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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중형차, 지갑은 소형차 소비자의 선택은?

사람들은 항상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작게는 매일 점심식사의 메뉴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대학 전공을 비롯한 인생 진로에 대한 선택까지 다양한 선택 상황이 존재한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도 매순간 이 제품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산다면 어떤 크기의 제품을 살 것인가, 또는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살 것인가 고민한다. 그리고 선택한 결과가 바로 구매한 제품이다.


새로 살 때와 바꿀 때는 선택기준 달라

이제 회사에 갓 취직해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은 A씨는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수입을 고려하면 소형차가 알맞지만, ‘폼생폼사’로 중형차에 끌리기도 한다. 국내 자동차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B씨는 어떤 고객에게 어떤 크기의 자동차를 집중적으로 홍보할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어떤 기준에 따라 자동차 크기를 선택하는지 알아보고 앞으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해보는 작업도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자동차 크기를 선택하는 행태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또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선택 모형’(choice model)을 적용해보면 그 답이 보인다. 선택 모형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고려해 개인이 특정 제품을 선택할 확률을 예측하는 모형이다. 모형의 기본적인 형태는 1/(1+exp(상수+변수1×요인1+변수2×요인2+…))로 영향 요인의 변화에 따라 선택확률이 0~1의 값을 갖는다.

먼저 자동차를 소형차(1500cc 이하), 중형차(2000cc 이하), 대형차(2500cc 이상)의 세 차종으로 구분하고 선택 모형을 이용해 각 차종별 판매량을 예측했다.

선택 모형을 이용한 예측 절차를 간단히 살펴보자. 아직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이 1000명이고 모든 사람이 t라는 시점에 소형차를 구매할 확률을 3/100, 중형차를 구매할 확률을 2/100, 대형차를 구매할 확률을 1/100, 어떤 차도 구매하지 않을 확률을 94/100라고 가정한다. 그러면 시점 t에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의 판매량은 각각 30, 20, 10대가 된다.

그동안 자동차를 처음 산 사람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소형차를, 3분의 1가량은 중형차를 선택햇으며 대형차를 첫 차로 선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처음엔 3분의 2가 소형차 구매

이런 차종별 선택확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개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중대형 차량을 많이 선택할 것이고 안 좋을 때는 소형차를 많이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선택 모형에서 얻은 차종별 선택확률에 아직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의 수를 곱하면 각 차종별 신규 판매량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를 처음 사는 사람만 자동차를 구매하나? 그렇지 않다. 기존에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도 그 차를 버리고 새 차를 구입한다. 이런 수요는 신규 수요와 달리 ‘대체 수요’라 한다. 자동차를 대체하려는 사람은 처음 구매하는 사람과 달리 자동차에 매우 익숙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처음 구매하는 사람과는 차종 선택의 기준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대체 구매자들은 별도의 선택 모형을 적용해야 한다.

먼저 과거의 선택 행태를 분석하기 위해 차종별 판매량 자료를 수집했더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1998년 판매량이 엄청나게 감소했던 것이다.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사람들이 자동차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변수는 자동차를 살지 말지의 선택뿐 아니라 구매할 자동차의 크기에 대한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들 변수를 선택 모형의 요인 변수로 삼아 수학 공식을 만들었다.

분석 결과 자동차를 아직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 자동차를 구입할 확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꾸준한 경제 성장과 일맥상통한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동차의 크기를 보면, 자동차를 처음 사는 사람의 2/3 가량은 소형차를, 나머지 1/3 가량은 중형차를 선택하고 대형차를 첫 차로 선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자동차를 처음 사는 사람은 젊은층인 경우가 많고, 이들의 경제력을 생각할 때 처음부터 대형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원래 타던 자동차를 바꾸는 경우 선택하는 자동차 크기를 살펴보면, 1980년대 중반까지는 소형차를 타던 사람은 다시 소형차를, 중형차를 타던 사람은 다시 중형차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경제 성장과 더불어 소형차 소유자는 중형차를, 중형차 소유자는 대형차를 선택하는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1998년 IMF 경제위기 때문에 그 확률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01 중형차 전체 판매량은 1998년 IMF 경제위기 때 곤두박질쳤다. 특히 중형차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이 급격히 감소했다. 소형차에서 중형차로 대체하는 사람은 줄어든 반면, 중형차에서 중형차로 대체한 사람은 늘었다. 02 03 소형차나 중형차를 신규로 구매하는 확률(02), 중형차(소형차)를 대형차(중형차)로 대체 구매하는 확률(03)은 IMF 위기 때 잠시 떨어졌다.


대형차 소유자는 쭉~ 대형차

IMF 시기에는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렇다면 IMF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구매자 집단은 어느 집단일까.

분석 결과 IMF 경제위기 당시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는 대부분 자동차를 처음 구매하려는 사람이 안 샀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자동차를 바꾸기 위해 구매한 수는 소폭 감소하거나 오히려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자동차 없이 지내온 사람은 열악한 경제 상황에 자동차 구매를 잠시 미루고,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은 차량이 낡아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자동차를 구입했다는 뜻이다. 다만 예전처럼 더 큰 차량을 사지 않고 같은 크기의 자동차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했다.

중형차 소유자들은 IMF 위기 때 대형차로 교체하는 일을 자제했지만 대형차 소유자들은 경제위기에 개의치 않고 대형차로 교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IMF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형차는 아직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형차는 현재 소형차를 보유한지 오래된 고객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물론 회사 내부의 데이터베이스에 각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의 크기와 연식이 저장돼 있어야만 한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잘 정리해 보관하고 있는 기업만이 적절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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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일 박사과정
  • 진행

    임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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