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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1세기 미라 냉동인간

저온생물학과 나노기술로 실현되는 불멸의 꿈

저온생물학에서는 저온보존 기술로 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다. 저온보존으로 겨냥하는 대표적인 미래기술은 인공동면과 냉동보존이다.


박쥐같은 동면동물은 뇌에서 엔케팔린이라는 호르몬 을 분비해 저온에서도 살 수 있게 생리현상을 조절 한다.


겨울잠 자며 우주여행한다

먼저 인공동면의 경우 사람도 일부 동물처럼 동면을 즐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곰과 다람쥐, 햄스터, 박쥐 등은 외부 온도에 따라 스스로 체온을 3℃까지 낮춰 겨울잠을 잔다. 가령 박쥐는 초가을이 되면 겨울잠에 대비하여 지방질을 축적한다. 이럴 즈음 박쥐를 붙잡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곧 잠이 든다. 박쥐의 체온은 급격히 떨어지고 심장 고동과 호흡의 속도는 느려진다. 잠든 박쥐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으므로 몇 달 정도는 살아 있는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둘 수 있다.

사람은 박쥐처럼 체온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잠을 자다가는 영락없이 얼어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의 동면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동물이 동면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엔케팔린(enkephalin)을 합성하면 인간도 겨울잠을 즐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케팔린은 마취제와 진통제로 쓰이는 모르핀과 화학적 성질이 유사해 진통뿐만 아니라 수면과 성기능 등 생리현상을 조절한다. 요컨대 엔케팔린을 합성할 수 있다면 사람도 체온이 3℃인 동면 상태가 될 수 있다.

인공동면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지만 동면의 원리를 응용한 의료시술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저체온 수술법이다. 환자의 체온을 낮춰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이다. 체온을 30℃ 정도로 낮추면 심장 박동이 멎고, 18℃까지 떨어뜨리면 두뇌 활동이 거의 정지돼 피의 흐름이 멎는다. 따라서 피를 흘리지 않고 수술이 가능한 것이다.

인공동면은 쓰임새가 많을 것 같다. 우선 엔케팔린을 합성해 동면상태에서 몇 시간이고 수술이 가능하다면 장기이식 수술을 할 때 시간에 쫓겨 실패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인공동면을 하면 수십 년을 우주선 안에서 견뎌야 하는 우주여행도 가능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2030년 쯤이면 겨울잠을 자면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체 냉동보존을 꿈꾼 사람들


1770년대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 을 미래에 소생시킬 수 있도록 시체를 보존하는 방법에 대 해 언급했으나, 당시 과학기술로는 무리였다.


한편 냉동보존(cryopreservation)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저온보존하는 인공동면과는 달리 죽은 사람을 얼려 장시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녹여 소생시키려는 기술이다. 인체를 냉동보존하는 까닭은 사람을 죽게 만든 요인, 예컨대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이 발견되면 훗날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은 시체를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기 보다는 생명을 연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인체의 사후 보존에 관심을 표명한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미국의 독립선언 직전인 1773년 그가 친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먼 훗날 소생시킬 수 있도록 시체를 미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물론 그는 당대에 그러한 방법을 완벽하게 구현할 만큼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문장으로 편지를 끝맺었다.

인체의 냉동보존을 이론적으로 제안한 최초의 인물은 미국 물리학자인 로버트 에틴저(Robert Ettinger) 교수이다. 1962년 ‘불멸에의 기대’(The Prospect of Immortality)라는 책을 펴내고, 저온생물학의 장래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냉동시킨 뒤 되살려내는데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백96℃가 시체를 몇 백년 동안 보존하는데 적합한 온도라고 제안했다. 그의 책이 계기가 돼 인체 냉동보존술이라는 미지의 의료기술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에틴저 교수는 1940년대에 개구리의 정자를 냉동시키려는 과학자들을 지켜보면서 인체 냉동보존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의학적으로 정자를 가수면 상태로 유지한 뒤에 소생시킬 수 있다면 인체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1940년대에 여러 종류의 세포를 성공적으로 냉동보존했으며, 1950년에는 소의 정자, 1954년에는 사람의 정자를 냉동보관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도처의 정자은행에서는 정자를 오랫동안 냉동 저장한 뒤에 해동해 난자와 인공수정을 시키고 있다. 1971년 쥐의 배아를 냉동보관하는데 성공했으며 이어서 토끼, 양, 염소, 소의 배아를 냉동보관하게 됐다.

