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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Ⅰ 도시교통문제를 보는 시각 달라져야

교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회적 순생산을 극대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아주 원시시대부터 무리를 이루려고 하는 속성을 보여 왔다.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장소를 도시라 할 때 도시의 규모는 지금까지 계속 확대돼 왔다. 예컨대 오늘날 세계 최대의 도시로 꼽히는 뉴욕의 경우, 일상통근권을 이루고 생활하는 거주인구가 무려 2천만명을 상회할 정도로 초거대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서울도 행정구역에 인접한 주변지역인구를 포함하면 도시인구가 1천4백만명을 넘는 수준이다.

인류문명의 발전을 곧 도시문명의 발전이라고 규정해 볼 때 도시의 발전과 교통수단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수레바퀴의 발명을 두고 많은 학자들은 인류문명에로의 첫걸음이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은 많은 인구가 한곳에 모여 살아도 의식주의 생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러한 도시화로 인해 산업생산과 사회발전이 가속돼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오늘의 인류사회는 교통발전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내일의 사회발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의 전망도 앞으로의 교통기술 전망과 관련하여 예측할 수 있다.

교통은 사람이나 재회를 어느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이다. 인간이 경제·사회적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교통은 필수적인 활동인 것이다.

인류문명의 발달을 역사적으로 검토할 때 교통의 발달이 사회에 끼친 영향(즉 교통의 기능)으로 크게 세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산업화의 추진, 도시화의 촉진 그리고 다른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창출이다.

수레바퀴의 발명으로부터

인간이 이룩한 기술발명중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되는 수레바퀴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에 의해 B.C.3500년경 처음 만들어 진 이래 교통분야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 동력원도 소 말 내연기관으로 계속 탈바꿈 됐다. 또 도로건조 및 포장기술이 개발되고 신호와 관제기술이 세련돼 갔다.

마침내 19세기 말에 등장한 자동차는 20세기에 들어와 성능과 안전도에 있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부자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자동차가 기술발전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또 일반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보급이 급격히 확대돼 갔다.

자동차의 보유대수가 1900년에 영국이 1만8천대, 미국이 8천대에 불과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1986년 현재 영국은 2천 1백 69만9천대, 미국은 1억 6천 40만대를 돌파하고 있다.

25년에 한번씩 6·25를 치르고
 

(표 1) 세계 최대도시


자동차의 대중화는 인간의 생활양식을 지배하기에 이르렀고, 승용차의 소유가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일부에서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자동차대중화(motorization)시대로 표현하기도 할 정도다.

아무튼 자동차 교통시대를 의식한 사회관리체제의 구축과 고속도로 등 도로망 시설의 확충이 자동차의 보급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이에 힘입어 자동차 보유율이 미국은 1960년에 이미 인구 2.5명당 한대 시대에 돌입했다. 1986년 현재 영국은 인구 2.6명당 한대, 일본은 인구 2.4명당 한대, 미국은 1.5명당 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반세기 동안 연평균 18.7%씩 증가, 1988년 현재 2백 3만5천대에 이르고 있다. 전문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우리도 앞으로 10년 이내에 보유대수가 적어도 1천만대를 상회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철도와 같은 대중교통수단과는 달리 개인 승용차는 개인에게 기동성을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도시의 성장을 부채질했다. 자동차 때문에 인구집중이 평면적으로 확산돼 대도시가 점점 더 비대화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지구상의 최대도시의 규모를 검토하면(표1), 도시크기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지수함수적으로 비대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세기 들어와서 도시크기(인구와 면적)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 이유중 하나는 분명 어디든지 마음대로 굴러다닐 수 있는 자동차 때문일 것이다.

한편 자동차의 대중화에 따른 사회문제로서 교통사고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선진외국의 5배를 상회할 정도로 높다. 그 심각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통계가 있다. 앞으로 25년 동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38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가 겪은 가장 큰 비극이었던 6·25동란 중 사망한 군경 전사자가 모두 38만명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현재 25년에 한번씩 6·25동란의 인명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교통사고율은 구미 여러나라의 1940년대 수준, 일본의 1960년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자동차 1만대당 연간 사망자수를 비교하면, 미국(1980) 3.3명, 영국(1980) 3.5명, 일본(1980) 2.3명, 한국(1988) 57.0명 수준이다.

