉬워진다.

하지만 교도소 건물은 벽 대신 기둥이 건물 전체 무게의 대부분을 지탱하는 구조다. 따라서 구멍을 낸다고 해도 압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설사 벽에 건물의 하중이 집중됐다 하더라도 그들이 뚫은 구멍의 크기가 작고 그 수가 너무 적었다. 결국 수사관들은 아브루찌와 수크레가 극한 상황에서 괴력을 발휘했다고 결론내렸다.
 

수크레는 악마의 얼굴에서 양쪽 뿔 끝, 양쪽 눈, 코 아래와 그 아래쪽 양 이빨 끝 그리고 양쪽 머리카락 끝 지점에 조그만 구멍을 뚫었다.


패토식의 사진기억, 정말 있을까?
 

패토식이 기억을 되살려 그린 스코필드 몸의 문신. 그림 안에 감춰진 배수로까지 정확히 그렸다.


스코필드는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했지만 결국 첫 번째 탈출은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탈출하기 며칠전 그가 오랜시간 부식시켰던 의무실 하수구의 파이프를 교도소를 정비하는 일을 맡은 간수가 발견해 새 파이프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그 뒤 스코필드는 의무실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정신병동을 중간 통로로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하 통로를 탐색하던중 교도관들을 피해 뜨거운 스팀 파이프와 벽 사이에 숨었다가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등에는 교도소의 복잡한 배수로 지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말이다!

스코필드는 지도를 복구하기 위해 모든 사물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찰스 패토식을 이용했다. 헤이와이어(Haywire)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수학 박사 과정 중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증세가 심해진 패토식은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뒤 폭스 리버 교도소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었다.

한때 스코필드와 함께 방을 쓴 적이 있었던 그는 스코필드의 문신이 지도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스코필드는 정신병동에서 패토식을 찾아 문신을 그대로 그려줄 것을 요구했다.
 

스코필드(왼쪽)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된 형 링컨 버로스(오른쪽)를 구출하기 위해 감옥에 들어갔다.


정신병력이 있는 패토식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인지과학 전문가들이 ‘사진기억’(photographic memory)이라 부르는 이 과정은 어떤 사건을 경험했을 때 언어의 형태가 아니라 그림(형태)로 기억하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봤을 때, 보통 사람들은 ‘왼쪽 위’ ‘빨간 옷’ ‘축구’ ‘웃는 얼굴’ 식으로 의미를 분석해 상황을 언어의 형태로 기억하지만 사진기억을 가진 사람은 의미를 분석하지 않고 오직 기하학적 형태로만 이를 기억한다. 언어 능력이 덜 발달한 어린이에게 주로 발견되지만 어른이 되면서 대부분 잃어버린다.

패토식은 스코필드 일당과 함께 탈옥한 뒤 바로 무리에서 벗어난 뒤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조사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하학을 전공한 그가 스코필드의 몸에 그려진 문신의 ‘의미’ 대신 그 안에 감춰진 도면의 기하학적 형태를 읽어냈으며 이를 오랫동안 기억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패토식이 정신병동에서 다시 만난 스코필드에게 자신이 그린 문신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심리학
  • 건축학·건축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