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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가깝거나 먼 미래를 예측하면서 살고 있다. ‘이 길은 오늘도 막힐 테니 다른 길로 돌아가야지’ ‘수능 점수가 몇 점이니 어느 대학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겠지’ 등 몇 분 안에 일어날 상황부터 향후 진로까지 일생은 예측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은 매일 입장객 수를 예측해야 한다. 입장객 수를 실제보다 많게 예측하면 어떻게 될까. 예측한 인원에 맞춰 음식재료를 준비한 놀이공원 식당은 재료가 남아 버려야 한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 반대로 입장객 수를 실제보다 적게 예측하면? 식당에서는 재료가 부족해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입장객들은 질서가 유지되지 않아 불만을 터뜨린다. 결국 다시 오고 싶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확한 예측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공학전공 예측연구실에서는 바로 이처럼 ‘정확한 예측’을 위한 과학적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측은 미래에 일어날 어떤 사건을 확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전공이 예측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으레 “그거 잘 맞나요?”라고 묻곤 한다. 조금 더 말할 수 있게 여유를 주면 “가장 많이 틀렸던 때가 언젠가요? 무엇이었나요?”라고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늘 미래를 예측하면서 살고 있지만 많은 경우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큰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과학자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예측연구실 구성원들이다. 가운데가 전덕빈 교수, 그 왼쪽이 차경천 박사다.


실제값-예측치=예측오차

예측연구실은 이런 의구심에 대해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학적으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100점짜리 예측, 즉 모든 경우를 정확히 맞추는 수학식은 없다. 지금까지 틀려왔던 것보다 최대한 덜 틀리면 된다.

지난 16년간 여러 기업이 우리 연구실에 예측문제 해결을 요청해왔다. 우리는 그 문제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무척 어려웠어도 거절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정확하게 예측해왔다. 사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대상을 예측해달라고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문제를 세밀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분석하다 보면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면서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형, 즉 수학식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예측의 강도는 예측으로 얻게 되는 가치, 또는 정확한 예측으로 줄어드는 위험의 크기가 클수록 세진다. 만일 어떤 주식의 한 달 뒤 가격을 예측했는데 실제값보다 틀린 정도, 즉 예측오차(실제값-예측치)가 커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막대하다면 우리는 주식 가격을 매우 조심스럽게 예측해야 한다. 문제는 예측은 지금 해야 하고 실제값은 한 달 뒤가 돼야 알 수 있으니 예측오차로 말미암은 손실도 그 때가 돼야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래에 발생할 손실의 기대치만을 고려해 예측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값을 ‘위험요소’(리스크)라고 한다. 리스크가 큰 대상을 예측할 때는 당연히 더 신중해져야 한다. 반면 리스크가 작은 대상은 적절한 값을 예측치로 가정해 사용해도 무방하다.
 

미래를 알고 싶은가. 수학으로 무장한 예측공학자를 찾아라. 정교하게 고안된 수학모형이 미래를 말해줄 수 있다.


이론과 경험을 결합해야

지금은 세계 수준의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는 LG전자도 1992년 수요예측을 잘 못해서 재고가 수백만 대 쌓인 적이 있다. 그래서 1993년 LG전자는 우리 연구실에 에어컨 수요를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당시 LG전자는 또 한번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재고가 더 쌓이면 공장을 폐쇄하고 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투자했던 모든 시설, 기술력, 인력을 전부 버려야 할 정도로 엄청난 리스크가 걸려 있는 문제였다.

그 다음해 여름 주요 일간지에는 LG전자가 우리 연구실이 개발한 예측모형을 이용해서 에어컨 수요를 99% 정확히 예측했다는, 조금은 과장된 기사가 실렸다. 예측정확도는 일반적으로 실제값에서 예측치가 벗어난 정도를 %로 표현한 값이다$($$(\frac{1-|실제값-예측치|}{실제값})$x$100%$$)$.100%에 가까울수록 정확한 것이다. 그 뒤 LG에어컨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상품이 됐다. 예측을 과학적으로 한 기업이 일류가 되는지, 일류 기업만이 예측을 과학적으로 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기업의 리스크 감소를 위해 과학적 예측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내년 에어컨 판매량을 예측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과거 연도별 에어컨 판매량을 예측대상 변수 Y로 정의하고, 잘 팔리는 요인과 덜 팔리는 요인을 발견해야 한다. 경기가 좋아서 가계수입이 많으면 가정마다 에어컨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이니 판매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온도가 평년 여름보다 낮으면 판매에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프로모션이나 가격인하, 정부의 에너지 절감정책도 판매요인이 된다. 이런 요인과 Y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요인별 가중치를 구해 판매량을 예측하는 수학식을 개발한다.

이처럼 어떤 변수가 여러 가지 요인을 갖고 이에 해당되는 확률값이 있을 때, 이를 ‘확률변수’(random variable)라고 한다. 예측은 어떤 확률변수가 미래에 특정한 값을 갖게 될 확률을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와 자료, 그것이 경험적이든 정량적이든 모두 활용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깊이 있게 통찰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경영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상식과 경험에만 의존해서 예측을 하고 있다. 예측과 관련된 이론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있거나 또는 알면서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런 이론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량적인 자료를 분석한 토대 위에 이론을 적용하는데 집착한다. 그래서 상식적이고 경험적이면서 사람의 통찰력에 의존해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잘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로또복권에 대한 수요예측을 잘못해 운영업체가 판매금액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 많은 이익을 남겨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는 로또복권에 1등 당첨자가 없을 때 당첨금이 다음 주로 넘어가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구매행태를 분석해 정확한 로또복권 판매량을 예측하는 모형을 고안하고 있다.
 

로또복권은 1등 당첨자가 있냐 없냐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측연구실에서는 로또복권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수학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예측공학 개봉박두

필자는 2002년 국내 유일의 예측전문기업인 ‘폴비존’(Forbizone Inc.)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KT, SK텔레콤, 현대자동차, CGV, 에버랜드, LG전자, 한국은행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예측문제를 해결해왔다. 최근에는 가전제품, 자동차, 영화관 입장객, 개인 통화량을 비롯한 많은 새로운 예측에 도전하고 있다. 이 같은 예측결과는 기업의 정보시스템, 예를 들어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등으로 구현돼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듯 활용되고 있다. 물론 이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예측모형의 개발에서 관리까지 예측연구실이 책임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했던 기업의 중요한 예측문제 해결 사례와 과학적 예측이 요구되는 주제들을 선별해 소개하려고 한다. 예측대상과 관련된 다양한 학제간 이론과 과학적 분석의 만남으로 이뤄진 예측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독자 여러분이 눈뜰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0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전덕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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