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일이야! 처음으로 투표하는 거라 무척 설레면서도 긴장돼. 참, 대한민국에서도 곧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며? 이번에는 우리처럼 만 18세도 투표한다던데…. 뭐라고?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이런~!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구나?
2020년부터 만 18세도 투표할 수 있어. 정확히 말하면 생일이 선거일인 4월 15일이거나 이전인 만 18세지. 그래서 일부 고3 학생도 투표할 수 있어. 약 53만 2000명이나 된다고 하니 상당히 많지? 여기에 이번에 투표권을 얻는 만 19세와 만 20세 유권자 약 124만 6000명을 합하면 새로운 유권자가 약 177만 8000명이나 돼. 2018년 지방선거의 유권자 수가 약 4344만 명이었으니, 유권자 수가 4521만 명 정도로 늘어나는 거야. 물론 사망한 사람을 고려하면 조금 적어질 수 있어.
많은 수이기는 하지만 투표권을 처음 행사하는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9% 정도밖에 안 되고, 만 18세만 놓고 보면 약 1.2%밖에 안 되는데 무슨 큰 영향이 있겠냐고? 천만의 말씀! 만 18세 유권자의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부터 수학적으로 알려줄게!
무시할 수 없는 만 18세 유권자의 영향력
만 18세 유권자의 수가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후보자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경우 만 18세 유권자의 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실제로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의 득표수가 1000표 미만이었던 지역이 전국에서 총 선거구 253곳 중에 무려 13곳이나 있었거든. 인천 ‘부평갑’ 선거구는 표 차이가 달랑 26표였어. 만약 그 당시에 만 18세가 투표할 수 있었다면 당선자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 어때? 단순히 유권자 수만으로도 만 18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수학으로 확인한 만 18세 유권자의 중요성
만 18세 유권자의 영향력은 승부가 박빙인 일부 지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겠냐고? 그렇게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수학적인 연구 결과를 준비했지. 마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물리학과 연구팀이 수학 모형으로 선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2020년 1월 13일에 ‘네이처 물리학’이라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했거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구 변화나 선거권 제한 같은 요소가 유권자 집단의 특성을 변화시켜서 선거라는 ‘함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거야.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으로도 충분히 선거 결과가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지!
알렉산더 지겐펠트 MIT 물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과 야니어 바르 얌 미국 뉴잉글랜드 복잡계 연구소 소장은 선거라는 집단적인 행동을 수학 모형으로 만들어 분석해보기로 했어.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변수로 두고 그에 따라 당선되는 후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선거 결과를 함수로 나타낸 거야.
예를 들어 유권자와 후보자의 의견은 얼마나 진보적인지, 얼마나 보수적인지에 따라 1차원 직선 위의 변수로 나타낼 수 있어. 0을 기준으로 -를 진보, +를 보수라고 한다면 -10인 사람은 -1인 사람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지. 연구팀은 이처럼 유권자와 후보자의 의견을 1차원의 연속적인 공간에서 나타내는 함수를 정의했어.
또 연구팀은 유권자의 의견에 생긴 작은 변화가 선거 결과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불안정성’이라고 정의했어. 함수의 변숫값의 차이를 0에 아주 가깝게 보냈을 때 함숫값의 차이가 0에 가까워지면 안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정하다고 본 거지. 그리고 선거 제도의 변화나 투표권 변화, 낮은 투표율 같은 요소가 유권자 집단의 특성을 바꿔서 불안정성을 준다고 설명했지.
연구팀은 선거에 이런 불안정성이 생기면 유권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이 진보에서 보수로, 혹은 보수에서 진보로 조금만 변해도 선거 결과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지. 가령 진보적인 유권자가 조금 늘었는데 오히려 선거 결과는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지만 연구팀은 이렇게 설명했어. 예를 들어 만 18세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면서 유권자의 전반적인 여론이 중도에서 진보가 우세한 방향으로 변했다고 가정할게. 그리고 선거에 나온 후보는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 후보라고 할게. 이때 문제는 극단적인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중도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거야. 따라서 본인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진보 성향의 후보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니까, 극단적 진보 유권자는 크게 봤을 때 진보 진영이 승리할 거라고 안심할 수도 있지. 그래서 다수의 극단적인 진보 유권자가 선거에서 기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대.
만 18세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서 오히려 여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그렇지 않아. 연구팀은 투표율이 높으면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어. 여론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만드는 전제 조건인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거야. 적은 유권자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아니라,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는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여론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만 18세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더 중요한 거야. 어서 올해 투표권을 얻은 언니, 오빠, 형, 누나에게 소중한 한 표의 중요성을 수학적으로 설명해주도록 해. 그럼 난 이만 투표하러 갈게!
※도움 박성철(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