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자주 등장했던 독거미가 바로 타란툴라다. 그렇지만 요즘은 타란툴라가 애완동물로 각광받고 있다. 털이 삐죽삐죽 나온 모습이 징그럽기도 하지만 애완용으로 기르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놀랍게도 우주에도 타란툴라를 닮은 대상이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 국가를 방문하면 밤하늘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천체 중에 대마젤란은하가 있다. 뿌옇게 보이는 이 은하 속에 타란툴라라는 이름의 성운이 숨어 있다. 타란툴라성운은 남반구의 밤하늘에서 보름달만큼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성운이다. 맨눈에도 어렴풋하게 보일 정도다.
칠레에 건설된 유럽남반구천문대(ESO)의 지름 2.2m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라. 2002년 6월 공개된 이 사진의 중앙에 붉게 보이는 대상이 바로 타란툴라성운이다.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천문학자 루이 드 라카유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근처에서 밤하늘을 관측하다가 발견한 이 성운은 여지없이 타란툴라를 떠오르게 한다.
가장 그럴듯한 부분은 성운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온 빛줄기. 이 빛줄기는 영락없이 타란툴라의 몸통에 달려 있는 다리처럼 보인다. 이 우주 거미가 실제 거미처럼 8개의 다리를 가졌는지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날카로운 다리의 생김새는 거미 다리와 많이 닮아 있다.
지구에서 17만 광년이나 떨어진 우주공간에 지름이 1000광년도 넘는 거대한 우주 거미가 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타란툴라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남부 도시 타란토에서 유래한다. 이탈리아에서는 1370년부터 이 거미에 물리면 타란티즘이란 병에 걸린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증세는 물린 곳이 몹시 아프면서 붓고 심장이 울렁거리는 것이다. 심한 경우 정신착란에 빠지고 토하다가 우울증에 빠져 죽는다고 한다. 이 병에는 약도 없고 이 병을 고치려면 오직 타란텔라라는 춤을 추면서 땀을 흠뻑 흘려야 한다고 전해진다. 이 현상은 500년이나 지속됐는데, 그 실체는 분명치 않다.
혹시 우주의 타란툴라는 지상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거미가 벌을 받고 하늘로 쫓겨나 성운이 된 것이 아닐까.
사실 우주 거미의 비밀은 그의 뱃속에 숨어 있다. 그 속에 태양보다 50배나 무거운 뜨겁고 젊은 별들이 수천개나 들어 있는데, 이 별들이 사방으로 빛과 입자를 강하게 내뿜고 있다. 이 때문에 거미의 다리처럼 보이는 가는 실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강한 빛과 입자는 성운 전체가 빛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준다.
타란툴라성운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성운의 바깥쪽으로 접근해 오는 몇몇 검은 구름이 눈에 띈다. 가스와 구름이 뭉쳐진 덩어리가 뒤쪽의 빛을 가려 검게 보이는 대상들이다. 몸집이 큰 타란툴라거미는 치명적인 독을 이용해 쥐새끼까지 잡아먹기도 한다고 하니 혹시 이 검은 구름들은 우주 거미 타란툴라의 먹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