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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 미자르

밤하늘 천연 ‘시력검사판


북쪽하늘에 떠오르는 북두칠성. 큰곰자리에 속한 별 무리로 오래 전부터 북쪽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7개의 별 가운데 미자르는 2개의 별이 꼭 붙어 있는 모습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열대야로 잠들기 어려울 때는 밖에 나와 밤하늘을 보며 더위를 식혀보자. 머리 위에는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가 팥빙수 속 얼음알갱이처럼 밝게 빛나고, 남쪽 하늘에는 전갈자리와 궁수자리가 은하수의 시원한 물줄기에 둥실 떠 있다.

북쪽 하늘은 어떤가. 시원하게 등물이라도 해줄듯 손잡이가 긴 바가지 모양을 한 북두칠성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북두칠성은 눈에 띄는 모양 때문에 ‘초여름이 되면 북두칠성의 바가지에 담긴 물이 쏟아져서 장마가 시작된다’는 우스개도 전해온다.

물을 다 쏟아버린 북두칠성을 좀더 자세히 관찰해보자. 시력과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북두칠성을 이루는 별 7개 가운데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별 하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하나야, 둘 이야?’

이중성 연구의 ‘보물창고’

바가지의 손잡이 부분 끝에서 두 번째 있는 별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러면 밝은 별 바로 옆에 그보다 조금 흐린 별 하나를 더 볼 수 있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처럼 꼭 붙어있다.

두 별은 미자르와 알코르다. 밝기가 각각 2.4등급과 4등급인 두 별은 12′(분, 1′=1/60°) 정도 떨어져 있다. 보름달의각지름이 약 30′이므로 두 별은 맨눈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미자르와 알코르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가깝게 붙어있지만 서로의 중력으로 궤도를 돌고 있지는 않다. 두 별은 실제로 0.25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데다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이런 별을 ‘겉보기 이중성’이라고 한다.

쌍안경을 사용하면 미자르, 알코르와 함께 약간 찌그러진 삼각형을 이루는 위치에서 9등급의 별 하나를 더 볼 수 있다. 1723년 이 별을 처음 발견한 독일의 천문학자는 새로운 별을 찾았다고 착각하고 이 별에 당시 독일의 왕이었던 루드비히5세를 기려 ‘루드비히의 별’(Sidus Ludovicianu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코르에 루드비히의 별까지 포함하면 미자르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3개다. 하지만 망원경의 성능을 더 높이면 별의수가 더 늘어난다. 미자르가 다른 별과 중력에 묶여 이중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자르는 이중성 연구의 ‘보물창고’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천문학의 이중성 연구 역사에서 최초 타이틀을 여러개 갖고 있다.

미자르의 동반별은 1650년에 발견됐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지오반니 리치올리는 망원경으로 미자르와 알코르를 관찰하다가 깜짝 놀랐다. 미자르 바로 옆에 또 다른 별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사에서 서로의 중력에 묶여 돌고 있는 이중성을 최초로 발견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중성의 의미를 몰랐던 당시 사람들은 그의 발견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50년 뒤인 1700년이 돼서야 독일의 천문학자 고트프리드 키르히가 주성인 미자르A와 동반별인 미자르B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두 별은 14.4″(초, 1″=1/60′) 떨어져 있다.

이중성 연구에 대한 미자르의 공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자르A와 미자르B가 또 각각 이중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88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워드 피커링은 미자르A를 분광기로 관측하다가 스펙트럼선이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미자르A도 이중성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두 별은 너무 가까워 망원경으로는 분리해 볼 수 없고,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야만 이중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중성을 ‘분광 이중성’이라고 한다. 미자르A는 분광기로 발견한 최초의 이중성이다.

미자르B는 1908년 미국의 에드윈 프로스트가 같은 방법으로 이중성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놀랍게도 미자르는 각각이 이중성인 미자르A와 미자르B가 다시 서로를 도는 ‘복잡한’ 4개의 별이다.

별이 하나로 보이면 ‘탈락’
 

01 북두칠성 손잡이 부분에 있는 미자르 옆에는 알코르가 매우 가깝게 붙어있다. 02 미자르를 망원경으로 보면 알코르와 루드비히의 별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미자르는 각각이 이중성인 미자르A와 미자르B가 서로 돌고 있는 복잡한 별이다.


