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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철옹성 무너뜨린다

파이어폭스 돌풍 리눅스 열풍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무너지기 어렵죠.” 최근 리눅스 돌풍을 예고하며 한중일 합작의 아시아눅스 한국 파트너로 선정된 한글과컴퓨터 리눅스OS팀 김진광 팀장의 반응이다. 한국은 세계 유일의 자국어 소프트웨어 보유국이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프로그램 중 MS워드는 한국에서 가장 싸다. 이렇게 만든 주역인 한글과컴퓨터가 MS 독점이 무너지기 힘들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MS 독점 신화를 창조한 빌 게이츠. MS는 윈도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메신저, 미디어플레이어 등 응용프로그램을 끼워판다는 이유로 반독점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오픈소스 공짜 아니다

“눈과 손이 너무 익숙해져버렸어요.” 김 팀장은 “인터넷하면 으레 MS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한 처지다. 부지불식간에 지구 전체가 ‘MS 세계’에 길들여진 셈.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MS 윈도가, 웹 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세계시장의 99%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눈과 손이 익숙해진 네티즌들이 MS에 ‘무조건적 사랑’을 계속 보낼 것인가. 과연 MS 독점은 무너지기 어려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MS를 바짝 긴장시키며 MS 독점에 제동을 거는 라이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파이어폭스와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이 MS로부터 ‘독립’을 외치며 공격에 나섰다.

오픈소소는 흔히 ‘프리 소프트웨어’(free software)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프리 소프트웨어는 그 가치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가를 치르지 않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공짜’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와 구분해 오픈소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오픈소스의 ‘free’라는 개념은 ‘재가공의 자유’이지 무료라는 뜻이 아니다.

따라서 대개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고,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파생된 작업 결과를 공개할 수 있고, 라이센스를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으면 오픈소스로 정의한다.

오픈소스는 크게 운영체제, 서버용 응용프로그램, 그리고 데스크톱용 응용프로그램의 3가지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리눅스는 운영체제용 오픈소스에 해당하고, 파이어폭스는 데스크톱용 응용프로그램 중 하나인 웹 브라우저용 오픈소스다. 아직까지는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각각 데스크톱 운영체제와 웹 브라우저라는 응용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 리눅스와 파이어폭스는 이런 상황을 바꿔보겠다며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인기 폭발 불여우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처음부터 웹 브라우저 시장을 독식했던 것은 아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의 웹 브라우저 ‘전쟁’은 1998년 넷스케이프가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승리로 끝난 듯 했다. 이후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주는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불여우’ 파이어폭스가 심벌마크의 그림처럼 지구를 휘감으며 MS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파이어폭스는 MS와 이미 웹 브라우저 전쟁을 한 차례 치렀던 넷스케이프와 관계가 있는 모질라 재단에서 탄생시킨 작품이어서 제2의 웹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질라 재단은 오픈소스 방식의 프로그램 개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래머들의 커뮤니티로 원래 ‘모질라’라는 이름은 넷스케이프 코드명의 하나였다. 그러나 작년 넷스케이프를 인수한 AOL은 모질라를 모질라 재단으로 만들었고, 모질라 재단은 AOL이나 넷스케이프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순수 비영리 재단이 됐다.

모질라 재단은 지난해 11월 10일 파이어폭스 공식 버전 1.0을 발표했다. 버전 0.1부터 수정과 보완을 거친 파이어폭스 1.0은 발표된 지 한 달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 16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는 파이어폭스 광고가 실렸는데, 전 세계 81개국 1만명으로부터 기부 받은 25만 달러로 광고비를 충당해 파이어폭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파이어폭스 버전 1.0의 개발 주역이 10대 대학생들이라는 사실도 파이어폭스의 유명세를 배가시켰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블레이크 로스가 버전 0.5까지 개발했고, 이후 버전 1.0까지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벤 구저가 도맡았다.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0대 컴퓨터 천재가 MS 타도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어폭스처럼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의 하나인 애플의 사파리 설명회 모습


기술로 밀어붙인다

네티즌들이 파이어폭스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R&D센터 윤석찬 팀장은 “결국 브라우저가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윤석찬 팀장은 한국 모질라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파이어폭스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등 파이어폭스 한국판을 만들었다. 그는 “벌써 국내 네티즌 1000만명 중 1% 가량인 10만명이 파이어폭스를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어폭스의 최대 장점은 안전성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각종 바이러스 등의 공격에 취약한 보안 문제가 생기면서 파이어폭스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팝업창 등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맘대로 떠 자신도 모르게 설치되는 스파이웨어 등에 속수무책이었다. 반면 파이어폭스는 팝업창을 원하는 사이트에서만 뜨도록 조정할 수 있어 보안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파이어폭스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없는 탭 기능도 있다. 하나의 창에서 여러 사이트를 동시에 띄울 수 있어 여러 사이트에 동시에 들어가도 컴퓨터의 작동 속도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윤석찬 팀장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최대 단점은 보안 문제가 아니라 브라우저 기술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이라며 “파이어폭스의 최대 무기는 기술력”이라고 단언했다. 넷스케이프와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한 후 지난 5년간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신기술 구현에 매우 게을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벡터그래픽은 화면이 커져도 글자의 크기가 깨지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인데, 파이어폭스에서는 이 기술이 구현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구현되지 않는다. 웹에서 수식을 표현하는 탭이나 음성인식 기능도 파이어폭스에서만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파이어폭스를 쓰기에 불편한 점은 있다. 윤석찬 팀장은 “거의 모든 웹 사이트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분명 웹 표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웹 제작기술자들이 자신의 사이트를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가장 잘 맞도록 코딩하려는 ‘집착’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모질라 재단이 풀어야 할 고민거리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외국에 비해 파이어폭스를 사용하기가 더 불편한 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파이어폭스로는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없다. 이는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는 세계 표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자체적으로 ‘액티브X’라는 별도 플러그인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현되도록 만들어졌다.

