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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나 긴 빛줄기를 그리는 유성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옛날에는 유성이 초자연적인 의미를 가지며 무작위로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1년 중 특정한 날 많은 유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빗나간 마스덴의 예상

유성이 혜성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1866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지오반니 스키아파렐리가 매년 8월에 나타나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궤도를 계산해내고, 그것이 1862년 나타났던 대혜성과 대단히 유사한 궤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유성과 혜성이 연관돼 있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유성의 정체를 규명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로 오늘날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유성우들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들이다.

1862년에 나타났던 이 혜성은 그 해 7월 15일 아마추어 천문가 루이스 스위프트가 처음 발견했다. 처음에 그는 이 혜성이 며칠 전에 발견됐던 다른 혜성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그러나 3일 뒤 천문학자인 호레이스 터틀도 발견하면서 이 혜성은 새로운 혜성으로 판정돼 스위프트-터틀(Swift-Tuttle) 혜성으로 명명됐다.

스위프트-터틀 혜성은 그 뒤 상당히 중요한 혜성으로 간주돼 왔다. 매년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혜성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 혜성의 주기가 얼마이며 언제 회귀하는가에 따라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

1973년 무렵 미국 스미소니언 천문대의 천문학자 브라이언 마스덴은 스위프트-터틀 혜성과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1862년에 관측된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위치를 이용해 혜성의 궤도를 다시 계산했다. 문제는 당시 관측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데다 위치 측정도 부정확하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혜성이 남쪽하늘에 위치했을 때 아프리카 희망봉에서 관측된 기록들이 불확실해 혜성의 정확한 궤도요소를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연구를 거듭한 마스덴은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1979년에서 1983년 사이에 다시 회귀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80년이 되자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다른 해보다 약 두 배 가량이나 많은 유성을 뿌렸다. 사람들은 이것이 모혜성의 접근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듬해인 1981년에도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예년과 다른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좋은 조짐이었다. 하지만 예고된 혜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1982년 이후 다시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결국 마스덴의 예상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으며 스위프트-터틀 혜성도 잃어버린 혜성이 되고 말았다.
 

페르세우스 유성우 복사점의 이동. 유성이 퍼져나가는 중심 위치가 바로 복사점이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복사점은 날짜에 따라 이동한다(화살표). 그 이유는 유성체의 띠와 지구와의 우주공간에서의 거리가 변하기 때문이다. 통상의 복사점은 극대일인 12일과 13일의 위치에 있다.


집념의 천문학자와 돌아온 혜성

그러나 작은 힌트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이미 오래 전인 1902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린이 1862년의 혜성이 1737년 중국 베이징에서 선교사가 발견한 케글러(Kegler) 혜성과 동일한 혜성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행방을 찾던 마스덴은 이 기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스위프트-터틀 혜성과 케글러 혜성이 동일 혜성이라면 획기적인 자료가 제시되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 예측의 실패를 거울삼아 1737년과 1862년에 관측된 혜성 기록 217개를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두 혜성이 동일한 혜성이라면 이 혜성의 주기는 130년. 따라서 1992년 11월 25일 즈음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1991년 8월이 됐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다른 해와 달리 대규모로 활발해졌다. 1991년의 유성우는 시간당 200개를 훨씬 넘는 것으로 평소의 약 3배에 달하는 숫자였다.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회귀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일까? 아니면 1981년처럼 일시적인 현상일까? 어쨌든 이것은 오랜 기간을 기다려온 마스덴에게 좋은 조짐이었다. 1992년 8월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도 마찬가지로 활황이 지속됐다. 다만 1992년의 경우 유성우 극대일이 보름달이었기 때문에 관측이 어려웠다.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스위프트-터틀 같은 대혜성은 지구에 근접하기 오래 전에 발견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목표한 1992년 11월이 되기 두 달 전인 9월이 시작됐음에도 혜성 발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을에 접어들던 9월 26일 새벽. 125밀리미터 쌍안경을 사용해 혜성을 탐색하던 일본 아마추어 천문가 기우치 쓰루히코가 새로운 혜성 하나를 발견했다. 새벽 동쪽하늘에서 발견된 이 혜성은 발견 당시 11등급으로 비교적 밝은 편이었고 이미 코마를 형성해 혜성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며칠간의 관측 후에 이 혜성의 궤도가 계산됐고 마침내 그 정체가 밝혀졌다. 놀랍게도 기우치가 발견한 이 혜성은 1862년에 나타났던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130년만에 돌아온 것이었다!

마스덴이 스위프트-터틀 혜성을 연구하기 시작한 후 19년만에 회귀한 것이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에서 시작해 혜성 회귀의 증명까지 19년에 걸친 작업이 완료되던 날, 마스덴이 얼마나 흥분했을지 익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위프트-터틀 혜성.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모혜성으로 유명하다. 130년만에 다시 나타난 1992년의 모습으로 당시 밝기는 5등급대였다.


올해의 페르세우스 유성

이후 스위프트-터틀 혜성은 1737년까지 3번의 회귀가 연결되면서 그 궤도가 더욱 명확해져 109번째 주기혜성(109P/Swift-Tuttle)이 됐다. 마스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혜성의 관측 기록은 기원전 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 혜성은 135년 후인 2126년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해마다 8월이 되면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나타난다. 매년 볼만한 모습을 연출하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올해에도 중요한 천문현상이 될 것이다. 올해의 경우 유성우가 가장 활발한 시각은 8월 12일 17시 53분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시각이 되면 1479년 회귀 때 스위프트-터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 조각들과 지구가 만난다. 그리고 그 먼지들이 지구로 떨어지면서 유성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때가 저녁 시간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그러나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경우 극대 시간이 비교적 길게 분포하고 꾸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극대일을 전후한 며칠동안 상당히 많은 양의 유성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유성을 볼 수 있는 시기는 8월 13일 새벽이다. 이날 관측이 여의치 않다면 12일 새벽이나 14일 새벽에도 상당수의 유성을 볼 수 있다.

통상의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지나가면 한 시간에 50~100개 가량의 유성이 떨어진다. 유성들은 페르세우스자리에 위치한 복사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사점이란 떨어지는 유성들을 반대방향으로 연장했을 때 한 곳에 모이는 하늘의 지점이다. 대부분의 유성들은 복사점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작해 방사상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므로 유성을 페르세우스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성을 관측하는 방향은 하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유성체와 지구의 만남^스위프트-터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유성체들은 혜성 궤도를 따라 우주를 떠돈다. 매년 혜상과 지구의 궤도가 만날 때 유성체는 지구와 가장 가까워진다. 이때 유성우를 볼 수 있다. 혜성 궤도는 회귀할 때마다 미세하게 다르므로 유성체의 띠도 달라진다. 올해 8월 12일 지구와 만나는 유성체는 1479년 회귀한 혜성의 조각들이다.


코마(coma) | 혜성이 태양에 접근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가스가 증발하고 먼지가 나오는데, 이들이 핵을 둘러싼 것을 코마라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먼 거리에서 혜성의 존재를 코마로 확인한다.

200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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