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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는 말이 있다. 만약 내가 손에 떡을 들고 있다면 실제로는 내 떡이 더 크더라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같은 행동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만약 내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마찬가지로 상자를 든다면 늘 그 사람의 상자가 더 가볍게 보인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인지신경과학연구소의 안토니아 해밀튼 박사는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 ‘커런트 바이올로지’ 3월 2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대상자에게 1백50kg과 7백50kg의 상자를 들게 하면서 다른 사람이 든 상자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다. 실험 결과 가벼운 상자를 들 때는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상자를 실제 무게보다 무거운 것으로 판단했다. 반대로 실험대상자가 무거운 상자를 들 때는 상대가 들고 있는 상자를 실제 무게보다 더 가벼운 것으로 판단했다. 괜히 나만 무거운 것을 든다는 억울함이나, 아니면 나만 가벼운 것을 들었다는 얌체 같은 생각이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시뮬레이션 이론’ 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 때 우리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즉 다른 사람의 행동을 뇌에서 지각할 때 운동신경을 같이 사용한다는 것. 그런데 사람의 운동신경은 가만히 관찰할 때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지만, 같은 행동을 동시에 할 때는 운동신경이 자신의 행동을 지시하느라 바빠져 다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할 여력이 없게 된다. 그래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 때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가 움직이는 것은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뇌의 이 같은 작용이 다른 사람은 늘 자신보다 쉬운 일만 한다는 심술을 부리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의 떡이 커 보일 땐 내 떡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쳐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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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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