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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제2의 벤처 바람 몰고 온다

바람 보기를 '금'같이 하라

바람기, 바람둥이, 바람나다. 모두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바람나서’ 쾌재를 부르는 곳이 있다. 풍력발전기 제작 업체인 유니슨이 그 주인공. 지난달 12일 증권거래소 조사 결과 불과 며칠 새 주가가 71.7% 치솟으면서 보유 지분 가치가 수백억원이나 올라 자산이 무려 302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덕택에 유니슨은 자산 보유액이 700억원대로 껑충 뛰면서 벤처 기업 보유주식 전체 평가액에서도 5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차세대 노다지로 떠오른 풍력

유니슨의 급성장에는 풍력이라는 신재생에너지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람들이 바람을 파는 일이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셈이다. 유니슨의 김두훈 부사장은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사람들이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래 유니슨은 풍력 전문 기업이 아니었다. 지난 20여년동안 교량건설에 필요한 교량받침과 신축이음장치 등 토목건설 기자재사업이 주 종목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풍력발전 사업의 매출 비중이 기존 토목건설 기자재사업을 넘어서면서 풍력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물론 풍력 전문 기업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유니슨이 풍력에너지 개발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1년부터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풍력에너지의 잠재성은 깨닫고 있었지만 아무도 사업화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김두훈 부사장은 “풍력에너지가 가장 발달했던 유럽의 풍력 관련 회의에 참석하면 한국에서 온 사람은 우리가 유일했다”며 “하지만 당시 유럽의 경우 풍력 관련 산업이 매년 30~40%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니슨은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풍력단지 세 곳에 자본금의 60%를 투자한 대주주다. 풍력자원의 측정부터 자원분석,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설계를 완성하는 노하우를 가졌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를 할 수 있었다. 2001년 강원도의 대관령풍력단지를 시작으로 2002년 경북 영덕풍력단지, 2003년 제주풍력단지까지 유니슨은 전국의 바람 좋다는 곳을 전부 들추고 다녔다.

이 중 영덕풍력단지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어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업발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 24기를 세우게 되는데, 한 기당 높이 80m, 날개길이 41m로 국내에서 최대 규모다. 24기 중 21기는 건설이 완료된 상태며 이 중 5기는 이미 전기를 시험생산하고 있다. 한 기당 1650kW급이므로 24기를 모두 가동할 경우 시설용량이 39.6MW로 연간 9만6000MWh 라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만들어진다. 이 정도면 보통 한 가정에서 한 달 동안 350kWh를 소비한다고 할 때 2만2000가구 이상이 쓸 수 있는 양이다.

대관령풍력단지도 오는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풍력발전기 49기를 세울 예정이다. 영덕풍력단지의 발전기보다 전력생산량이 더 많은 2000kW급 14기를 올해 안에 모두 세우고, 나머지 35기는 2006년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3월부터 전기를 생산하게 될 영덕풍력단지의 풍력발전기, 높이 80m, 날개길이 41m로 국내 최대 규모다.


온실가스는 곧 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풍력의 가격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국내의 경우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kW당 50원 가량이다. 하지만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kW당 107원66전으로 2배 이상 비싸다.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는 이 가격에 사주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있고, 기간도 15년 동안 유지된다. 일단 가격 면에서는 해볼만하다.

김두훈 부사장은 “환경비용까지 따지면 풍력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다”고 말한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의 경우 발전소 부지를 매입하고 주변 도로를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만 따져도 엄청나다. 여기에 낡아서 해체할 때 드는 비용과 기타 환경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으로 생산되는 전기의 단가는 풍력발전에 비해 훨씬 비싸진다.

최근에는 기후변화협약도 풍력의 경제성에 한 몫 거들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의 실전지침인 교토의정서는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 등 선진 38개국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이산화탄소, 메탄, 프레온 등 온실가스 발생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이상 감축키로 한 약속이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비준국 배출량 합계가 전체 온실가스량의 55%를 넘어야 하는데 그간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계속 발효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오는 2월 16일부터 교토의정서가 발효돼 온실가스 배출량 제제가 시작된다. 해당 국가나 기업은 허용량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만약 허용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톤당 40유로씩 벌금을 내야 한다. 물론 허용치보다 적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 수 있고, 반대의 경우는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온실가스=돈’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됐다.

이미 유럽에서는 작년 말부터 기업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온실가스 거래 규모가 급증해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산화탄소 전체 거래 규모가 약 30만t이었던 것이 올해 첫 1주일 동안에만 90만t에 육박했다. 거래가격도 크게 뛰어 톤당 8.5유로로 올랐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재생에너지 개발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일단 한국은 이번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하지만 방심할 처지가 전혀 아니다. 선진국들이 의무감축 목표를 실천하는 대로 다른 나라들에도 동참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2004년 현재 1990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90% 이상 늘어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세계 1위라는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까지 갖고 있다. 또 예정대로라면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선진국의 뒤를 따라야 한다.

