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번째 행성’ 세드나(Sedna)를 찾았다는 소식에 태양계 새식구가 늘었다고 즐거워했던 사람들이 기분을 확실히 망칠지도 모르겠다. 이 발견으로 ‘9번째 행성’인 명왕성이 애꿎게 행성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을 주도한 미항공우주국(NASA)과 캘리포니아공대 천문학자들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이 천체는 1930년 명왕성이 발견된 이래 가장 큰 것이지만 지름 2천3백60km인 명왕성의 4분의 3 크기”라며 “진짜 행성은 아니고 행성과 소행성 사이인 미행성(planetoid)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행성의 요건을 다시 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드나가 행성이 아니라면 명왕성도 행성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명왕성은 달보다도 작을뿐더러 공전궤도면도 다른 행성들의 면을 벗어나 있다. 명왕성은 발견 당시 지금보다 훨씬 큰 것으로 잘못 추정됐기 때문에 행성으로 인정된 것.
국제천문학협회(IAU)는 조만간 행성이 되기 위한 최소 크기를 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협회의 이완 윌리엄스 교수는 “만일 우리가 엄밀한 검토에 들어가면 명왕성은 행성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70년 이상 행성의 일원으로 사랑받았던 명왕성을 쫓아내기는 힘들거라는 의견이 다수다.
관측기기의 발달로 최근 태양계 먼 곳의 천체들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2000년엔 지름 9백km의 바루나(Varuna), 2001년엔 지름 1천65km의 익시온(Ixion), 2002년엔 지름 1천2백km의 콰오아르(Quaoar)가 발견됐다. 세드나의 경우 2003년 11월 4일 처음 관측됐다. 지난 2월에는 세드나보다 조금 클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가 포착됐는데 현재 분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일부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먼 곳에서 명왕성보다 큰 천체를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명왕성의 행성 자격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