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액체 기체로 나뉘는 물질의 세가지 상태 중 기체는 분자의 성질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 물질의 상태와 에너지의 관계를 살펴보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체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러한 기체를 취급하다 보면 기체의 양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체는 고압으로 압축시키거나 액화시켜서 운반한다.
그런데 기체를 액화시키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과거에는 기체를 액화시킬 수 없는 물질로 생각했으며, 이와 구분해 액화시킬 수 있는 기체를 증기라고 불렀다. 기체는 온도를 낮추고 압력을 높여주는 과정에서 액화가 이루어진다.
1823년 영국 과학자 패러데이는 영하1백 66℉로 냉각한 기체를 다시 50기압으로 압축시켰다. 그 결과 6종의 기체를 액화시키고 7종의 기체를 고체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산소 수소 등의 기체를 액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들 기체를 액화시키려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비록 몇몇 기체를 액화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실험 결과로부터 기체가 단지 응결점에서 멀리 떨어진 증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후에 많은 과학자들은 기체를 액화시키기 어려운 이유를 찾고 있었다. 앤드루즈(1869)는 탄산가스를 갖가지 온도에서 액화시키는 과정에서 31℃ 이상에서는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그것을 액화시킬 수 없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 온도를 임계 온도라고 불렀다. 임계점 이상의 온도에서는 물질이 완전한 기체에서 완전한 액체로 연속적으로 변화함을 알아낸 그는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 액화할 수 없는 영구기체로 알려졌던 산소 및 질소를 임계점 이하로 낮춰 이들을 액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산소를 5백기압, 영하 1백40℃에서 액화 해냈다. 산소의 임계온도는 영하 1백18℃ 이며 끓는점은 1기압에서 영하 1백80℃ 임이 밝혀졌다.
그 후에 임계온도가 훨씬 낮은 수소의 액화에도 성공했다(듀와 ; 1898). 듀와는 수소를 중간이 진공인 은도금한 이중병에 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로써 액화기체의 사용이 간편해졌다.
암모니아 염소 포스겐(독가스) 및 이산화탄소 등은 액화하기 쉬우나 질소 산소 아르곤 및 수소 등은 단순히 압축에 의해 액화되지 않는다. 이제 액화하기 쉬운 기체와 그렇지 않은 기체를 분자 수준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기체 상태에서 분자들은 다른 분자들에 거의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하고 있다. 이 분자들을 압축하면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분자들 사이에 인력이 미치는 범위가 되면 분자들은 인력에 의해 결합, 액체가 된다. 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큰 물질일수록 액화하기 쉽고 분자간의 인력이 작은 물질은 액화하기 어렵다.
분자의 모양은 살펴보면 액화하기 쉬운 액체들은 구조가 단순하며 분자의 상대적인 질량이 작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그림 1).
보일러를 자주 청소해야 하는 이유
고압의 기체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고압의 기체가 위험한 까닭은 대략 두 가지다. 첫번째는 고압의 기체를 담은 용기나 연결 밸브의 파손에 의해 고압의 기체가 순식간에 팽창하는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고압의 기체가 연소되기 쉬운 성질의 기체로, 새어 나온 기체가 불꽃에 점화돼 가스통 전체의 폭발로 이어지는 경우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위험하다. 기체가 연소할 때 열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에 더 크게 팽창하며 대부분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압가스 중에서 불붙기 쉬운 기체는 수소 일산화탄소 천연가스 등이며 질소 아르곤 네온 헬륨 등은 연소되지 않거나 연소되기 어려운 가스다. 수소는 고압의 가스분출 시에 생기는 마찰 전기에 의해 발화가 될 정도로 취급에 주의를 요하는 기체다. 수소는 산소나 염소등과 반응하면 매우 많은 열을 방출한다. 석유 나무 석탄 등을 태울 때는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보통 탄소가 불완전하게 연소하면 일산화탄소가 생기지만, 완전 연소돼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높은 온도로 가열된 탄소와 접촉하면 일산화탄소가 된다. 보일러를 오래 사용하면 안쪽 벽면에 그을음이 생기는데, 연소시에는 이 그을음이 벌겋게 가열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와 접촉할 경우 일산화탄소로 변한다. 그리고 이때 이산화탄소가 일산화탄소로 변하는 흡열 반응 과정에서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열효율을 떨어뜨리고 일정한 열을 얻기 위해서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보일러의 연소실은 최소한 6개월에 한번 씩은 청소를 해주어야 연료를 절약하고 유독한 일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 고압의 일산화탄소와 공기의 혼합 기체는 강한 연소 폭발성을 갖는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은 메탄이다. 천연가스는 액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기체로 각 가정에 공급된다. 천연가스는 공기 중에서 연소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되면서 많은 양의 열을 방출한다. 질소는 발화점이 높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는 산소와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높은 온도의 불꽃에서는 산소와 반응해 유독한 질소산화물이 된다.
