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여 전형적인 분지를 이루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울이다. 서울 한 복판을 관통하는 한강의 북쪽에 북한산이 있다면 남쪽에는 관악산이 있다. 관악산은 북한산과 마찬가지로 산 전체가 마치 꽃 같은 돌들이 불타는 듯한 형국을 이루고 있어 풍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산’(火山)으로 통한다.
그 형세와 규모가 설악산과 북한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다양한 기암괴석과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푸른 소나무와 어울리며 곳곳의 능선 자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아름다운 산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관악산의 여러 암석 경관 가운데 연주대가 있는 최고봉인 연주봉(629m)은 매우 독특하고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쳐다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치 예리한 칼날을 겹겹이 세워 놓은 듯 여러 개의 뾰족한 암봉들이 차곡차곡 포개져 깎아지를 듯한 절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특이한 형상의 바위가 생긴 것일까.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북쪽의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남쪽의 관악산, 삼성산, 청계산의 공통점은 모두 거대한 암봉과 크고 작은 바위 능선들로 이어지는 암산(巖山)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암산들은 모두 백색의 우윳빛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중생대는 한반도에서 지각 변동이 가장 심했던 시기였다. 전국 곳곳에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지축이 흔들리는 등 화산과 지진 활동이 활발했고, 지층의 일부가 솟아오르고 내려가기도 하며 지각에 여러 단층선과 균열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지하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을 타고 솟아오르다가 지하에서 냉각·고화돼 화강암이 형성됐다. 관악산을 비롯해 서울 주변 암산에 분포하는 화강암을 통칭해 ‘서울 화강암’이라고 한다. 서울 화강암은 중생대 쥐라기말 1억6000만~1억50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비교적 지하 약 10km 부근의 깊은 곳에 관입해 형성됐다.
그런데 오랜 지질 시대를 거치면서 화강암을 덮고 있던 물질들이 침식과 풍화를 받아 모두 깎여나감에 따라 화강암은 지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 때 짓누르던 압력이 줄어들면서 화강암이 팽창해 부피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암석에 수직이나 수평, 그리고 격자무늬의 금이 가면서 절리가 발달한다. 만약 화강암에 발달한 절리의 방향이 특히 수직 방향으로 탁월하게 발달할 경우 침식과 풍화는 이 세로의 기다란 절리면을 따라 집중된다.
관악산의 연주봉은 바로 이런 수직 절리가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이라 할 수 있다. 수직 절리에 의해 형성된 기암들은 강원도 속초 설악산의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능을 비롯해 전남 영암의 월출산과 장흥의 천관산 등에서 볼 수 있다. 전남 광주의 무등산 입석대는 화강암이 아니라 현무암의 주상 절리가 발달해 형성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