사람의 경우 1984년 3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냉동배아로부터 첫 아기가 태어났다. 이제는 체외수정 시술을 위해 사람의 배아를 냉동보관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난자는 정자나 배아보다 동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1986년 독일에서 냉동난자로 체외수정된 아기가 처음 태어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8월 첫 아기가 태어났다.

알코르는 냉동보존 서비스 중


인체 냉동보존술이 실현되려면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하 나는 뇌를 제대로 냉동하고 보 존하는 저온생물학이고, 나머 지 하나는 해동할 때 뇌 기능 을 복구하는 나노기술이다.


에틴저 교수의 인체 냉동보존 아이디어는 1960-1970년대 미국 지식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히 히피문화의 전성기인 1960년대에 환각제인 엘에스디(LSD)를 만들어 미국 젊은이들을 중독에 빠뜨린 장본인인 티머시 리어리(Timothy Leary) 교수는 인체 냉동보존술에 심취했다. 그는 말년에 암 선고를 받고 자살계획을 세워 자신의 죽음을 인터넷에 생중계할 정도로 괴짜였다. 1996년 병사한 리어리 교수는 사후에 출간된 저서인 ‘임종의 설계’(Design for Dying)에서 냉동보존으로 부활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리어리 교수의 경우에서 보듯이 인체 냉동보존술은 진취적 사고를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자들을 매료시켰다.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조직인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의 고객 중 25% 이상이 첨단기술 분야 종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부터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알코르는 세계적으로 1천여명 가까이 상담을 진행중에 있으며 냉동보존된 사람은 1백여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알코르는 고객을 ‘환자’, 사망한 사람을 ‘잠재적으로 살아 있는 자’라고 부른다. 환자가 일단 임상적으로 사망하면 알코르의 냉동보존 기술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들은 먼저 시신을 얼음통에 집어넣고,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폐소생장치를 사용해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이어서 피를 뽑아내고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킨다. 그런 다음에 환자를 애리조나 주에 있는 알코르 본부로 이송한다. 환자의 머리와 가슴의 털을 제거하고,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종양의 징후를 확인한다.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한다. 기계로 남아 있는 혈액을 모두 퍼내고 그 자리에는 특수액체를 집어넣어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사체를 냉동보존실로 옮긴 다음에는 특수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다. 부동액은 세포가 냉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며칠 뒤에 환자의 시체는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백96℃로 급속 냉각된다. 이제 환자는 탱크에 보관된 채 냉동인간으로 바뀐다.

인체의 냉동보존에는 비용이 적지않게 소요된다. 냉동보존 서비스에는 비용에 따라 특급과 보통이 있다. 알코르에서는 12만-13만달러 정도를 내면 몸 전체를 보존하는 특급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5만달러로는 머리만 냉동보존해준다.

알코르의 홈페이지(www.alcor.org)를 보면 ‘우리는 뇌 세포와 뇌의 구조가 잘 보존되는 한,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멈춘 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심박과 호흡의 정지는 곧 ‘죽음’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죽음’이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상태일 뿐이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아직까지 냉동인간을 소생시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다.

저온생물학의 연구결과는 낙관적

인체 냉동보존술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두가지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나는 뇌를 냉동 상태에서 제대로 보존하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해동 상태가 된 뒤 뇌세포를 복구하는 기술이다. 뇌의 보존은 저온생물학과 관련된 반면, 세포의 복구는 분자 수준에서 물체를 조작하는 나노기술과 관련된다. 말하자면 인체 냉동보존술은 저온생물학과 나노기술이 결합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한 기술이다.

먼저 저온에서 뇌를 보존하는 기술은 더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사람의 뇌를 냉동 상태에서 보존하지 못한다면 해동 후에 뇌 기능의 소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다른 신체부위, 이를테면 피부나 뼈, 골수, 장기 등은 현재의 기술로 저온 보존이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냉동과 해동에 의해 이러한 부위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변질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컨대 냉동은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변성이나 화학적 변화를 야기하지 않는다.

