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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성을 관찰하면 매우 흥미진진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생식기 구조를 살펴보자. 왜 남성의 생식기는 많고 많은 구조 중 버섯처럼 갓을 가진 기둥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을까. 여러가지 추측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갈퀴 가설이다.

인간 진화의 과정 중 침팬지의 경우처럼 난교(짧은 시간에 여러 수컷과 암컷이 교미함)를 하는 생식 패턴을 가진 시기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암컷의 질 내에 여전히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최대한 제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수컷은 진화를 통한 독특한 생식기의 구조를 가지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갈퀴 모양의 생식기다. 인간의 경우 생식기의 모양뿐만 아니라 성관계를 맺을 때 흥분하고 정자를 방출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차례의 피스톤 운동도 다른 수컷의 정자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다.

갈퀴 가설의 타당성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예가 바로 실잠자리의 경우다. 실잠자리 수컷의 생식기는 암컷의 생식관에 꼭 맞는 형태인데, 그 끝에 편모가 달려 있는 특징적 구조를 가진다. 사정하기 전에 실잠자리 수컷은 주걱 모양의 편모를 이용해 암컷 저정낭의 깊숙한 곳까지 깨끗이 긁어내며 청소한다. 이전에 다른 수컷과의 교미를 통해 얻은 모든 정자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전체 성행위 시간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진화의 갈림길에 선 고환

남성 생식기의 구조 중 성기 외에 고환의 크기에도 짝짓기 방식과 관련한 인간 진화의 재미있는 원리가 숨어있다. 대형 유인원 중 수컷 고릴라는 침팬지보다 4배 무거우나 고환의 크기는 역으로 침팬지가 고릴라보다 6배나 더 크다. 고릴라는 안정된 가족을 이루며 집단으로 생활하고 수컷 우두머리가 그 집단의 모든 암컷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암컷의 발정기가 1년이나 2년에 한번씩 밖에 없으므로 이때만 우두머리 수컷은 암컷에게 줄 최소한의 정자를 만들면 된다. 때문에 큰 고환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침팬지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암컷들이 마구잡이로 난교를 하기 때문에 수컷들은 자신의 정자로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키기 위해 경쟁할 수 밖에 없다. 침팬지 수컷은 자신의 정자로 수정시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정자를 생산해 사정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로 인해 침팬지는 커다란 고환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성인 남성의 고환을 보면 어떨까. 사람의 고환은 두 유인원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일부일처제를 법으로나 사회적으로 권장한다는 점에서도 예측할 수 있듯이, 이는 인간이 침팬지보다는 좀더 규제된 성관계를 맺으며, 고릴라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성관계 패턴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즉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자기 자손을 남기기 위해 진화 과정을 통해 가장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방식의 생식기 구조와 정자 생성능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남성이나 여성의 혼외 성교가 철저히 통제되는 사회에서 진화가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시간이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 성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지며 고환의 크기도 지금보다 더욱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난교가 이뤄지는 쪽으로 사회∙문화적 풍습이 가속화된다면 인간은 고환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쪽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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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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