윤석찬 팀장은 “한국은 5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인터넷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다”며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망이 일찍 도입되고 인터넷 산업이 발전하면서 한국은 한국 나름의 표준이 필요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술이 상대적으로 빨리 발전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은 것. MS 독점에 반기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질라 재단은 전 세계적으로 파이어폭스가 올해 안에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웹 분석회사인 웹사이드스토리에 의하면 미국 내에서는 1월 중순 파이어폭스가 목표량의 절반에 가까운 4.78%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12월 96.7%에서 한달여 만에 92.7%로 추락했다.
윤석찬 팀장은 “기술자들에게 웹 표준에 대한 재교육이 이뤄진다면 파이어폭스의 입지도 점차 넓어질 것”이라며 “파이어폭스의 장점을 살리면 기업용 브라우저 시장에서 먼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국 자존심 살리는 리눅스

파이어폭스와 ‘협공’을 펼칠 준비를 끝낸 주인공은 리눅스다. 파이어폭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공략하면 리눅스는 윈도에 일침을 가하는 전략이다. 데스크톱 바탕에는 리눅스가 깔리고 인터넷 웹 브라우저를 클릭하면 파이어폭스가 뜨게 되는 것이다.

이미 리눅스는 기업용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분야에서 인기가 좋다. 한글과컴퓨터 김진광 팀장은 “리눅스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윈도보다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쇼핑이나 게임 등 한꺼번에 많은 방문자가 접속을 해도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상업용 홈페이지에는 리눅스가 운영체제로 ‘딱’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다. 자신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 깔려있는 윈도를 지우고 리눅스로 바꾸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순조롭다. 지난해 초에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리눅스를 채택한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출시했고, 휴렛 팩커드도 지난 9월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한 노트북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 로이터 통신은 “아직 규모는 미미하지만 열성적인 리눅스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리눅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눅스가 윈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또 바이러스 공격을 덜 받고, 리눅스용 무료 소프트웨어들이 많은 것도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한국 역시 리눅스 인기몰이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글과컴퓨터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아시아눅스 2.0 서버용 개발에 한국 측 파트너로 확정됐다. 한글과컴퓨터가 데스크톱 리눅스 서버를 비롯해 워드프로세서, 오피스 프로그램, 그룹웨어 등 리눅스 기반 응용 프로그램의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한중일 3국의 아시아눅스 2.0이 출시되면 국내에도 본격적인 리눅스 바람이 불게 된다.

김진광 팀장은 “아시아눅스는 단순히 리눅스 서버를 개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아시아눅스를 통해 자국의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은 IT 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실제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웹 브라우저용 응용프로그램 기술은 세계적으로 알아주지만 대부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현된다. 우리 기술이지만 따지고 들면 남의 기술이다.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기술이 종속돼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MS 독점과 기술 종속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파이어폭스가 리눅스와 협공을 펼치는 것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리눅스 체험관인 ‘글로벌 리눅스 카페’를 열어 리눅스에 파이어폭스를 탑재한 데스크톱을 여러대 배치했다. 누구나 들어와서 무료로 리눅스와 파이어폭스를 체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눅스는 윈도를 따돌릴 수 있을까? 김진광 팀장은 “리눅스는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넓다”며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나 PDA,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부터 비행기, 로켓 등 미리 정해진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켜야 하는 임베디드 시스템에서는 리눅스가 최강의 기능을 발휘한다. 특히 칩이 작을수록 필요한 기능만 최소화시켜 넣어야 할 경우 리눅스가 시스템에 최적이다.

2002년 IBM은 리눅스 손목시계인 ‘워치패드’를 선보였고, 2003년 모토로라는 리눅스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운영체제를 임베디드 리눅스로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리눅스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MS에 대한 정책과 기술을 연구하는 디렉션 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해결해야 할 2005년 10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 중 하나가 오픈소스 밀어내기였다. 서버 시장뿐만 아니라 데스크톱 시장에서도 리눅스와 파이어폭스 등 오픈소스의 힘이 날로 강해지고 있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술로 무장한 파이어폭스와 IT 원천기술 확보를 선언한 리눅스의 만남은 MS 독점 신화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2002년 IBM에서 선보인 리눅스 시계 '워치패드'. 필요한 기능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리눅스는 손목시계 같은 소형칩이 필요한 제품에 적합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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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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