세포의 경우 구성물질의 85% 가량이 물이기 때문에 냉동시에 얼음으로 바뀌면서 부피가 팽창해 세포가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물이 얼음으로 바뀜에 따라 세포의 부피는 10% 정도 팽창하는데 그칠 뿐 아니라, 세포는 부피가 50-100%까지 늘어나더라도 내부에 형성된 얼음 때문에 세포가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세포가 냉동될 때 물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세포 사이에 얼음이 형성된다. 그 결과 세포는 팽창하기보다는 오히려 축소된다. 세포가 축소되면서 세포막에 변화가 발생해 결국 세포가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냉동보존의 결과는 가령 콩팥이나 배아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므로 곧바로 뇌에 적용될 수는 없다. 뇌를 냉동했을 때 각 부위의 세포와 조직에 대해 그 구조와 기능이 보존되는 상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뇌의 모든 부위에 대해 그러한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 역시 냉동시 형성되는 얼음에 의해 인지능력이 손상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동결 방지제인 글리세롤을 사용하면 뇌의 기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태까지 얼음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연구결과는 인체 냉동보존을 실현함에 있어 저온생물학의 측면에서는 별다른 장애 요인이 없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세포수복 로봇 개발에 성패 달려

인체 냉동보존술의 성공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두번째 기술은 나노기술이다. 나노기술은 냉동 과정에서 손상된 세포를 해동한 뒤 수리할 때 필수불가결한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체는 수십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냉동될 때 세포를 구성하는 수분이 밖으로 빠져 나가 얼음으로 바뀐다. 수많은 세포 주변에 형성된 얼음은 마치 바늘이 풍선을 터뜨리듯 이웃 세포의 세포막을 손상시키게 마련이다. 뇌 세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신체의 많은 기관은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 수 있다. 예컨대 심장이나 콩팥, 피부 따위는 모두 새것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그러나 뇌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뇌에는 개체의 의식과 기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뇌 세포가 손상된 경우 그 안에 저장된 정보들이 온전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손상된 뇌 세포의 기능을 복원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정보를 보존하기 위해서 해동된 뒤에 뇌 세포를 원상태로 복구시켜 놓지 않으면 안된다.

인체 냉동보존술의 이론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미국의 에릭 드렉슬러(K. Eric Drexler)가 1986년 펴낸 ‘창조의 엔진’(Engines of Creation)에서 제안한 바이오스태시스(biostasis) 개념에 매달리고 있다. 드렉슬러는 ‘생명 정지’를 뜻하는 바이오스태시스라는 용어를 만들고 ‘훗날 세포수복 기계에 의해 원상복구될 수 있게끔 세포와 조직이 보존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세포수복 기계는 나노 크기의 컴퓨터, 센서, 작업도구로 구성되며 크기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정도이다. 이 나노기계는 백혈구처럼 인체의 조직 속을 돌아다니고, 바이러스처럼 세포막을 여닫으며 세포 안팎으로 들락거리면서 세포와 조직의 손상된 부위를 수리한다.

드랙슬러는 이러한 나노로봇이 개발되면 냉동보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인체 냉동보존술의 성패는 저온생물학 못지 않게 나노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경에 세포수복 기능을 가진 나노로봇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늦어도 2040년까지는 냉동보존에 의해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뇌 세포의 수리에 의해 이미 소실된 기억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이 시체와 함께 보존될 수 있는가 하는 궁극적인 질문과 다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쟁점은 인체 냉동보존 이론가들이 해답을 내놓아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닌지 모른다. 어쨌든 21세기 초반에 신경과학의 발달로 인해 기억과 관련된 뇌의 구조가 밝혀지고 기억 기능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파악될 터이므로 나노기술로 기억력을 회복시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만도 없을 것 같다.

특히 ‘엑스트로피 인스티튜트’(Extropy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인체 냉동보존술의 장래를 낙관한다. 엑스트로피는 엔트로피의 반대를 의미하는 신조어로서 과학기술로 인간의 생명과 지능을 개선시키는 것을 뜻한다. 마빈 민스키, 레이 커즈와일, 바트 코스코 등 세계적 과학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엑스트로피 인스티튜트는 냉동보존술로 인간의 영생을 추구하고, 컴퓨터로 인간의 의식을 옮기는 문제를 연구한다.

