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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힘세고 오래가는 에너지 활용비법

진공창에서 탄소나노튜브 광원까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산업이나 가정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무턱대고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똑같은 에너지라도 더 오래 사용하도록 하는, 즉 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이는 것이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는 한가지 합리적인 방법이다. 최근 주목받는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기술을 직접 만나보자.

에너지 단속해주는 진공창


주택에서 창문을 통한 열손실은 전체의 20-40%를 차지한 다. 한 겨울 창문을 비닐로 감싸면 더 따뜻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건물에서 발생되는 에너지의 손실은 건물의 벽체나 지붕, 창문을 통해 이뤄진다. 이 중에서 창문을 통한 열손실량은 주택의 경우 전체 열손실량의 20-40% 정도, 사무실 건물의 경우 10-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창문이 건물외피 중 열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면적일 때 창문을 통해 빠져나가는 열은 벽체나 지붕의 6-7배 정도가 된다. 따라서 단열성이 높은 유리창의 개발은 에너지절약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런 에너지절약형 창 중 주목받는 것이 바로 진공창이다.

진공창은 1893년에 듀어가 개발한 보온병(Dewar flask)에서 기본적인 개념이 시작됐다. 듀어병은 복사로 인한 열손실을 효과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해 표면이 은도금으로 코팅돼 있다. 또한 전도나 대류에 의한 열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내부 공간은 진공상태다. 동심원의 모양은 내외부의 열차단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중 유리창 내부가 진공으로 된 진공창은 두 유리판을 봉입하기 바로 직전 작은 튜브를 통해 두장 유리사이의 가스나 공기를 뽑아내는 방법으로 만든다. 이것은 듀어병, 진공관 모양의 태양집광기, 전자튜브 등과 같이 진공이 필요한 장치의 둘레를 효율적으로 밀폐하는 방법 중 하나다. 진공을 형성하는 동안 내부표면에 묻어있는 물이나 가스입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일정 온도까지 가열된다. 일반적으로 진공 배출 튜브는 가열돼 진공을 형성한 후 나머지 부분들이 식혀진 다음 봉입된다.

사실 진공펌프만으로 가스를 배출하는 작업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잔류가스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게터(Getter)라는 물질을 사용하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게터는 매우 높은 온도로 가열된 내부표면에서 이물질을 제거해 진공의 형성과 유지를 좋게 한다.

1913년에 졸러가 평판형 진공창에 대한 제조방법을 제시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이 진공창의 제작방법과 구조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특허를 출원하는 정도에 머물렀을 뿐 실제적인 개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유리창 접합기술, 코팅기술, 진공기술,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호주 시드니대,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진공창 내부의 압력이 ${10}^{-6}$ torr(토르, 진공에 사용되는 압력 단위 1torr=133.332N/m²) 정도인 고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일본의 니폰 글래스사에서는 대량생산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10}^{-6}$torr의 고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진공창의 시제품개발에 성공해 향후 실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밝고 오래가는 빛의 기술


발광다이오드(LED)는 소 비전력이 낮고 크기가 작으며 수명이 길다.


최근 조명 산업에서는 이른바 신조명 기술이라 불리는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신조명 기술은 기존의 기술보다 고효율이고 수명이 길며 활용성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파격적으로 향상된 기술이다. 기존의 조명기술은 백열등과 형광등, 그리고 고압방전등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전극 광원, LED로 대표되는 반도체 광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광원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신조명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무전극 광원은 램프에 전극이 없는 광원을 말한다. 여러 종류가 개발됐지만 실제 상용화된 무전극 형광등으로 오스람사의 엔두라(Endura)와 필립스사의 큐엘(QL) 램프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광원들은 램프 내 가스의 방전을 통해 빛을 방출하는데, 방전에 필요한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전극이 필요하다. 전극을 통해서 가스의 방전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고전압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거나 램프 내부의 필라멘트를 가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라멘트나 전극은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손상돼 광원의 수명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전극을 제거하고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 전자파에너지로 방전을 시키는 방식인 무전극 램프는 당연히 수명이 길다는 특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기존 형광등 수명이 8천-1만2천 시간 정도였지만 무전극 형광등은 6만-10만 시간의 수명을 갖는다.

