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사이언스’는 “지구 온난화란 대재앙을 막을 시간은 앞으로 10년뿐”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지난 4월 2일 “최악의 경우 2050년까지 100만종 이상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과학자들이 지구의 기후에 대해 내놓은 예측은 하나같이 암담하다. 환경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여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끔찍한 재난을 경고한다. 그런데 정작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침묵을 지킨다.
세계적 환경생물학자 팀 플래너리가 아직까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미국과 호주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나섰다. ‘기후 창조자’는 ‘인류가 기후를 만들고, 기후가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는 주제로 기후 변화가 가져올 미래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지난 40년간 강수량이 줄어 ‘죽음의 땅’으로 변한 아프리카 사헬 지역과 호주 남서부 등 기후 변화가 일으킨 극적인 변화를 예로 들며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호주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산호초 ‘그레이트배리어 리프’도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 산호초가 죽어 하얗게 되는 백화현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책은 금세기에 일어날 확률이 높은 거대한 재앙으로 3가지를 꼽았다.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열을 공급하는 멕시코 만류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아예 소멸되고, ‘세계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아마존 우림지역이 사라지며,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메탄 등의 기체가 수화물이 바다 위로 올라와 대기 중에 방출되는 것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셋 모두 지구 생태계를 심각한 파국으로 이끌었다. 이를 막는 방법은 먼저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방출을 줄이는 것이다.
플래너리 박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0%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에 살아있는 생명체의 1/5이 수십 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석유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유를 무기로 폭리를 취하는 거대 기업의 횡포가 더 심해질 경우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독재 정부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예측까지 내놓는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반대하는 선진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기후 변화가 그리 급한 문제는 아니다’는 주장은 인류의 미래를 담보로 한 무책임한 억측이라는 것이다.
또 태양열 온수기를 설치하거나 연료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제시하며 ‘기후 창조자’인 독자들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기후 창조자’는 호주 정부가 줄곧 고수해 온 경제 논리와 자국 위주의 환경정책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레드 다이아몬드, 빌 브라이슨 등 세계적 석학에게서 큰 호평을 받았다. 뉴사우스웨일즈문학상에서 ‘200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