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어떻게 바뀔까. 지난 3월 20일 과학기술부는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앞으로 과학기술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과학기술계의 부활을 외치는 대통령과 과학자 출신의 젊은 장관, 새로이 신설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 과학기술계 내외를 둘러싼 신선한 변화에 힘입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박호군 과학기술부장관은 이날 보고를 통해 포스트-반도체 초일류 기술 국가프로젝트 추진, 동북아 연구개발(R&D) 허브 구축,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과학기술 혁신 등을 당면 최우선 과제로 채택했다. 또 과학기술시스템 혁신과 연구개발 효율성 제고, 청소년 이공계 진출 촉진과 과학기술인 사기진작 등을 쟁점과제로 설정했다.
지방 과학시대 개막
업무보고의 최대 화두는 반도체 이후 5-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였다. 박 장관은 반도체 이후 주력산업으로 IT(정보기술)·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 등의 차세대 기술을 선정해 초일류 기술개발에 업무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미래전략기술 기획단’을 발족, 오는 7월까지 지원대상 기술을 선정할 방침이다.
동북아 연구개발 허브 구축은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계획에 맞물려 선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동북아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설립하고 공동협력 프로그램과 공동연구센터를 설치해 한국을 경제·물류 중심의 연구개발 거점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또 남북 과학기술 협력도 식량위주에서 표준·기상·환경·생물분야로 확대한다.
앞으로는 지방 과학기술 수준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박 장관은 지방대학을 과학기술 연구의 핵심주체로 육성하고 중앙정부는 각종 지원수단에 지역할당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49%인 정부 연구개발비의 지방 투자비율을 2007년까지 65%로 확대하고, 병역특례, 박사후 연구원 등의 연구인력을 일정비율 지방에 우선 배정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청소년 우수인력의 이공계 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 정부 출연연구소의 우수 연구원의 경우 61세인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해 궁극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또한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스포츠 스타와 같은 비과학기술계 저명인사를 과학홍보대사로 활용하고, 과학기술과 국민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전문기자·PD·작가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계획도 발표됐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R&D 장관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직접 챙김으로써 새로운 국가 성장엔진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R&D 장관회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는 별개로 운영된다.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교육부·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새 정부는 국과위를 명실상부한 최고의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분야 19개 정부 출연연구소를 총리실 산하에서 국과위로 옮기며, 위원장도 기존의 과기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바꾸며,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간사로 임명한다.
또한 연구개발에 대한 예산 사전 조정기능과 예산권도 갖게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부처간 중복연구에 대해 사전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국책과제에 대한 중복투자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정부의 이번 발표는 예전 정권의 그것과는 많은 차별점을 갖고 있다. 21세기 과학기술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어떻게 바뀔지 좀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