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5년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한 26세의 찰스 다윈은 먹이의 종류에 따라 14종의 핀치 부리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윈의 핀치’ 로 불리는 이 관찰은 다윈이 훗날 ‘종의 기원’ 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펴는데 영감을 줬다.
그런데 핀치 부리의 다양한 모양이 특정한 단백질의 발현 시기와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하버드대 의대의 발달생물학자 클리포드 타빈 박사팀은 씨앗을 깨먹는데 적합한 둥근 부리를 갖는 핀치 3종과 과즙을 먹는데 알맞은 뾰족한 부리를 갖는 핀치 3종의 발생과정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집단 사이에 뼈형태형성단백질4(BMP4)의 발현 패턴이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즉 둥근 부리 핀치의 경우 BMP4가 발생 초기에 더 많이 만들어졌다. 한편 같은 집단에 속하는 3종 사이에도 BMP4의 발현 패턴이 조금씩 달라 부리 형태의 미묘한 차이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새로운 형태의 부리는 새로운 유전자가 생겨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유전자의 발현 시기와 양의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