미자르와 알코르는 맨눈으로 가까스로 분리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고대 로마에서는 군인을 뽑을 때 시력을 판정하는 시력검사 도구로 두 별을 사용했다. 맑은 날 밤 미자르를 맨눈으로 봤을 때 두 별로 분리해 볼 수 있으면 군인으로 합격할수 있었다.

미자르를 시력검사용 별로 사용했던 나라는 고대 로마뿐만 아니다. 13세기 페르시아의 한 문헌을 보면 ‘사람들이 이 별을 이용해 시력검사를 받았다’고 쓰여 있다. 또 14세기경 아라비아에서는 이 별을 ‘시험별’(The Test)이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럼 눈이 얼마나 좋아야 당시 군인으로 뽑힐 수 있었을까. 시력은 보통 분해능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분해능이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같은 밝기의 점광원 2개를 분리해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현재 병원이나 안경원에서 사용하는 시력검사표는 ‘보통 사람이 흰 바탕에서 검은 물체를 구분해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시각(視角)은 1′’라는 원리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졌다. 즉 최소시각을 분으로 나타낸 뒤 역수를 취하면 시력이 나온다.

예를 들어 1′ 떨어져 있는 두 점을 구별할 수 있으면 시력이 1.0이고, 0.5′ 떨어져 있는 두 점을 구별할 수 있으면 시력이 2.0이라는 뜻이다.

그럼 미자르와 알코르를 구별할 수 있는 시력은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보자. 두 별은 12′ 떨어져 있으므로 1/12≒0.08, 즉 시력이 0.1 이상인 사람이라면 두 별을 분리해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현재 시력검사표는 흰 바탕에 쓰여 있는 검은 글씨를 읽는 방식이기 때문에 점광원을 분리해 보는 능력을 뜻하는 분해능의 정확한 정의에 맞지 않아 위 계산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게다가 대기의 오염상태나 날씨에 따라 볼 수 있는 별의 밝기 정도도 달라진다. 그래도 시력의 정확한 기준이 없었던 시절에는 미자르와 알코르가 훌륭한 ‘천연 시력검사판’ 노릇을 톡톡히 하지 않았을까.

이달의 천문현상_핏빛 붉은 달이 떠오른다
 

8월 28일 개기월식 예상도 저녁 7시 5분 보름달은 개기식이 시작된 채로 동쪽 하늘에 뜰 전망이다. 희미하게 뜨는 붉은 달을 볼 수 있다. 보름달은 저녁 8시 23분부터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8월 28일 초저녁 동쪽하늘을 주목하자. 지구 그림자가 보름달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2004년 5월 5일 이후 3년여 만에 일어나는 개기월식이다. 지난 3월 4일에 우리나라에서 월식이 일어났지만 개기월식이 시작되기 전 달이 서쪽 하늘로 져버리는 바람에 달이 지구그림자에 완전히 가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개기월식도 전체 과정을 모두 볼 수는 없다. 월식은 저녁 5시 51분에 시작하는데, 그 시각 달은 아직 뜨지 않아 동쪽 지평선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식 전 과정을 볼 수 없는 대신 더위를 물리칠 ‘납량특집’ 보름달을 기대할 수 있다.

월식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개기식은 저녁 6시 52분에 시작한다. 이날 우리나라에서 달이 뜨는 시각은 대략 7시 5분이다. 따라서 달이 지구그림자 속에 완전히 들어간 채 지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달이 지구그림자에 완전히 가리면 아무것도 안보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매우 어둡지만 붉게 물든 보름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태양광선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대부분 산란되는 반면, 파장이 긴 붉은빛은 대기권을 통과해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 부분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보름달은 초저녁 동쪽하늘에 핏빛으로 붉게 물든 음산한 모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붉은 달이 지평선에 떠오르는 일을 불길한 징조로 여기기도 했다.

개기월식은 7시 37분에 최고조에 이르며 8시 23분쯤 끝난다. 이때부터 달은 지구 그림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해 9시 23분에 밝은 보름달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는다. 이번 개기식은 동쪽이 많이 가려진 곳이 아니라면 쉽게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개기월식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 달의 고도가 1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동쪽 하늘이 탁 트인 곳을 관측지로 고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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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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