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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유즈호 발사 현장을 가다

10층 높이 우주선, 굉음 내며 치솟아

“우웅~”
2007년 4월 4일 오전 11시. Tu-134 군용 전세기가 둔탁한 엔진소리를 내며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 치칼롭스키 공항의 파란하늘에 날개를 폈다. 한국최초 우주인배출사업 책임자 자격으로 소유즈호 발사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로 가는 길이다.

5번째 우주관광객 찰스 시모니가 탄 소유즈호(TMA-10)가 발사대에서 불을 뿜으며 솟아오르고 있다.


안전과 경제성 모두 잡은 ‘단순공학설계’

시골 버스 분위기가 나는(일부 좌석은 안전벨트가 없었다) 비행기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대평원을 가로질러 3시간 뒤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가 있는 크라이니 공항에 도착했다.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는 1955년 구소련이 대형로켓과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 건설한 곳으로 1961년 인류최초 우주비행사유리 가가린의 보스토크 1호가 이곳에서 우주로 가는 길을 열었다. 2008년 4월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도 이곳에서 우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번 발사에서 소유즈호(TMA-10)의 주된 임무는 6개월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서머물렀던승무원을교체하는일이다. 하지만 세계의 이목은 다섯 번째 민간인 우주여행객 찰스 시모니에게 쏠려 있다. 시모니는 헝가리 태생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서 워드(Word)와 엑셀(Exel) 프로그램을 개발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다음날 아침 6시. 호텔을 나서 러시아 군인이 통제하는 발사장 구역으로 들어갔다. 먼저 도착한 곳은 소유즈 우주선 조립건물. 특수 열차 위에 누워있는 소유즈 우주선이 아침 햇살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소유즈호는 연료가 들어있는 발사체와 그 위에 실린 소유즈 캡슐로 이뤄졌는데, 길이가 53m(10층 건물 높이에 해당), 무게는 175톤(연료 충진시)에 이른다.

소유즈호를 실은 기차는 시속 5km의 느린 속도로 발사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도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에 우주발사장을 건설하는 중이라 바이코누르 우주발사장을 유심히 둘러봤다. 발사대 아래에는 로켓이 발사될 때 나오는 엄청난 화염과 연기를 옆으로 배출하기 위한 웅덩이가 깊게 파여 있었다.우주선 옆에는 발사 직전까지 우주선을 지지해주는 클램프가 있었는데 미국의 우주왕복선 발사장처럼 복잡한 구조물이 아니라 단순철골구조라는 사실에 놀랐다.

기차에 누워있던 우주선을 천천히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우면 발사 당일 연료(액체 산소와 추진제)를 주입하고 발사 직전 우주인이 간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캡슐에 탄다. 러시아의 투박한듯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공학설계철학을 눈으로 확인하며‘이런 전략이 러시아가 안전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요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사 당일인 4월 7일저녁 7시 30분 즈음. 우주복을 입은3명의우주인이연방우주청장과우주선제작사인 에네르기야사의 사장 그리고 러시아 우주위원장에게 우주비행을 보고하는 행사가 수많은 보도진과 관람객앞에서이뤄졌다. 간략히보고를 마친뒤 우주인들은 바로 발사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기 전까지‘후보우주인’(Back-up Cosmonaut)이 항상 동행한다. 하지만 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정우주인’(Primary Cosmonaut)과 후보우주인은 바뀔 수 없다. 아주 드물게 버스에 오르기 바로 전정우주인이 마음을 바꿔 후보우주인이 버스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발사장에 도착한 우주인은 소유즈호의 연료주입과 중요한 점검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발사 4~5시간 전에 소유즈 캡슐에 오른다. 이 과정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져 러시아 우주기관의 관계자와 소수의 보도진만 출입이 가능하다.

소유즈 우주선은 모스크바 남쪽 사마라시에 있는 프로그레스사(社)에서 부품을 만든 뒤 바이코누르 발사장 조립건물에서 완성한다. 완성된 우주선은 기차에 실려 전용철로를 통해 발사대로 옮겨진다.


