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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스로 조립하는 나노물질



이번에 황당맨의 엉뚱한 인터뷰 대상이 된 사람은 KAIST 신소재공학과의 박찬범 교수다. 박 교수는 펩타이드가 스스로 조립하는 성질을 이용해 나소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이루는 물질이다. 이런 펩타이드 기반의 자기조립형 물질은 화학적 특성이 다양하고 인체와 환경에 친화적이어서 나노바이오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박 교수팀은 펩타이드 자기조립 기술로 크게 세 가지 성과를 거뒀다. 먼저 다양한 색의 ‘바이오 나노튜브’를 개발했다. 펩타이드 나노튜브 안에 란탄 계열의 금속 이온(Eu3+,Tb3+)과 기능성 유기분자를 가두면 다양한 색의 빛을 낼 수 있다. 이때 나노튜브 안에 가둔 이온과 분자를 제어해 빛의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을 내면 디스플레이 장치에 쓸 수 있다. 박 교수는 “란탄 계열의 금속 이온은 발광 세기가 약한 게 단점이었지만 우리가 개발한 바이오 나노튜브는 금속 이온을 고정시킬 뿐 아니라 발광 세기를 10배 이상 증폭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전도성 고분자 나노소재’를 개발했다. 전기를 통하는 전도성 고분자는 바이오 센서나 액츄에이터, 태양전지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도성 고분자의 모양과 크기를 나노 수준에서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부족했다. 하지만 박 교수팀은 펩타이드 나노와이어로 전도성 고분자를 제어해 펩타이드-전도성 고분자의 하이브리드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❶ 박찬범 교수(왼쪽 맨앞)와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❷ 박 교수팀이 만든 나노 소재. 펩타이드의 자기조립 성질을 이용해 나노튜브, 나노선, 초발수성 코팅을 만들었다.]



세 번째는 ‘초발수성 표면’ 개발이다. 초발수성은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박 교수팀은 이런 성질을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세정 효과를 내는 연잎의 미세 구조를 모방했다. 이 물질은 자가세정 성질이 있는 스마트 표면이나 부식 방지 코팅, 방습 코팅과 같은 분야에 쓰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자기조립형 펩타이드를 이용한 나노 소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약하다”며 "이 연구가 국내의 연구 기반을 세우고 신소재와 나노융합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이 기술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환경 오염 물질을 줄이거나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소재에 쓰일 전망이다.



#2 은하의 합병으로 탄생한 구상성단



구상성단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별이 공 모양으로 모여 있는 천체다. 우리은하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천체인데, 최근 구상성단이 우리 은하의 형성 과정을 규명하는 결정적인 단서임을 밝힌 과학자가 있어 황당맨이 찾아갔다.



이재우 세종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2006년부터 우리은하에 있는 60개 정도의 구상성단을 관측했다. 구상성단을 이루고 있는 별에 칼슘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측정한 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관측한 구상성단의 절반 이상이 다양한 세대의 별로 이뤄져 있었던 것이다. 구상성단을 이루는 별은 거의 동시에 태어났다는 기존의 이론과 다른 결과였다.


 


[❶ 이재우 교수가 연구 과정에서 촬영한 구상성단 M22.]





[❷ 2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은 이재우 교수.]



 

구상성단의 별이 동시에 태어났다면 칼슘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함량이 서로 비슷해야 한다. 같은 재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별이 만들어질 때 물질이 균질하지 않게 섞여 함량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 교수의 관측 결과를 설명할 정도는 아니다. 즉 칼슘의 함량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별들이 서로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칼슘은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의 최후인 II형 초신성 폭발로 생긴다. 초신성 폭발의 잔재가 중력에 붙잡혀 새로운 별이 되면서 다양한 세대의 별이 구상성단에 속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신성 폭발의 잔재는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잡아두기 위해서는 구상성단보다 더 무거운 천체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칼슘 같은 무거운 원소가 탈출하지 못하고 새로운 별을 만드는 데 쓰이려면 질량이 왜소은하 정도여야 한다”며 “우리은하에 있는 구상성단은 대부분 우리은하 안에서 생긴 게 아니라 왜소은하 규모의 천체가 우리은하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중심핵만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은하가 여러 은하가 서로 합병되며 만들어졌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우리은하의 헤일로(별, 구상성단, 가스 등이 듬성듬성하게 은하를 둘러싼 공 모양의 영역)와도 관련이 있다. 왜소은하가 우리은하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중심핵은 구상성단으로 남지만, 주변부의 물질은 조석력에 의해 흩어지면서 헤일로가 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같은 성과가 “구상성단에 있을 가능성이 큰 블

랙홀이나 항성진화모형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북반구에 있는 구상성단과 왜소은하도 관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이 교수를 ‘이달의 과학기술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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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이미지 출처│박찬범,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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