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프로젝트에서 개발된 DNA 염기서열 분석 방법을 이용해 수천종의 미생물 게놈을 한꺼번에 분석해내는데 성공했다.
생물에너지대안연구소(IBEA)의 크레이크 벤터 박사는 ‘사이언스’ 3월 4일자 인터넷판에 발표된 논문에서 바닷물에서 미생물 게놈을 추출해 10억5천만 염기쌍을 한꺼번에 분석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게놈 해독 결과 모두 1백20만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는데, 이는 이제까지 분석된 미생물 유전자의 거의 10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벤터 박사는 샷건(shotgun)이라는 염기분석법을 개발해 인간게놈 해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바 있다. 샷건은 전체 게놈을 조각내 해독한 다음 개별 게놈 조각들에서 염기서열이 중복되는 부분들을 다시 결합시켜 이어붙이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도 샷건방식이 이용됐다.
최근 벤터 박사는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수소를 생산하고 환경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분해하는 미생물 유전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 가운데 1%만이 실험실에서 배양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으로는 자연계의 모든 미생물을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메타게놈(metagenome).
메타게놈은 토양과 해양, 갯벌 등 다양한 자연 환경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게놈을 종류별로 분리하지 않고 통째로 모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벤터 박사는 버뮤다해역 사르가소해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 미생물들의 게놈을 추출해 메타게놈을 만들었다.
이번에 분석된 메타게놈은 적어도 1천8백종의 미생물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백48종은 처음 발견된 것. 과학자들은 미생물들이 토양이나 해양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생존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먹고 먹히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같은날 ‘네이처’에도 미생물의 메타게놈을 분석한 뒤 역으로 개별 미생물의 게놈을 찾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질리언 밴필드 박사팀은 캘리포니아주의 버려진 철광산에서 오수를 채취해 메타게놈을 분석했다. 여기서 서로 연관되는 유전자를 분리해 5종의 미생물 게놈을 다시 찾아냈다. 이 가운데 4종은 처음 발견되는 것이었다.
미생물들은 강산성을 띠는 오수에 떠있는 분홍색 더께에 뭉쳐 살고 있었다. 연구팀은 게놈 분석을 통해 어떻게 미생물들이 철과 같은 광물이 다량 함유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지, 또 어떤 생화학 메커니즘을 통해 물을 강산성으로 만드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밝혀진 사실들은 폐광과 같이 유독성 물질로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는데 이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