이들의 소망대로 인체 냉동보존술의 두 필수요소인 저온생물학과 나노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면 21세기의 미라인 냉동인간은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 채 차가운 얼음 속에서 길고 긴 잠을 자야할지 모를 일이다.

미라에 새긴 부활에의 꿈

영원불멸을 소망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사람이 죽은 뒤 그 육신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만일 육체가 훼손되면 사망할 즈음 분리된 정신과 다시 결합할 수 없고 결국 저승에서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시체를 미라로 처리해 관 속에 안치했다.


영원불멸을 소망하는 인류의 꿈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미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은 죽은 뒤의 부활을 믿었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 보존했다.


오시리스 신화의 약속

미라 곁에는 ‘사자의 서’를 넣어뒀다. 파피루스 두루마리인 이 책에는 죽은 자의 영혼이 천국에 받아들여지기 전에 치르는 절차가 묘사돼 있다. 사자는 오시리스의 재판정에서 심판을 받는데, 무죄일 경우 부활할 수 있다. 오시리스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숭배했던 신이다. 오시리스는 본래 이집트의 왕이었으나 사악한 동생에 의해 살해됐다. 그러나 아내의 사랑으로 부활한 뒤 그의 영혼은 이승에 머물지 않고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갔다. 지하세계에서 오시리스의 주검은 방부처리돼 최초의 미라가 된다.

죽은 자 가운데 최초로 신으로 부활한 오시리스는 저승의 왕이 돼 지하세계를 개혁했다. 오로지 왕들만이 사후에 신들의 왕국에서 부활하는 특전을 누렸으나 오시리스는 모든 사람에서 천국을 개방한 것이다.

말하자면 오시리스는 모든 이집트 사람들에게 저승에서의 부활을 약속한 셈이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은 미라로 만들어져 매장되면 누구나 오시리스처럼 부활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오시리스 신화는 사람이 죽어도 저승에서 몸과 영혼이 재결합해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갈망했던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이 만들어낸 한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이다.

미라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제작하는 과정은 약 2천4백년 전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가 저술한 ‘역사’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

초상이 나고 2-3일이 지나면 시체는 방부처리 전문가에게 건네진다. 방부처리사들은 먼저 왼쪽 콧구멍에 쇠꼬챙이를 쑤셔 넣어 코뿌리의 뼈를 부수고 그 구멍을 통해 뇌수를 꺼낸다. 이어서 날카로운 돌로 왼쪽 갈비뼈 밑에 구멍을 내고 내장을 들어낸다. 간과 위, 창자, 폐는 꺼내지만 심장은 그대로 뒀다. 심장에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장을 모두 꺼낸 다음에는 옆구리의 구멍을 종려나무 술로 깨끗이 씻고 실로 봉합한다. 이어서 시체에 소다석을 발라 탈수시킨다. 그런 다음 시체를 나일 강물에다 씻고, 각종 연고로 닦아내어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마지막으로 시체를 장례침대에 올려놓고 옷을 입혔다.

시체에 붕대를 감는 과정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묶는 일부터 시작됐다. 붕대에는 가끔 송진을 발랐으며 붕대의 겹겹마다 부적 따위를 집어넣었다. 양팔에 이어 몸뚱이를 묶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머리를 묶었다. 시체를 미라로 처리하는 과정이 완료되면 장례식을 준비중인 유족들이 시체를 넘겨받아 나무 관이나 피라미드에 넣어 보관했다.

미라의 과학적 연구

이집트의 미라는 19세기초 만 해도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881년 이집트 왕들의 미라 저장소로 쓰인 동굴이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특히 고고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수천년의 세월을 견뎌낸 미라들을 온전히 보존하는 비법을 밝히는 일에 전력투구했다.

미라의 과학적 연구에는 초창기에 X선 촬영술이 사용됐으며, 오늘날에는 내시경 검사,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이 동원된다. 그러나 자기공명영상(MRI)은 쓸모가 없다. 이 기술은 수소원자에 반응해 작동하지만 인체에서 물분자 형태로만 나타나는 수소를 건조한 미라에서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라 처리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방부처리 풍습은 멕시코와 안데스까지 널리 퍼져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미라가 발견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에는 사후에 시체의 부패를 중지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이 개발됐다. 그런 기술 중의 하나가 액체질소를 이용하는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이다.

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인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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