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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문학자, 특이천체 퀘이사 무더기로 발견

국내에서 30억년 전의 빛 포착하다


국내에서 30억년 전의 빛 포착하다.


불빛이 거의 없는 시골에 가면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뿌옇게 빛나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은하수는 우리 태양이 속한 우리은하에 있는 수많은 별과 가스, 먼지가 하늘에 투영돼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름답게만 보이는 은하수는 천문학자들이 우리은하 밖에 있는 천체를 찾는데 방해가 된다. 은하수 방향의 우주공간을 ‘기피영역’이라 부르는 이유다.

한국 천문학자들이 이런 기피영역에서 퀘이사라는 특이천체를 무더기로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퀘이사는 중심에 초대형 블랙홀이 있어 주변의 가스와 별을 잡아먹으며 막대한 빛을 내는 특이한 천체다.

지난 1월 9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 임명신 교수팀은 보현산천문대 지름 1.8m 망원경으로 은하수 방향의 기피영역에서 ‘밝은 퀘이사’ 40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이인덕 박사과정생은 이 내용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29회 미국천문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성과는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임명신 교수(아래 오른쪽)와 이인덕 박사과정생은 은하수(위) 방향의 기피영역에서 밝은 퀘이사를 40개나 발견했다.


퀘이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퀘이사는 1963년 미국 천문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10만개 이상 확인됐다. 이 천체는 겉보기에 별처럼 보이기 때문에 준성(準星)이라 불린다. 퀘이사는 지구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으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게 특징이다. 초창기 퀘이사의 에너지원은 수수께끼였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질량이 태양보다 수백만~수십억배에 이르는 중심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일 때 내는 에너지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퀘이사는 생김새가 은하수에 무리지어 있는 별과 똑같기 때문에 은하수 방향의 기피영역에서 퀘이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임 교수팀의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영역에서 발견된 밝은 퀘이사는 90여개에 지나지 않았다.

임 교수는 “기피영역에서 밝은 퀘이사를 발견하는 일은 커다란 축구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가운데 한 사람을 찾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퀘이사를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특히 기피영역 가운데 기피영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은하적도에서 10° 이내)에서는 그동안 밝은 퀘이사가 10개만 알려져 있었다. 임 교수팀은 이 영역에서 밝은 퀘이사를 15개나 발견해 그동안의 숫자를 능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에 발견된 퀘이사는 모두 밝은 퀘이사라고 불리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보다 수만~수백만배가량 어둡다.


전형적인 퀘이사의 주변영역(01)과 기피영역에서 새로 발견된 퀘이사 중 하나인 'SNUQSO 2109+3532'의 주변영역(02)으 비교한 사진. 각 사진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천체가 퀘이사다. 기피영역에 퀘이사와 구별하기 힘든 별이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40개에 200개 더!

임 교수팀이 국내에서 밝은 퀘이사를 무더기로 발견한 비결은 무엇일까. 작전과 장비의 승리다. 먼저 기피영역에서 퀘이사 후보를 고르는 알고리듬을 개발했다. 퀘이사가 강한 전파를 내고 근적외선에서 붉은 파장의 빛을 많이 방출하는 특징을 이용했다. 즉 강한 전파를 내는 천체 가운데 근적외선에서 붉게 보이는 120개를 선택했다.

퀘이사 후보 120개가 진짜 퀘이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는 한국천문연구원 김강민 박사팀이 개발한 분광기(BOES)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OES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6월과 12월 임 교수팀은 경북 영천 보현산천문대에서 지름 1.8m 망원경에 BOES를 설치해 퀘이사 후보의 스펙트럼을 관측했다.

퀘이사는 중심의 블랙홀로 빨려드는 물질에서 에너지가 나오는데, 특히 수소와 산소이온에서 강한 빛을 낸다. 스펙트럼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방출선이 나타난다. 결국 연구팀은 6월에 11개의 퀘이사를, 12월에 29개의 퀘이사를 각각 발견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퀘이사는 지구에서 7억~30억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관측시설을 이용해 30억년 전에 출발한 빛을 포착해낸 셈이다.

대부분의 은하 중심부에 초대형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천문학자들은 퀘이사가 은하로 진화하는 전 단계라고 믿고 있다. 임 교수는 “은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아내려면 밝은 퀘이사의 초대형 블랙홀과 주변 환경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팀은 ‘서울대 밝은 퀘이사 탐사’(SNUQSO)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견한 퀘이사보다 좀더 어두운 퀘이사까지 탐사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 박사과정생은 “200여개의 퀘이사를 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팀은 2005년 6월 국내 최초로 퀘이사를 발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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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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