풍차의 나라 독일

재생에너지 개발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재미를 보는’ 곳은 유럽연합이다. 이 중에서도 독일은 풍력에너지로 소위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세계 풍력에너지의 3분의 1이 독일에서 생산되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자국 전기 수요의 4분의 1을 풍력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네덜란드 국경에 위치한 독일 북부의 작은 시골마을 엠덴에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발전기까지 들어섰다. 독일의 풍력발전기 업체인 에네르콘이 만든 풍력발전기 ‘E-112’는 그 크기부터 주변을 압도한다. 총 180m로 50층짜리 건물과 높이가 비슷해 풍력발전기 관리와 유지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기둥과 날개를 제외하고 발전기와 날개 회전축 등이 들어있는 너셀의 무게만 750t에 이른다.

E-112가 생산해내는 전기양도 어마어마하다. 4.5MW로 연간 42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E-112 200개가 한꺼번에 최대로 발전하면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양을 생산할 수 있다.

E-112처럼 풍력발전기를 크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풍력발전기는 회전 날개의 회전면적으로 생산되는 에너지양이 결정된다. 보통 750kW급 풍력발전기에는 48m 길이의 회전날개가 부착되는데, 만일 회전날개의 지름이 2배로 커지면 회전면적은 4배가 되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출력도 4배가 된다. 풍력발전기가 클수록 싼 값에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큰 풍력발전기가 그만큼 경제성도 높다는 얘기다.

독일 곳곳에는 1980년대 말부터 들어선 풍력발전기가 1만5000개를 넘었고, 이들이 생산해내는 전기량은 1만5000MW를 훨씬 넘는다. 독일은 2010년까지 풍력발전기의 개수를 2배로 더 늘릴 예정이다. 앞으로는 ‘풍차의 나라’가 네덜란드에서 독일로 바뀌어야 할 정도다.

독일이 풍차의 나라로 변신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풍력의 경제성이 제도적, 기술적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는 정부가 일반 전기 요금의 2배 정도의 가격에 매입하고 있으며 법에 의해 20년 동안 가격이 보장돼 있다. 이것이 2000년 독일이 시행한 재생에너지법이다. 또 풍력발전기가 점점 커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전 단가가 3년마다 15~20%씩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풍력발전으로 ‘떼돈’ 버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플람벡이란 풍력발전기 회사는 현재 150여대의 풍력발전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는 직원 4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50명 이상으로 늘었고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했다. 독일에는 이런 중대형 풍력발전 기업이 20여개가 넘고, 풍력발전이 독일 내에서는 ‘돈 되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풍력발전기 덕분에 독일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돈을 벌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990년 103억9700만t이었던 배출량이 2002년에는 8억5800만t 가까이 줄었고, 2010년까지는 1990년 대비 21% 수준으로 낮추고, 2050년에는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풍력발전기의 회전축을 제작 중인 독일의 에네르콘 공장 내부. 에네르콘은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E-112를 건설했다.


신바람 전기 만들 날 멀지 않다

풍력발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풍력발전기 시장은 이동전화에 맞먹는 7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에너지위원회에서는 2020년경이 되면 전 세계 풍력관련 시장 규모가 약 1500억~4000억달러가 될 것이며, 규모는 18만~47만4000MW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은 독일 등 유럽의 풍력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풍력에너지 생산량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 30MW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풍력에너지 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1년까지 전체 전기생산량의 7%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이 중 2300MW 가량을 풍력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으로만 따지면 앞으로 7년 내에 100배 가까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양을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유니슨의 김두훈 부사장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독일의 경우 1991년 풍력에너지 생산량이 10년 후 100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에 한국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한국은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덩이가 좁기 때문에 ‘괜찮은’ 바람을 가진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통 유럽에서 사용되는 풍력발전기는 연평균 풍속이 5~6m/s정도일 때 경제성이 있도록 설계됐다. 아직까지 풍력발전기를 전적으로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영덕풍력단지처럼 연평균 풍속이 6.8~7m/s 정도인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영덕이나 대관령, 제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연평균 풍속이 5m/s가 안돼 풍력발전기를 들여와도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

김두훈 부사장은 “중저속 바람에서도 경제성이 있는 ‘한국형’ 풍력발전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니슨은 3년 전 한국 실정에 맞는 중저속 풍력발전기 750kW급 자체 개발을 시작해 시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에는 2000kW급 풍력발전기도 개발에 들어가 2007년 완성 예정이다. 김두훈 부사장은 “이런 속도라면 2011년경에는 풍력발전기술의 국산화가 30%에서 많게는 절반가까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국내 풍력시장은 여물지 못했다. 하지만 풍력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 계속된다면 풍력은 화석연료와 맞붙어도 충분히 기술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두훈 부사장은 “앞으로 10년 후”라고 단언한다.

풍력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1위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에서 벗어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영덕풍력단지가 가동될 경우 연간 9만3600t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에서도 더 이상 IT 벤처 갑부들이 아니라 풍력발전 벤처 기업들이 1000억대 갑부 반열에 오르는 일이 요원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풍력으로 ‘신바람’ 전기를 만들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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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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