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은 선저우 5호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중국의 양리웨이가 뉴스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주비행은 40년전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이미 시도한 바 있는 낡은 것이다. 이렇게 오래된 유인 우주비행 기술을 재현하기 위해 중국은 23억달러의 비용과 1만여명의 최고 인력을 총동원했다. 그만큼 우주비행이 쉽지 않음을 역설하는 것으로 이런 자금과 인력을 가진 국가에 의해서만 유인우주비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라이트 형제에 의한 동력 비행이 성공하고 1백년이 지나는 동안 항공분야는 민간영역에서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자가용 비행기에서 초음속 여객기까지 민간기업이 만들고 있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든지 비행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적인 로켓 비행이 고다드에 의해 성공한지 77년이 지났지만 우주비행 분야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있다.
지금까지 우주로 나간 2백41명의 우주비행사중에서 단 3명만이 우주여행을 목적으로 한 민간인이었다. 일본 TBS방송국의 아키야마 도요히로 기자와 미국의 갑부 데니스 티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청년 실업가 마크 셔틀워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지불한 여행요금은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평균 2천만달러(약 2백30억원).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롭게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항공분야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급속한 발전의 계기는 1927년 찰스 린드버그가 프로펠러기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으로 ‘대서양 쉬지 않고 건너기’에 성공하면서다. 이런 무모한 비행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2만5천달러의 상금이 걸린 오티그상(Orteig Prize)때문이었다. 민간인의 모험을 북돋우는 이런 상금제도가 상업비행시대를 연 셈이다.
1996년 우주여행을 꿈꾸는 일단의 공상가와 사업가들은 상금 1천만달러가 걸린 ‘X-프라이즈’(X- Prize)를 마련해 우주분야의 린드버그와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상금을 타기 위한 조건은 녹록치 않다. 우주선으로 조종사를 포함해 3명의 민간인을 1백km 높이까지 발사한 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은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일반 여객기처럼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음을 2주일 이내에 보여주어야만 한다. 즉, X-프라이즈는 3명이 탈 수 있는 값싼 재사용 우주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유일한 재사용 우주선인 우주왕복선은 7명이 탑승하지만 비용이 엄청나다.
4분간 우주 무중력 체험
이런 우주선을 민간기업에서 적절한 자금으로 단기간 내에 만들 수 있을까? X-프라이즈의 투자자들은 이점에 주목하고 현실적인 기술력을 감안해 가장 중요한 조건을 하나 완화했다. 지구를 완전히 한바퀴 이상 도는 ‘궤도비행’을 요구하지 않고 잠시 우주로 나갔다 바로 지구로 돌아오는 ‘준궤도비행’을 우주여행코스로 정한 것이다. 목표고도는 우주가 시작되는 고도 1백km. 여기까지 올라간 우주선은 중력에 의해 지구로 다시 끌려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우주여행객이 원하는 무중력 체험 상품의 시간은 아쉽게도 4분 이내로 매우 짧다.
현재 X-프라이즈에 뛰어든 팀은 전세계적으로 20여개. 친구들과 자기 집 창고에서 제작하는 개인팀에서부터 수십명의 기술자를 거느린 기업팀까지 모두다 혁신적인 우주여행법을 실현하기 위한 독창적인 발사체를 연구하고 있다. 이중 두팀이 올해가 가기 전에 처녀비행을 시도하려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한팀이 캐나다의 브라이언 페네이가 이끄는 다빈치 프로젝트(da Vinci Project)다.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기술 도움을 받고 있는 다빈치 프로젝트의 우주여행법은 풍선을 이용한 공중 발사법. 세계최대 크기의 재사용 가능한 헬륨풍선에 와일드 파이어란 이름의 우주선을 끈으로 매달고 25km까지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와일드 파이어는 케로신과 액체산소를 이용한 로켓엔진을 점화, 마하4의 속도로 1백20km까지 상승하게 된다.
와일드 파이어로 경험하는 무중력 시간은 약 3분30초다. 최고 고도에 도달한 이후 우주선의 아랫쪽에 팽창식 원뿔이 만들어져 진입중 생기는 고열과 착륙시 충격을 흡수하게 된다. 고도 8km에서 조종이 가능한 낙하산을 펼치고 GPS 항법장비를 활용해 우주선은 출발지로부터 1백km 이내에 착륙하게 된다. 다빈치 프로젝터는 이미 2001년에 간단하며 신뢰성있는 가압식 로켓엔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바 있다. 브라이언 페네이가 직접 탑승할 와일드 파이어는 캐나다의 킨더스리 공항을 발사장으로 정하고 연내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12월 17일 첫 발사 예정
발사 날짜를 명확히 정하고 준비중인 팀도 있다. 현재 가장 앞서있는 이 팀은 미국의 항공기 설계사 버트 루탄이 이끄는 스케일드 컴포지츠(Scaled Composites)사다. 루탄이 제시하는 우주여행법은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모선 비행기와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로켓기를 결합한 공중 발사법. 모선이 되는 비행기의 이름은 화이트 나잇(White Knight)이고 로켓기의 이름은 스페이스쉽원(SpaceshipOne)이다.
훈련용 전투기의 중고 제트엔진으로 비행하는 화이트 나잇은 15km 상공까지 올라간 후 아래쪽에 부착된 스페이스쉽원을 분리한다. 스페이스쉽원은 자체에 내장된 하이브리드형 로켓을 이용해 고도 1백km까지 계속 상승한 후 독특한 모양을 취하면서 하강한 후 글라이더처럼 날아 출발한 공항에 다시 착륙하게 된다. 스페이스쉽원의 우주여행시간은 이륙에서 착륙까지 모두 80여분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 9월 28일 미국의 모하비 사막에서 시험비행이 무사히 이뤄졌고 이제 남은 것은 실제 비행이다. 라이트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한 지 꼭 1백년이 되는 12월 17일을 D-데이로 잡고 있어 루탄이 1천만달러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얼마나 안전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지난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이아호의 공중폭발사고에서 보듯 우주여행은 매우 위험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중국은 양리웨이를 보내기 전 4번이나 예비발사를 하는 조심성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큰 난제는 개발비의 확보다. X-프라이즈에 도전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예산 부족으로 실제 비행을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몇몇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우리를 우주로 안내해 줄 것이 분명하다. 2003년 12월 17일이 우주여행의 기원이 돼 또 다른 1백년이 시작되는 해로 기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