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나 신물질을 만들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뭔지 아세요? 바로 물질에 결정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산분소 나노표면분석팀 조채룡 박사의 첫마디다. 그는 지난 10월 2일부터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인 ‘박막과 분말소재의 결정성 분석에 대한 연구’를 지도하고 있다. 결정성 분석에 사용되는 장비는 바로 X선 회절분석기(XRD, X-Ray Diffractometer)다.
XRD가 물질의 결정성 분석에 사용되는 이유는 뭘까. X선은 빛처럼 파장이기 때문에 물질의 표면에 부딪히면 산란이 일어나 회절을 일으킨다. 이 때 회절은 모든 방향으로 일어나지만 회절무늬가 간섭을 일으켜 일정한 패턴이 생긴다. 만약 물질의 원자가 주기적으로 배열돼 결정성을 가지면 X선 회절무늬의 패턴도 규칙성을 띠게 된다. 이를 통해 물질의 조성과 결정 구조를 판단한다. 이것이 XRD의 기본 원리다.
사실 XRD를 이용한 물질의 결정 구조 분석은 1백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후 1912년 막스 폰 라우에가 최초로 X선 회절을 이용해 결정구조를 밝힐 수 있다고 예측했고, 같은 해 X선 회절무늬 사진 촬영이 실제로 성공했다. 1950년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는데도 X선 회절무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XRD가 첨단장비이긴 한 것일까.
“XRD는 고전적인 장비가 맞습니다. XRD의 기본원리도 예나 지금이나 동일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X선 발생장치 성능이 좋아지고 시료에 부딪힌 X선이 회절돼 생기는 각을 분해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등 매우 첨단화됐죠.”
이 연구원의 XRD는 나노크기에서 시료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정교한 장비다. 보통 원자의 크기는 0.1-0.5nm(1nm=${10}^{-9}$m)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자간 간격이 매우 작은 박막이나 나노분말의 경우 X선처럼 파장이 0.01-1nm 정도로 짧아야 정확한 구조분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XRD가 단백질 결정 연구 등 나노 수준의 물질 연구에서 기본 장비로 활용되는 추세다.
조 박사가 지도하는 프로그램에는 부산대, 한국해양대, 동아대 등에서 1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 중 부산대 물리학과 석사 2년차인 우성오 씨는 석사 1년차부터 조 박사의 연구를 도우며 석사논문을 준비해 논문을 거의 완성 했다. 학부 3, 4학년생들도 여럿 있다. 이들 중에도 우 씨처럼 장기적으로 XRD 연구에 참여할 학생들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2주 단기 프로그램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장기 프로그램인 셈이다. 조 박사는 “몸은 힘들지만 XRD처럼 좋은 기계를 다방면에서 쓸 수 있게 돼 보람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