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엔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강원도 계곡이나 제주도 바닷가에 떨어지는 폭포가 있는가 하면 규모가 어마어마한 아프리카 빅토리아폭포나 북미 나이아가라폭포가 있다. 우주에 폭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칠레 아타카마에 건설된 유럽남반구천문대(ESO)에서 구경 8.2m짜리 거대망원경(VLT)으로 찍은 사진을 보라. 전체 모습이 영락없이 거대한 폭포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노란 물줄기는 폭포수가 거침없이 떨어지는 듯하고 그 주위로 푸른 빛이 감도는 영역은 물보라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서는 검붉은 ‘우주 바다’와 만난 뒤 다시 튀어 오르는 노랗고 붉은 물줄기도 보인다.
‘우주 폭포’는 겨울철의 유명한 별자리 오리온자리에 있는 오리온성운 남쪽에 있다. 이곳에 거대한 폭포가 생겨난 이유가 자못 궁금해진다. 혹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힘센 거인 사냥꾼인 오리온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오리온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의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둘의 사랑은 너무 뜨거워 곧 결혼을 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하지만 여신의 오빠이자 태양의 신인 아폴로는 둘의 관계를 좋지 않게 생각했다. 급기야 오리온을 죽이기로 마음먹게 됐다.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는 오리온을 본 아폴로는 그 머리에 햇빛을 내리쪼였다. 아르테미스에게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슴이라고 속이며 활솜씨를 보여 달라고 했다. 평소 활쏘기에 자신 있던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의 머리를 한발에 명중시켜 버렸다. 아르테미스는 자신이 오리온을 죽인 것을 알고 큰 슬픔에 빠졌고 한동안 눈물로 지새웠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제우스에게 오리온을 별자리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둘의 깊은 사랑 때문인지 달이 떠있는 겨울밤에도 오리온은 밝게 빛난다.
우주 폭포는 아르테미스가 흘리는 슬픔의 눈물일까, 오리온이 흘린 피일까. 사실 폭포처럼 보이는 이 천체는 천문학적으로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HH222’라 불리는 우주 폭포는 모양이나 생성 원인이 모두 신비한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폭포수가 다시 튀어 오르는 형상을 한 곳은 설명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곳에서 붉은 색의 물줄기를 따라 가보면 별 하나가 눈에 띈다. ‘HH34’라 불리는 천체다. 주변 모습은 이 천체가 초속 250km라는 빠른 속도로 가스 물질을 물줄기처럼 뿜어내면서 빚어낸 것이다. 이 엄청난 분출은 아직 별이 되기 전 단계인 천체의 주위 원반에서부터 다량의 물질이 이 천체로 빨려들 때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HH34는 지구에서 약 1500광년 떨어져 있다. 만일 정체를 알 수 없는 폭포 HH222도 이 천체와 같은 거리에 있다면 폭포의 전체 길이를 추정할 수 있다. 그 길이는 무려 3광년에 달한다. 저 폭포수에 맞는다면 끔찍이도 시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