아르곤 네온 헬륨 등은 모두 화학적인 반응성이 없는 비활성 기체다. 이 기체들은 거의 모든 물질과 반응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등의 내부를 채우는 기체로 이용되거나 기체 상태의 다른 물질을 나르는 매개 물질로 널리 이용된다. 위에서 살펴본 기체의 화학적성질은 기체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결합이나 전자 배치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질소는 원자들이 삼중결합에 의해 단단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에 대단히 안정한 분자다. 따라서 산소와의 반응이 일어나기 어렵다. 또한 비활성 기체의 전자 배치를 보면 마지막 껍질의 전자배치가 완성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원자와의 일체의 결합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고압가스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산화탄소는 이미 산소와 결합해 안정한 전자구조를 갖는 분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산소와 반응하기 어렵다(그림 2).
불을 끄는 3가지 효과적 방법
불이 났을 경우 불을 끄는 방법은 담요를 덮거나 혹은 물을 끼얹거나 소화기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연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연료의 계속적인 공급, 연소 반응에 필요한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 산소의 공급 등 세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불을 끄는 방법은 연소의 세가지 조건 중 하나를 신속히 제거하는 일이다. 메탄올이 화기 근처에 엎질러지면 옷을 벗어 덮는 것이 상책이다. 이 경우는 산소를 차단시키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불이 나면 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불꽃으로부터 열을 빼앗아 연소에 필요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물이 기화해 생성된 수증기가 산소의 접촉을 막는 구실도 한다.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보통 이산화탄소와 같이 불에 타지 않으면서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를 발생시켜 불꽃을 덮게 함으로써 불꽃과 산소의 접촉을 막아서 불을 끄는 것이다.
그런데 불을 더욱 활발하게 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보다 활발한 연소에 의해 높은 온도를 얻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젠은 똑같은 연료를 사용하면서도 보다 높은 온도의 불꽃을 얻는 기구를 개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분젠은 액체 상태인 연료를 압축시킨 후에 노즐을 통과시켜 분사함으로써 산소와 접촉하는 연료의 표면적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연소 속도를 빠르게 해 높은 온도의 불꽃을 얻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한 것은 원시시대부터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시에는 난방이나 음식물을 익혀 먹는데 대한 필요가 고작이었으므로 그다지 높은 온도의 불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동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로 접어들어 광물로부터 금속을 얻어내고, 얻어낸 금속으로 일정한 모양의 도구를 얻고자 하면서 높은 온도의 불꽃은 매우 중요해졌다. 이 시기에 개발된 것이 풀무질이었다. 즉 공기(산소)를 지속적으로 많은 양 공급해 줌으로써 연소를 더욱 활발하게 하는 방법이었다(그림 3).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면 불이 꺼지고 산소를 많이 공급하면 불꽃의 세기가 강해진다. 그러면 산소 이외에 불꽃을 지속적으로 타게 할 수 있는 기체는 없을까?
산소와 메탄의 반응 : ${CH}_{4}$+2${O}_{2}$→${CO}_{2}$+2${H}_{2}$O
염소와 메탄의 반응 : ${CH}_{4}$+4${Cl}_{2}$→${CCl}_{4}$+4HCl
산소 대신에 염소나 플루오르를 사용해도 반응이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 이 반응은 산소와 연료의 반응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변화다. 산소 원자는 연소의 결과 다른 원자로부터 전자를 떼어낸다. 염소와 플루오르도 다른 원소로부터 전자를 떼어내기 쉬운 구조를 갖는 대표적인 비금속 물질이다.
불이 타고 있을 때 분자의 상대적인 질량이 공기(=29)보다 큰 이산화탄소(=44)를 부으면 이산화탄소가 가라앉으면서 공기와 불꽃의 접촉을 막아서 불이 곧 꺼지지만 염소(=71)를 부으면 계속적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물론 연소의 결과 생기는 물질은 다르지만 염소는 연소를 지속시켜 주는 기체다.
함께 생각합시다
다음은 몇가지 기체의 성질을 나타낸 표다. 이 중에서 냉장고의 냉매로 적합한 것은?
해설
냉장고는 일반적으로 고압으로 액화시킨 물질을 증발시켜서 냉장고 안의 열을 빼앗는 장치다. 전기모터로 압축기를 작동시켜 프레온을 압축하면 열을 방출하면서 액화된다. 액체 상태로 된 물질은 냉장고의 내부로 보내지고, 이곳에서 기화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는다. 이 기체상태의 물질은 다시 압축기로 보내지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
따라서 냉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화된 물질을 다시 액화시키기 쉬워야 하며, 반응성이 없어야 한다. 답(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