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양극은 몇천 년 주기로 서로 위치가 바뀐다. 극 변화의 흔적은 퇴적암 속 자성물질에 남아있다. 극이 바뀔 때마다 자성물질의 배열 방향도 바뀌기 때문에 퇴적암을 조사하면 극 변화 주기와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불확실하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 미쉘 베르하누 박사팀은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실험실에서 재현해 물리학저널 ‘유로피직스 레터스’ 3월호에 발표했다. 지구의 내핵과 맨틀 사이에 있는 외핵은 4000~5000℃의 액체인 철로 이뤄져 있으며 지구 자전과 내부 온도차 때문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구과학자들은 외핵 안에서 전하를 띤 이온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기장이 유도돼 지구 자기장을 만들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중 구조로 된 실린더를 만들어 안쪽 실린더와 바깥쪽 실린더 사이에 액체 나트륨을 채웠다. 바깥쪽 실린더 양끝에는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반이 실린더 안의 나트륨을 휘저었다.
이 결과 실린더의 중심축을 따라 자기장이 유도됐다. 두 원반의 회전 속도를 바꾸면 안정했던 자기장의 극이 몇분 간격으로 변했다. 한 극에서 다른 극으로 향하는 자기장의 힘이 약해지다가 사라진 뒤 다시 반대 방향의 흐름이 급격하게 나타났다.
베르하누 박사는 “나트륨이 서로 부딪혀 생긴 마찰로 원반의 회전이 약해지면 자기장의 방향이 바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