램프의 효율도 90lm/W 이상으로 20lm/W 정도인 기존 백열전구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서 lm/W는 광원의 효율을 나타내는 단위로 단위 전력량당 램프가 방출할 수 있는 총광속(lm, 루멘)의 비다. 현재 1백20lm/W 이상의 무전극 광원도 연구되고 있어 향후 1백W급 이상의 고용량 램프를 필요로 하는 곳에 활발히 적용될 전망이다.

반도체에서 나노기술까지 활용돼

LED(Light Emitting Diode)로 불리는 발광다이오드는 대표적인 반도체 광원으로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표시등에 사용되면서 우리 생활과 친숙하다. 기존의 적색 외에 황색, 청색 LED가 연속적으로 개발됐는데, 최근에 백색 LED가 개발되면서 향후 백열등과 형광등을 대체할 수 있는 조명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LED 광원의 경우 소비전력이 낮고 광원의 크기가 작으며 수명이 길고 점등과 소등이 매우 빠르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가스와 필라멘트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충격에 강하고 안전하며 환경오염이 적다는 장점도 지닌다.

LED 광원은 기존의 전광판 등 디스플레이용과 컴퓨터와 휴대폰의 백라이트용에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조명용 전구, 차량등, 신호등과 기타 특수 용도의 광원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가장 잠재력이 큰 조명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보급중인 LED 신호등의 경우는 반도체 광원에 의한 에너지절약의 예를 직접 보여준다. 기존의 백열전구를 사용한 신호등의 경우는 소비전력이 1백W나 되지만 LED 반도체 광원을 사용한 경우는 15W만이 소비된다. 절전율이 무려 80%가 넘는 것으로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일반 조명용으로 사용될 백색 LED의 경우는 아직 광원의 효율이 낮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10년 내에 1백20lm/W의 고효율 백색 광원을 목표로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 연구되고 있는 또다른 신광원으로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 Tube)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나노기술에 의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CNT를 전극, 또는 필라멘트로 사용해 고효율의 전자방출을 통해 광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차세대 디스플레이중 하나인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 Field Emission Display)의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물론 조명용으로 기초적인 연구 수준이지만, 10년 내에 1백20lm/W의 광원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은다

해수나 하수는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이와 같은 온도차 에너지를 지닌 해수나 하수처리장, 그리고 열에너지를 발생하는 쓰레기소각장과 같은 산업시설을 이용한다. 미활용에너지는 고효율압축식 열펌프나 고효율흡수식 열펌프로 모아져 도시나 공장으로 보낸다. 이를 활용하면 냉난방시스템에 필요한 에너지 양을 줄여 결국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준다.


(그림)미활용 에너지 이용시스템


현재 우리 주변에는 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에너지가 여럿 있다. 도시지역 내에서 생활·업무·생산활동을 위해 투입된 에너지가 유효하게 회수돼 이용되지 않고 환경으로 배출된다. 폐기물 소각열, 하수열, 공장배열 등 다양한 형태의 열에너지가 여기에 속한다. 또한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에너지 중에는 활용해도 생태학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온도차에너지가 있다. 여름은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은 대기보다 따뜻한 물과 하천수, 해수, 지하수 등이다. 이런 에너지를 전부 합해 미활용에너지라 한다.

미활용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저온이고, 시간적 변동이 크며, 수요지와 거리가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열의 회수·변환·저장·수송기술이 핵심이 다. 저온의 열을 효율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는 나노기술을 이용한 초고효율 열교환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이미 북유럽과 일본에서는 열공급부문에서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온도차에너지를 이용한 지역열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지역열 공급 플랜트에서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신설 플랜트에서 온도차에너지의 도입비율이 증가 추세에 있다. 2010년 미활용에너지를 민생용 에너지 수요량의 10% 수준으로 공급할 목표인데, 원유로 환산하면 72만kL나 된다.

미활용에너지 이용시스템은 보일러와 냉동기 등 기존의 냉난방시스템에 비해 에너지절약은 물론 도시와 지구환경 개선, 전력평준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40-60% 정도 줄일 수 있고, 질소산화물(NOx)의 생성을 60-80% 정도 줄일 수 있다. 냉난방, 급탕 열소비 급증에 따른 도시지역의 에너지와 환경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기술은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 개발사업단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중이다. 현재 산업, 건물, 수송에서 전기와 석탄, 석유의 이용효율향상까지 세부 분야별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윤형기 에너지시스템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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