여기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율을 자동차 1만대당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이 부문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톱클래스다. 선진외국보다 무려 16~25배나 높은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문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자동차의 안전구조 뿐만 아니라 도로의 설계기준, 운전자의 적성과 의식, 신호규제 단속기술, 그리고 도로교통행정 등 관련분야들의 사회제도적인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선진외국의 경험을 보면 자동차대중화에 따른 사회제도의 구축에 수십년의 시행착오 기간이 소요됐음을 알 수 있다.

통행효율을 높여야

도시성장이 계속돼 대도시는 거대도시로, 거대도시는 초거대도시로 계속 비대화되고 있다. 또 숭용차가 대중화됨에 따라 도시 교통문제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교통수요의 증가를 교통시설의 공급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도시교통수요는 다음의 네가지 요소, 즉 인구수, 1인당 통행발생회수, 평균통행거리 그리고 자동차 이용도를 모두 서로 곱한 값에 비례해 증가한다. 도시의 지속적 성장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통행빈도의 증가와 장거리화가 이뤄지고 송용차 보급이 증가함 에 따라 도시교통수요는 공급시설이 도저히 따를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이룩한 선진국의 대도시는 도로를 차라리 주차장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차량정체가 극심하다. 또 목적지에 도달해서는 주차장을 구하지 못해 길게는 수시간 동안이나 주변을 배회하면서 주차장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의 대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도시공간의 대부분을 도로와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진정한 해결방안은 획기적인 교통기술의 개발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때 생각했다. 실제로 금세기의 교통기술 발달속도는 그야말로 경이적이었다. 초음속 고속교통수단이 실용화되고, 우주왕복이 가능할 정도로 첨단교통기술의 발전이 눈부시게 진전됐다.

그러나 최첨단 장거리교통수단은 인구가 과밀한 공간 내에서 빈번한 접촉을 특징으로 하는 도시교통에는 신통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도시교통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좁은 면적의 도시에서 제한된 교통공간의 통행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있을뿐이다.

참고로 승객 1인이 1km를 주행히는 데 필요한 도로소요면적은 지하철을 1로 할 때 버스는 9배, 승용차는 28배나 된다. 연료의 소비율에 있어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지하철을 1로 기준할 때 버스는 4배, 승용차는 25배 연료를 많이 쓴다.

따라서 세계의 대도시들은 예외없이 대중교통의 육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지하철의 건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승용차의 보급이 대중화된 사회에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자가용 대신에 대중교통을 선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 2) 자동차 보유대수의 증가추이


절대적 개선은 있을 수 없어

아이러니컬하게도 교통기술과 도시문명의 발전이 도시교통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도시교통문제는 도시구조의 개혁을 시도하지 않는 한 계속 심화될 것으로전망된다.

그러나 교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기 때문에 교통문제의 악화가 문명의 발전방향과 상충된다고 보면 오산이다.
도시의 규모가 일정하고 통행습관이 고급화되지 않아 교통수요가 일정하다면 도시교통문제는 어느 때고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활동이 활발하고 교통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곳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엄청난 교통수요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참고로 서울의 강남북을 잇는 교량폭이 지난 80여년 동안 거의 1백배나 증가됐으나 강남북을 통행하는 차량의 대수는 그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교통수단의 개발이 도시의 활동을 가속시키고 결과적으로 도시교통문제를 악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경제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생산량과 국부는 더 크게 증가됐다. 교통혼잡은 결국 경제·사회분야에서 더 많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야기된 부수적 현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사회적 활동, 즉 국민복지수준의 향상이 왕성할수록 교통문제는 더 요란해질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도시교통문제의 절대적 개선을 논의 하는 것이 오류임을 알아야 한다. 도시활동의 총생산에서 교통비용을 뺀, 즉 사회적 순생산을 극대화시킨다는 시각에서 도시교통문제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임강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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