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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은 환상이 아니라 실제

영원한 어린 아이, 인간

영원한 어린 아이, 인간


인형과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른들, 아이들을 흉내낸 애교 섞인 말이나 행동으로 사랑받는 사람들, 그리고 영원히 어린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인간…. 피터팬 신드롬이나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이야기가 아니다. 기꺼이 어린 아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생존 경쟁에서 인간이 선택한 전략이라는 주장이 있다.

‘영원한 어린 아이, 인간’ 은 인간의 진화를 유형성숙, 즉 유아화라는 키워드로 설명한 책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몸과 행동이 어떻게 유아화 됐는지, 유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연에 적응해 살아남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동물학자인 저자는 나이가 마흔에 이르렀는데도 다른 동물들에 비해, 스스로가 ‘성숙한’ 수컷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이런 현상의 원인을 추적해간다.

커다란 두개골 속에 뇌가 들어있고, 얼굴 골격에 굴곡이 적고, 치아가 작고 아래턱이 짧으며, 젖을 생산하지 않을 때도 암컷의 유방이 큰 인간의 신체적 특징은 유인원의 태아와 유사하다. 야생동물로 가득한 자연에서 털 없는 연한 피부와 가는 뼈를 가진 인간이 이런 불리한 특징을 극복하고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공격적이고 경쟁적이기보다는 사교적이고 협동적이어야 했으며, 때문에 인간은 유아화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결속력이 강한 집단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게 이롭다는 점이 가장 먼저 인간의 유아화에 불을 붙였다면, 다음으로는 자신과 자식들을 더 잘 보살펴줄 남자를 고르기 위해 유아적이고 의존적인 남자를 짝으로 맞이한 여자들의 성선택이 인류의 유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문명시대로 접어들어 예술과 언어, 종교, 기술 등이 만들어지면서 유아적 특징은 창의성의 바탕을 이루는 더욱 가치 있는 덕목이 됐다.

오랜 세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은 결국 대단히 사교적이며, 배우자와의 유대감이 강하고, 창의적인 생물이 됐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보이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행동은 인간의 유아화 결과물인 셈이다.

한편 유아화의 정도는 성별, 인종, 생존전략,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번식과는 상관없는 동성애나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아동성애, 근친상간, 성전환 등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도 사람마다 다른 유아화 정도라는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털 없는 원숭이’ 의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이 책을'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은 책’ 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고도 ‘난 성숙한 인간’ 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0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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