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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핀 장미한송이

겨울철 은하수를 향기롭게 하는 장미성운

 

그 모습이 장미와 닮았다고 해 장미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성운의 중앙에는 수십개의 별이 모인 성단이 존재하며 그 외부로 밝은 성간가스들이 뭉쳐져 있다. 성간가스들 사이에는 검은 줄 모양의 암흑성운이 다소  존재해 매우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저 별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어. 들어보겠니?”
굳이 밤하늘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연인과 나란히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늘에는 별이 있어서 눈이 즐겁고, 땅에는 연인이 있어 마음이 즐거운 시간. 이때 연인을 감동시킬 선물이 하늘에서 나타나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그 선물이 사랑을 고백할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라면? 겨울밤, 연인들의 사랑을 속삭여줄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를 찾아 밤하늘을 여행해보자.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워

밤하늘에는 수많은 성운, 성단, 은하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아마추어 관측가들을 즐겁게 한다. 그 중 성간가스의 집합체인 붉은색을 띠는 성운은 그 특유의 색상과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지금 이 추운 겨울 밤하늘에도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운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리온자리를 찍어 본 사람이라면, 또는 그 사진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리온자리의 동쪽 한귀퉁이에 어렴풋이 드러나 있는 작은 성운 다발 하나를 기억할 것이다. 겨울철 은하수 가장자리의 이 성운은 마치 작은 장미처럼 보인다. 장미성운은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운으로 알려져 있다. 천지를 창조한 신이 있어 일부러 그렇게 만들려고 해도 그만큼 장미와 닮게 만들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똑같다.

이 장미성운에는 학술적인 명칭으로 NGC 2237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다. 엄밀하게는 NGC 2237, 2238, 2239, 2246이라는 네 성운의 집합체이지만 보통 2237로 불린다. 장미성운은 성운과 성단이 뒤섞여 있는 복합체로서 이 성운의 중앙에는 NGC 2244란 이름이 붙은 산개성단이 위치해 있어 성운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장미성운은 천문학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 성운에서 성간 가스가 가장 많이 밀집된 부분은 성운의 중앙부를 둘러싼 꽃잎사귀 부분이다. 이곳에는 다량의 성운과 암흑물질로 이뤄진 암흑성운이 존재하며 그 내부에 글로뷸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항성 탄생의 모체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밤하늘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장미성운의 시직경은 약 1.5˚로 보름달 직경의 3배 정도 된다. 이 성운의 실제 크기는 약 55광년으로 지구에서 2천6백광년 떨어져 있다.

장미성운은 겨울철 대삼각형의 중앙에 있는 외뿔소자리에 위치해 있다. 안타깝게도 이 별자리는 밝은 별이 없고 어두운 별들로 구성돼 있어 알아보기 어렵다. 이 별자리를 밤하늘에서 그려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별자리에 해박한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장미성운은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베텔기우스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 베텔기우스의 동쪽을 보면 비스듬히 기울어서 나란히 떠 있는 4등급의 두별이 보인다. 이 두별이 바로 외뿔소의 머리를 이루는 별이다. 이 두별의 모습은 꽤 뚜렷하고 특이해 밤하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별이다. 이번에는 이 두별과 삼각형을 이루는 또하나의 별을 찾아보자. 이 별은 두별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는 외뿔소자리 18번별인데 5등급으로 다소 어둡다. 하지만 주변에 다른 밝은 별이 없는 만큼 찾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외뿔소의 머리 장식
 

외뿔소자리^겨울철 은하수의 서쪽에 외뿔소자리의 머리 부분이 있다. 장미성운을 감싸고 있는 작은 삼각형을 찾아보자. 이 삼각형은 외뿔소의 머리를 이루는 별들이다.


바로 이 삼각형의 내부에 장미성운이 있다. 성운은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가 맑다면 성운의 내부에 존재하는 산개성단 NGC 2244의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다. 이 성단의 모습은 다소 뿌옇고 흐린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 때문에 때로는 이 성단을 성운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쌍안경에서도 역시 성운의 모습은 다소 어렵다. 그러나 성단의 모습은 확실히 확인된다. 쌍안경에서 성운의 중앙에 있는 별무리는 십여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성단임을 알 수 있다. 이 별들은 두 줄로 비스듬히 나란히 나열돼 있다. 관심의 초점은 그 주변에서 성운을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성운은 분명히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 성운의 경계와 모양 등 어느 것도 보이지 않는다.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이 성운을 찾아갈 때에는 먼저 가장 서쪽에 있는 별을 한번 겨누어보자. 외뿔소자리의 엡실론별인 이 별은 푸른색과 노란색으로 이뤄진 대단히 아름다운 이중성이다. 천체망원경에서 드러나는 장미성운 중앙부의 별무리인 NGC 2244 성단의 모습은 매우 화려해진다. 이 성단의 시직경은 약 40´으로 상당히 크다. 이 성단에서 가장 밝은 별은 5.8등급의 노란색 별로서 나란한 두줄의 끝 부분에 위치해 있다. 다른 별들은 푸른색의 별들로 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성단을 이루는 별들의 수는 대략 20여개를 헤아릴 수 있다.

성단의 주변은 엷은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다소 답답한 느낌을 얻는다. 이것이 바로 성운의 존재를 의미한다. 성운이 내는 주 파장 영역대가 우리의 눈으로 잘 볼 수 없는 적외선이어서 성운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분명히 있음에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렌즈의 노출시간을 길게 해 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진의 도움을 받는다. 천체사진에 마침내 드러난 모습은 암흑 속에 피어난 한송이의 장미다. 절로 입이 벌어질 만큼 화려하다.

200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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