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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밤하늘 어디쯤 있을까

살쾡이자리에 해당하나 밝은 별 없어

아이들이 커가며 꼭 갖고싶은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구본’이다. 삐딱한 축을 중심으로 지구를 돌려가며 아이들은 세계의 곳곳을 여행한다. 지구본을 통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지를 실감하면서 약간 실망하기도 한다.

이제 눈을 밤하늘로 돌려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세계지도를 그려보면 어떨까. 밤하늘 지도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에 위치할까? 지구 표면을 밤하늘에 투영시켜보자.

밤 11시 머리 위가 하늘의 우리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모두 번지수가 매겨져 있다. 국가에서 지정해준 주소도 있지만,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주소도 있다. 바로 위도와 경도라는 좌표인데 서울이라면 대략 북위 37.5° 동경 127°이다.

이 좌표는 지구의 중심축인 지축을 기준으로 해 그 수직으로 위도를 정하고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기준으로 해 경도를 정한 것이다. 지구 어디에나 좌표만 불러주면 그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좌표를 지도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보니 동경 124°에서 132°, 북위 34°에서 북위 43° 사이에 있다.

밤하늘에 있는 별들의 위치를 기록해 놓은 지도를 성도(星圖)라 한다. 성도에는 수많은 별들이 그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별자리를 이루는 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선이 그어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성도에도 우리의 지도와 마찬가지로 선을 그을 수 있으니 이를 적경과 적위라 한다.

고등학교시절 지구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적도좌표계라는 하늘의 좌표를 배운 기억이 나긴 하겠지만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 하늘을 보며 배우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밤하늘의 좌표인 적경과 적위는 지상의 좌표인 경도 위도와 동일하게 지구의 자전축을 기준으로 해 정해졌다. 지구의 자전축이 위치한 최북단의 북점을 하늘로 연장한 곳이 바로 ‘천의 북극’이며, 최남쪽인 남점이 바로 ‘천의 남극’이다. 지상의 경도가 시작하는 지점 기준이 그리니치 천문대라면, 하늘의 적경이 시작되는 지점도 필요할 것이다. 그 지점은 어디일까? 바로 춘분점이다.

지상의 경도가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가면서 동경10°, 동경20° 식으로 정해지는 것처럼 하늘의 적경은 춘분점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다만 적경은 도 대신 시를 쓴다. 24시간동안 지구가 한바퀴 360°를 자전하므로 1시간은 15°와 같다. 즉 동경 30°가 적경으로는 2시에 해당한다.

한편 지상의 위도가 지구 적도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며 10°, 20° 식으로 매겨지는 것처럼, 하늘의 적위 또한 천의 적도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며 +10°, +20° 이렇게 매겨져 있다.

머리가 복잡하다고? 그렇다면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오늘이 추분 아침 9시라 가정하고 집밖으로 나가 먼저 지상의 위도와 경도를 생각한다.

땅위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도처럼 그어진 선들을 상상한다. 그 다음 그 선을 하늘로 그대로 투영시킨다. 하늘에도 똑같은 선들이 서로 수직으로 남북으로, 또 동서로 큰 원을 그리며 그어질 것이다. 추분 아침 9시에 지상의 좌표를 하늘로 투영시키면 그 좌표값은 하늘의 좌표와 동일하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동경 127.5°라면, 이때 하늘에서 천의 북극에서 천정을 거쳐 천의 남극을 잇는 큰 원둘레 또한 적경 8시30분, 즉 127.5°다. 아마 태양은 동쪽하늘에서 조금 높이 떠 있을 터인데 태양이 있는 곳을 지나가는 적경은 12시다. 당연히 낮 12시(정확히는 12시 30분)가 되면 태양은 정남에 온다.
 

밤하늘에서의 우리나라 위치^밤하늘에 투영된 것이므로 좌우가 뒤집힌다. 게자리 북쪽의 살쾡이자리가 바로 우리나라의 위치인데 안타깝게도 밝은 별이 없다. 2월에 이 별자리가 우리 머리 위에 오는 시각은 밤 11시다.


하늘의 한반도 지키는 6등성

큰 그림에서 본다면, 밤하늘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다. 지구의 중심을 기준으로 지표면의 한 지점은 밤하늘의 한 지점과 일대일 대응이 가능하다. 지구중심에 백열전구가 있고 지구 표면을 밤하늘이라는 스크린에 투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흥미로운 발상이 아닌가.

추분 9시에 우리나라를 하늘에 그대로 투영시켜보자. 지구의 중심을 기준으로 해 사방으로 정확히 하늘로 투영시킨다. 그럼 현재 내가 있는 자리는 바로 머리 꼭대기, 즉 천정으로 투영될 것이다. 바로 이곳에 우리나라를 그릴 수 있다. 단 투영인 만큼 좌우가 뒤바뀐 거울 이미지다.

아침 9시니 별이 보일 리가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은 정확히 6개월의 시차인 3월경에는 밤 9시에 하늘 꼭대기에서 보인다. 2월이라면? 밤 11시에 하늘 꼭대기에 보이는 별자리가 바로 우리나라가 위치하게 되는 별자리다. 오늘밤 하늘을 쳐다보면 바로 머리 위에서 보이는 별들이 있는 곳이 우리나라가 밤하늘에서 위치할 지점인 것이다.

이 곳에는 어떤 별자리가 있을까? 동경 124°에서 132°를 적경으로 고치면 약 8시16분에서 8시48분사이다. 위도는 물론 동일하게 34°에서 43°다. 밤하늘에서 찾아보면 매우 좁은 영역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좁다는 것이 하늘에서도 확연히 느껴진다. 우리나라 면적은 구경 30mm의 소형 쌍안경에서 한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온다. 저 넓은 밤하늘에서 고작 한뼘도 안되는 영역이라니!

우리나라가 속하는 이 지역은 살쾡이자리다. 그리 유명한 별자리가 아니어서 제대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이 별자리는 게자리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속한 부분에는 밝은 별이 없다. 그나마 가장 밝은 별은 살쾡이자리 32번성과 33번성으로 6등급 정도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어느 나라에 속할까? 오스트레일리아 서쪽바다에 해당한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와 리겔은 인도양 중간쯤에 있다. 땅이 넓은 중국은 역시나 밝은 별을 지니고 있는데 쌍둥이자리의 카스토르와 풀룩스가 양쯔강 하류에 있다.
 

밤하늘 한반도의 위치^추분 오전 9시에 머리 바로 위 하늘이 우리나라에 해당하지만 해가 뜬 뒤라 별자리를 볼 수 없다. 2월에는 밤 11시 경 머리 꼭대기에서 약간 북쪽 하늘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살쾡이자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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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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