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대학생이었던 임정현 씨는 지난해 8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취미로 기타를 치던 임씨가 캐논의 파헬벨을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찍어 국내 한 포털에 올렸고, 이 동영상이 미국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인‘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것이 시작이었다. 동영상 UCC 하나가 임씨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운 셈이다. 바야흐로‘동영상 UCC의 시대’가 열렸다.
만드는 사람은 편하고 보는 사람은 재밌고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타임’은“이제‘YOU’의 시대”라며‘YOU’를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를 풀어 쓰면“‘YOU’, 당신이 주인공이고 당신이 방송입니다”라는 뜻이다.
여기서‘YOU’는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터넷 사용자를 뜻한다. 임씨는 동영상 하나 덕분에 세계를 대상으로‘공연’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다. 동영상 UCC의 인기 비결이 뭘까.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입장으로 나눠 생각해보자.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창작의 폭이 넓어졌다. 지금까지 주로 써오던 텍스트와 이미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계가 동영상에서는 가능하다. 동영상의 특징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동영상 UCC 만한 매체가 없는 셈이다. 보는 재미에서 만드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매체라고나 할까.
경치나 행사처럼 스토리를 전개할 필요가 없는 내용은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찍어서 올릴수있다. 이렇게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이 간편해진 점도 동영상 UCC 열풍이 생긴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동영상을 만드는 대신 드라마나 영화의 클립을 올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일도 또 다른 자기표현일 수 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볼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동영상 UCC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다양한 장르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래서 기존 미디어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시간의 제약도 사라졌다. 어제 화제가 됐던 드라마장면을 오늘 볼 수 있고, 수년 전 재미있게 본 영화의 명장면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싸이월드로 대표되는‘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동영상 UCC가 빠르게 전파되면서 파급 효과는 더 커졌다.
한편 인터넷 사업자도 동영상 UCC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유튜브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동영상 하나 없이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해도 소위‘장사가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트래픽을 측정하는 IT 조사기관인 히트와이즈(Hitwise)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동영상 UCC 시장에서 유튜브가 46%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사장은 지난해 11월 웹 2.0 회의석상에서“구글 비디오가 잘 나가는데 왜 유튜브를 샀느냐?”는 질문에“구글 비디오도 잘나가고 유튜브도 잘나가는데, 잘나가는 둘을 합치면 더욱 잘나가지 않겠냐”고 대답해 당분간 동영상 UCC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패러디에서 르포, 홍보까지
동영상 UCC의‘원조’는‘웃기는 비디오’처럼 시청자들이 재미있는 상황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보냈던 동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휴대기기가 발달하면서 최근 동영상 UCC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동영상 UCC는 크게 7가지로 나눌수있다. 가장 일반적인 동영상이 생활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찍은 것이다. 주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몇 달 전 여중생 폭행 동영상처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방송이나 영화를 패러디하거나 재구성한 동영상도 많다. MBC 드라마‘주몽’의 명장면을 개그 프로그램 코너인‘마빡이’로 패러디한‘주몽 몽빡이’나 일본의 인기 만화인‘데스노트’를 패러디한‘현질노트’가 대표적인 예다.
임정현 씨처럼 프로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아마추어를 뜻하는‘프로츄어’(PROTEUR, PROfessional+amaTEUR)가 만든 동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때동영상을PCC(Proteur-Created Content)라 부르는데, 직업적으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독창적으로 창조한 콘텐츠라는 의미다. 프로츄어들은 방송이나 광고에 출연하면서 스타가 되는 경우가 있어 동영상 UCC는 최근 새로운‘스타 배출기’로 통하기도 한다.
르포형 동영상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직접 논문을 검증한 내용이 하나 둘 모이면서 결국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PD수첩’이 아니라‘동네수첩’쯤 될까. 꼭짓점 댄스 배우기, 초간단 샌드위치 만들기 등 교육형 동영상도 인기다.
동영상 UCC를 통해 홍보도 한다. 파란의 경우 엠박스(Mbox)의‘펀티비’동영상을 통해‘컬투패밀리’소속의 개그맨들이 직접 일상생활의 모습을 찍어 방송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동영상 UCC로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자사의 홍보를 위해 인터넷 사용자들을 참여시키거나 동영상 UCC 전용으로 홍보영상을 따로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저작권과 트래픽 문제 해결해야
국내에서는 엠박스(파란)를 비롯해 플레이(네이버), TV팟(다음), 야미(야후) 등이 동영상 UC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도라TV, MNCast, 아우라, 엠군, 노리터처럼 아예 동영상 UCC만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도 있다.
2006년이 재밋거리 위주의 동영상 UCC가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정보와 지식, 쇼핑, 방송을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동영상 UCC가 등장할 전망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동영상 UCC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좀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뿐 아니라 넘쳐나는 콘텐츠 중에서 원하는 동영상을 찾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급하다. 또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는 횟수가 급격히 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 트래픽 문제나 무분별한 음란물, 개인 사생활 침해 같은 문제도 계속 관심을 갖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UCC 대신 UGC 쓰자
UCC(User-Created Content)는 사용자 제작 또는 손수 제작한 콘텐츠를 가리킨다. UGC(User-GeneratedContent) 역시 UCC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UGC보다 UCC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그런데 구글에서 UGC와 UCC를 검색하면 UGC(205만건)가 UCC(25만7000건)보다 10배가량 많다.
사용자 참여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도 공식용어로 UGC를 사용하고 있다.‘ Creation’이 창작을 의미한다면‘Generation’은 창작뿐 아니라 동영상을 가공하고 편집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작게는 텍스트의 댓글부터 동영상까지 사용자가 만든 모든 콘텐츠를 말한다. 때문에 2005년부터 미국 등에서는 UGC라는 용어를 널리 쓰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사용자가 생산하는 콘텐츠의 85% 이상이 기존의 콘텐츠를 가져온 것이고 순수하게 창작한 콘텐츠는 15% 미만에 그친다는 점에서 UCC보다는 UGC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한편 UGC를 많이 만들어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들을‘퍼블리즌’(PUBLIZEN, PUBlishing+citiZEN)이라고 부르거나 정보의 소비자였던 사용자가 정보의 생산자 역할도 맡는다는 뜻에서‘프로슈머’(PROSUMER, PROducer+conSUMER)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용자(User)라는 단어가 수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을 뜻하는‘People’을 써서 UGC 대신‘PGC’(People-Generated Content)를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