새벽까지 이어진 ‘후라, 후라, 후라~’

발사장에서 3.5km 떨어진 우주선 추적소의 관람대에서 발사를 기다렸다. 발사예정 시간은 밤 11시 31분. 관람대에는 러시아, 미국, 한국 그리고 올 10월 첫 우주인 배출을 앞둔 말레이시아의 우주개발 관련자들과 기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발사 시간이 다 돼도 기술진이 통신하는 내용만간 간히 들려올 뿐 미국과 같이 카운트다운을 하지는않았다. 하지만 정확히 저녁 11시 31분이 되자 엔진점화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로켓이 불과 연기를 내뿜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칠흑 같이 어둡던 발사장 일대가 순식간에 대낮 같이 환해졌다. 우주선이 처음에는 천천히 올라가는가 싶더니 천둥소리 같이 찢어지는 굉음을 내며 밤하늘로 치솟았다.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쏟아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사 2분 뒤 구름사이로 2단 점화를 알리는 작은 불꽃이 보였고 이내 그 불꽃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전하게 올라가고 있을까. 몇 분 동안 초조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기를 잠시. 발사 9분 뒤 소유즈 캡슐이 지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얼싸안으며 발사성공의 기쁨을 나눴다.

소유즈 조립공장에 마련된 축하연에서는 러시아 기술진의 ‘후라, 후라, 후라’(만세) 축배 함성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틀 뒤 모스크바 북쪽 근교 코룔로프시에 있는 우주통제센터(MCC, Mission Control Center)는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무사히 궤도에 안착해 이틀동안 지구를 돌며 ISS에 접근한 소유즈 캡슐이 모스크바 상공에서 ISS와 도킹하는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도킹 1시간전. 소유즈 캡슐의 카메라가 촬영해보내는 화면에 ISS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한편 ISS의 카메라에도 광활한 우주와 파란 지구를 배경으로 땅콩처럼 조그만 소유즈 캡슐이 잡혔다. 속도와 위치, 자세를 조절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형로켓을 점화하며 열심히 ISS에 접근했다. ISS 안에는 도킹을 준비하는 우주인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날아 다니고 있었다.

01소유즈호가 궤도에 진입할 때부터 ISS와 도킹할 때까지 전 과정을 지휘하는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 우주통제센터 전경.02우주관광객 시모니는 거꾸로 서서 우주통제센터와 인터뷰를 했다.



우주관광객 시모니 ‘거꾸로’ 인터뷰

언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도중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선장 표도르 유리치킨(가운데). 그 뒤를 따르는 엔지니어 올레그 코토프(오른쪽)와 우주관광객 찰스 시모니(왼쪽).


새벽 1시. 소유즈 캡슐이 ISS 도킹에 성공하자 우주통제센터에 박수소리가 울렸다. 이어 30분 동안 소유즈 캡슐과 ISS 내부의 기압을 맞추고 공기가 새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이윽고 해치가 열리자 소유즈 캡슐의 우주인 3명이 ISS로 올라와 승무원들과 반갑게 포옹을나눴다. 그리고 러시아와 NASA의 임무책임자와 인터뷰를 하고 가족과 통화를 했다. 이때 시모니는 물구나무 자세로 인터뷰를 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새로 ISS에 탑승한 러시아 우주인 2명은 2006년 9월부터 2007년 4월까지 ISS에 있었던 우주인 2명과 교대해 올 9월까지머물 예정이다. 2006년 12월 우주왕복선을 타고 온 미국 우주인 수니타 윌리암스는올여름 NASA의 우주왕복선으로 돌아간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니 가가린 센터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한국 우주인이 생각 났다. 그들의 능력과 자신감에 마음은 놓이지만 1년 뒤 우주선에 탑승해 무사히 우주비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러시아 소유즈호 발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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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기혁 우주인개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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