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와 장기이식용 돼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11월 15일부터 29일까지 광우병 내성 암소 4마리가 태어나 현재 건강한 상태이고, 장기이식용 돼지는 9월부터 11월까지 3회에 걸쳐 6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균 돼지는 이틀이 안돼 모두 죽었다.
소나 사람의 뇌에는 프리온이란 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소실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든 이 프리온에 변이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프리온과 결합해 소실되지 않는다. 그 결과 뇌와 척수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면서 심한 경련을 일으키다가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황우석 교수는 정상 프리온과 변형 프리온의 구조적 차이에 주목했다. 프리온은 알파와 베타 두가지 구조를 갖고 있는데 정상 프리온은 알파가 우세하고 변형 프리온은 베타가 우세하다. 연구팀은 프리온 생성 유전자를 변형시켜 알파구조만을 과다하게 발현시키는 방법으로 베타구조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소의 세포에 변형된 프리온 유전자를 집어넣은 다음, 추출한 세포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삽입시켜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 송아지를 만든 것. 서울대 수의대 강성근 교수는 “이 방법은 광우병의 원인이 프리온임을 입증해 199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루시너 박사가 이미 쥐에게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복제 송아지는 일본 동물위생고도연구시설에 보내져 실제로 변형 프리온을 삽입했을 때 광우병을 일으키지 않는지 실험하게 된다. 현재는 유전자 검사로 프리온 유전자 변형이 제대로 된 것만을 확인한 상태.
광우병은 1985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감염이 우려되는 소까지 모두 3백50만마리가 소각 처리돼 피해액만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광우병 내성 소의 생산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이날 같이 발표된 무균 돼지의 복제 역시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세계 연구자들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데다 인명을 구하는 문제여서 의학적, 경제적 가치가 막대하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크기가 맞아야하고, 동물에게 있는 병원균들이 사람에게 옮겨오지 말아야하며 인체 내부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의대에서 무균상태로 배양중인 미니돼지를 복제함으로써 감염이나 장기의 크기 문제를 해결했다. 거부반응은 돼지의 세포에 인간면역억제유전자를 삽입해 차단했다.
문제는 무균 돼지를 복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어떻게 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 황 교수는“죽은 돼지들을 부검한 결과 폐에출혈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균실의 높은 압력이 호흡곤란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다음에 태어날 복제 돼지에게는 멸균우유에 여러 약품을 함께 투여해 생존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