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에 3만6000여명이 몰렸다. 지난 7월 14일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인 후보 공모를 마감한 결과 남자 2만9280명, 여자 6926명으로 모두 3만6206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21일부터 인터넷사이트(www.woojuro.or.kr)에서 진행된 이번 공모에는 신세계그룹 정재은(67) 명예회장, 공군 전투기조종사 고동철(35) 소령 등이 응모해 화제를 모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만4763명으로 전체의 68.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지역별로는 서울 1만2792명(35.3%), 경기 8161명(22.5%), 부산 2317명(6.4%) 순이었다.
이들 응모자는 8월 말~9월 초 서울, 대전, 부산 등 6곳에서 3.5km 달리기를 통한 기초체력평가를 거치고 2주 뒤 영어와 종합상식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 과정에서 9월 말 1차로 300명으로 압축되고 그뒤 3차례의 선발과정을 통해 내년 1월쯤 우주인 후보 2명이 확정된다. 이들은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을 받은 뒤 최종 1명이 우주로 떠난다.
2008년 4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은 외국 우주인 2명과 함께 러시아의 ‘소유즈’ 호를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우리 우주인은 10일간의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그동안 어떤 우주복을 입을지 궁금하다.
26 년간 가장 많이 착용
러시아 우주선을 타는 우리 우주인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제 우주복을 입는다. 소유즈 호에 탑승할 때는 10kg 정도의 선내 우주복 ‘소콜KV2’를 착용한다. 소콜이란 단어는 러시아어로 매라는 뜻이다.
하얀색의 소콜KV2는 우주로 향하거나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 안에서 입는 우주복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선내 우주복은 오렌지색의 ‘ACES’(Advanced Crew Escape Suit)로 일명 ‘펌프킨슈트’라고 불린다. 소콜 우주복이나 펌프킨슈트는 해발고도가 19km 이상에서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몸속의 체액이 끓지 않도록 압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소콜 우주복은 러시아 우주인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개발됐다. 1971년 6월에 3명의 우주인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복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비좁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떠났다. 우주로 갈 때는 괜찮았지만 지구로 돌아올 때 문제가 생겼다. 귀환 도중 우주선에서 압력을 조절하는 밸브가 열려 3명 모두 질식해 사망한 것이다.
그뒤 러시아의 비행·우주복 연구소 ‘NPP 츠베츠다’에서 전투기 조종사용 비행 압력복을 개조해 우주복 ‘소콜K’를 개발했다. 소콜KV2는 소콜 우주복의 최신 개량형이다. 1980년에 처음 사용된 소콜KV2는 26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주인이 착용한 우주복이다.
소콜 우주복은 복장 본체, 헬멧, 장갑, 구두로 구성된다. 본체는 상하의가 하나로 된 일체식인데, 가슴부분에 V자형 지퍼가 있어 이 부분에 몸을 넣어 착용한다. 우주비행사는 이 우주복을 3분 내에 입어야 한다. 만일 사람이 진공 상태에 노출된다면 길어야 3분밖에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저귀 팬티가 기본
본체는 크게 2겹으로 나뉘는데 바깥쪽은 하얀색 나일론이 덮고 있고 안쪽에는 고무를 입힌 폴리이미드란 첨단소재가 쓰인다. 폴리이미드는 120℃의 고온이나 영하 120℃인 저온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단열효과를 발휘하는 섬유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복에는 압력, 온도,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며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케이블이 2개 달려 있다.
우주복을 입고 있는데 소변이 마려우면 어떻게 할까. 원칙적으로 우주인은 우주선을 타기 하루 전부터 물이 적게 들어간 음식을 먹으며 조절하지만 그래도 소변이 급할 때가 있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소콜 우주복을 입수한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는 “일종의 기저귀 같은 팬티나 콘돔처럼 생긴 호스가 달린 팬티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주로 남녀 공용의 기저귀 팬티를 착용하는데, 이 팬티는 약 800ml의 소변을 흡수할 수 있고 냄새를 막는 기능도 한다.
우주인을 태운 소유즈 호는 발사한지 이틀 후면 고도 350km의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한다. 우리 우주인은 이곳에 1주일 정도 머물 예정인데, 그동안 티셔츠와 바지로 된 활동복(평상복)을 입는다.
활동복은 우주정거장 안에서 생활하는데 간편한 복장이지만, 먼지가 나지 않고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는 옷이어야 한다. 지상에서보다 큰 먼지가 떠다니다 우주인의 폐에 들어가면 위험하고 정전기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개발 가능한 우주복
최기혁 항우연 우주인사업단장은 “활동복은 러시아 측에서 미리 준비해 주기로 했다”며 “한달쯤 전 음식이나 다른 물건과 함께 무인화물용 우주선에 실어 우주정거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복은 이탈리아나 일본에서도 개발되고 있다. 이탈리아 우주인은 활동용, 수면용, 운동용의 3종류를 입은 적이 있다. 일본여대에서는 여러 종류의 섬유를 이용해 땀을 잘 흡수하면서도 가벼운 활동복을 개발하고 있다. 100% 면으로 된 옷은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지만 땀을 흡수하면 무거워지는 게 단점이다. 활동복은 우리도 개발할 수 있는 우주복이다.
우주복의 대명사는 뭐니뭐니 해도 금 코팅된 헬멧에 여러 겹으로 둘러싸인 무게 90kg의 선외 우주복이다. 아쉽게도 우리 우주인은 선외 우주복을 입지 못할 것 같다. 러시아의 오를란이나 미국의 EMU (Extravehicular Mobility Unit) 같은 선외 우주복은 우주공간에서 작업하는 동안 착용하는 복장인데, 우리 우주인은 우주정거장을 조립하거나 수리하는 임무를 담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귀환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바다에 불시착하면 어떻게 할까. 소콜 우주복은 수분을 흡수하지 않아 물에 가라앉지 않지만, 우주선에는 비상구조복이 갖춰져 있다. 오렌지색의 비상구조복은 물에 뜨고 보온 기능이 있는 게 장점이다. 물론 우리 우주인은 비상구조복을 입을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