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지하실에 외계인의 시체가 묻혀 있다는 비밀 아세요?”
‘블랙홀 박사’로 유명한 박석재(48)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맞아? 박 박사의 말은 이어졌다. “이런 말 하면 비웃음만 사요. 그런데 왜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지구에 온 외계인을 조사한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죠?”
박 박사는 “한국인이 우주에 대한 긍지를 잊어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멋진 까페 안에서 그는 스파게티 먹는 것조차 잊은 채 한국인이 우주 민족인 근거를 대기 바빴다. 그가 제시한 것 중 하나가 태극기다. 우주의 원리를 담은 국기가 세상에 태극기 말고 또 어디 있나, 일장기는 기껏해야 별(태양) 하나 아니냐는 것이다. 사람이름을 지을 때도 음양오행의 이치를 따지는 것이 우리나라다.
박 박사는 자신과 천문학의 인연을 ‘팔자’라고 소개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대전 시내를 흐르는 유등천으로 고기 잡으러 갔다가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은하수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천문학 책과 잡지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에 전과, 수련장을 베껴서 나름대로 천문학 책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대학 천문학과 진학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블랙홀을 연구했다. 대학 시절 블랙홀을 이해하기 위해 일반상대성이론까지 독학으로 공부하던 그였다. 졸업하면서 지도 교수와 함께 블랙홀의 회전 속도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박 박사는 “주류 이론은 아니지만 내 모델은 무시당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그의 표현을 빌면 ‘20여년동안 다른 곳에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천문연에서 일했다.
그는 활발한 과학대중화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1991년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지냈다. 이 학회는 전문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마추어 천문가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동안 대전시청을 설득해 4년 전 대전시민천문대를 세웠다. 이후 붐이 일기 시작한 시민천문대는 곧 전국에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어렸을 때 별을 보며 자란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별을 본 사람들은 공군 조종사가 돼도 적 전투기를 쏘는 대신 우주 비행사가 되려고 해요.”
별 보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의 말이 더 빨라졌다. 왜 별 이름을 딴 칵테일 하나 없냐고 한다. “‘화성의 하룻밤’이라고 하면 멋있지 않나”며 기자에게 동의를 구했다. 박 박사는 “‘빅 뱅’이라는 곡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타를 잘 치는 그는 ‘프렌드’라는 밴드를 결성해 현재 음반을 만들고 있다.
“흑싸리 껍데기에 달이 떠 있는 거 아세요? 화투장에 별과 우주가 얼마나 많은데. 인터넷 고스톱 사이트를 처음 만든 사람이 경희대 천문우주학과 졸업생인 것 몰랐죠? 요즘 천문학과 나온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 안 하는지 몰라. 우주는 손대면 다 처음이에요.”
그는 책도 참 많이 냈다. 어렸을 때 읽을만한 천문학 책이 없어서 아쉬웠기 때문이란다. 이번에 낸 책 이름은 ‘아인슈타인과 호킹의 블랙홀’이다. 블랙홀에 관한 한 2명의 천재가 있는데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블랙홀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고 호킹은 불랙홀에서 빛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박 박사는 “조금 어렵지만 끈기를 갖고 보면 블랙홀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요즘 ‘어린이과학동아’에 만화도 그린다. 우주신령, 은하신령, 지구신령이 등장해 별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준다. 그는 “한국 사람이 빅뱅과 별의 탄생에 대한 만화를 어렸을 때부터 봐야 우주를 자기 것으로 여긴다”고 ‘근엄한 박사’가 만화를 그리는 이유를 밝혔다.
“소행성은 왜 꼭 뉴욕 앞바다에 떨어집니까. 동해에 떨어지면 안됩니까. 우리 고장 꽃은 있는데 왜 우리 고장 별은 없습니까. 우주를 우리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인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우주 민족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