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내일 200m 결승 자신 있어?”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호주 멜버른로드 레이버 아레나 수영장.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네덜란드의 피터 반 덴 후헨반트가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를 보자 인사를 건넨다. 둘은 내일 벌어질 자유형 200m부문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어제 자유형 400m 결승 봤나? 깜짝 우승한 한국의 박태환이 200m 결승전에도 올라왔던데?”
“또 박태환 얘기인가.”
후헨반트의 물음에 펠프스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세계신기록을 4개나 갖고 있어‘수영신동’으로 불리는 자신보다 박태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더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지 않은 펠프스였다.
하지만 400m 결승전에서 박태환이 보여줬던 막판 대추격전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마지막 50m를 남겨두고 턴을 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박태환은 4위였다. 그런데 갑자기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더니 다른 선수들을 뒤에서 잡아끌 듯 하나둘 따라잡고 기어이 1위로 골인했다.
박태환은 키가 183cm로 은메달에 그친 호주의 그랜트 해킷(197cm)이나 동메달을 딴 튀니지의 우사마 멜룰리(189cm)에 비해‘왜소한’편이다. 키가 10cm 작으면 스타트에서 무려 0.05초 손해를 본다. 이런 그가 화끈한‘역전쇼’를 펼치며 그것도 주종목(1500m)이 아닌 400m에서 우승했으니 세계가 놀랄 만도 했다.
“박태환이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내가 그의 비밀을 입수했는데 좀 보겠나?”
“훗, 난 필요 없어.”하지만 슬그머니 후헨반트의 파일을 곁눈질하는 펠프스.
박태환 X-파일
폐활량
성인 남성(4000cc)의 2배에 가까운 7000cc. 보통 수영선수는 5000~6000cc 정도다. 많은 양의 산소를 빨리 공급받아 근육의 피로회복속도가 빠르다. 폐안에 공기가 많으면 몸이 물에 잘 뜬다는 장점도 있다.
잠영거리
턴을 한 뒤 잠영을 오래해야 물의 저항을 덜 받고 팔 젓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5m였던 잠영거리를 대회를 앞두고 2개월 훈련 끝에 7m로 늘렸지만 펠프스(10m)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발차기
보통 수영선수와 달리 상황에 따라 발차기 횟수를 바꾼다. 경기 초반에는 양쪽 팔을 한번 휘저을 때마다 2번,턴을 하기 앞뒤 5m 구간과 스퍼트를 할 때는 4번 또는 6번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탁월한 리듬감으로 발차기 피치를 조절해 경기 초반 체력을 아꼈다가 마지막에 폭발시키는 전략을 쓴다.
마인드컨트롤
대기실에서부터 출발 바로 전까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집중력을 높이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순발력
장거리인 1500m가 주종목이지만 선천적으로 순발력이 좋다. 박태환의 출발 반응시간은 0.66초로
세계 최고수준이다(펠프스 0.77초, 후헨반트 0.78초).
전사분면(front quadrant) 영법
물속에서 손으로 물을 당기는 팔(01)이 몸과 직각을 이루기 전에 다른 팔(02)을 물에 넣는 영법을 구사한다. 요트 배처럼 몸을 길게 만들어 물의 저항을 줄이고 팔을 저을 때 더 큰 힘을 실을 수 있다.
수영복
상어피부의 미세한 돌기처럼 표면에‘V’자 홈이 촘촘히 새겨진 수영복을 입었다. 물살이 몸에 부딪힐 때 생기는 작은 소용돌이를 없애 물의 저항을 줄였다.
힘의 균형
양쪽 팔과 다리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몸이 흔들리면서 물의 저항을 많이 받는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양쪽 팔, 다리 힘의 차이를 줄였다. 큰 힘을 쓰지 않고도 물의 흐름을 타는‘명품 수영 자세’의 비결이다.
유선형 몸
엉덩이가 작고 가슴 두께(22.3cm)가 수영선수 치고 얇은 편이다. 몸이 길면서 좁고 납작해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 하체(96cm)가 상체(87cm)보다 길어 발차기의 추진력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