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곳곳에는 성운, 성단, 은하가 많이 숨어있지만, 단순히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에도 그들이 별이 아닌 다른 대상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경우란 그리 흔치 않다. 겨울 하늘에서 봄 하늘로 넘어가는 한가운데를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흐릿한 구름형 천체가 하나 보인다. 바로 유명한 산개성단, 프레세페다.
보름달 두배 크기의 산개성단
오래 전 망원경이 없던 시절에도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 별과 구별되는 구름형 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천체에는 작은 구름 조각을 뜻하는 단어인 ‘nebulae’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이를 풀이하면 성운이 된다. 고대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이같은 성운형 천체의 대표적인 것으로 모두 7개를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게자리에 있는 대형 산개성단 프레세페였다.
프레세페는 천체망원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성운으로 알려져 내려오다가 갈릴레이 덕분에 그 참모습을 비로소 드러내게 됐다. 천체망원경을 처음 발명했던 갈릴레이는 1610년 자신의 작은 망원경으로 이 대상을 겨눴다가 엄청나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구름처럼 뿌연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프레세페가 수십개의 반짝이는 별들로 나눠져 보였던 것이다. 그는 프레세페가 40개 이상의 밝은 별들로 이뤄진 집합체라는 기록을 남겼다. 바로 프레세페가 성운에서 성단으로 그 정체를 탈바꿈하는 계기였다. 이때의 충격으로 갈릴레이는 어떤 성운이든지 천체망원경만 능력이 된다면 모두 별들로 분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은 그후 상당 기간 동안 천문학자들을 지배하게 됐다.
성단은 별이 많이 모인 집단이다. 얼마나 많이 모여야 성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별이 두개가 모이면 이중성, 여러개가 모이면 다중성, 그보다 좀더 많이 모여 있으면 성협이라 부른다. 이에 비해 산개성단은 1백개 이상에서 수천개 가량의 별들이 불규칙하게 모여 있는 것이다. 산개성단을 이루는 별들은 대개 태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젊은 별들이며 상당수가 푸른빛을 띤다. 또 은하의 나선팔 주위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따라 많이 관측된다.
게자리의 대형 산개성단 프레세페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져 왔다. 프레세페는 라틴어로 ‘여물통’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게자리에 있는 성단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에는 게자리의 일부인 이 부근이 당나귀가 여물통에 머리를 들이민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프레세페의 또다른 유명한 이름은 벌집(beehive)이다. 천체망원경에 드러나는 성단의 모습이 마치 벌집 같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천문학자 찰스 메시에는 1769년 자신의 첫번째 메시에 목록 천체 45개를 완성하면서 고대부터 알려져 내려왔던 프레세페에 44번을 부여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이 천체는 M44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연구에 따르면 프레세페 M44는 4백개 가량의 별들로 이뤄져 있으며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5백광년 가량 떨어져 있다. 또한 성단 전체의 크기는 약 40광년으로 알려져 있다. 밤하늘에 펼쳐지는 성단의 겉보기 크기는 보름달 크기의 두배를 넘는다.
게의 몸통 한가운데 위치
대형 산개성단 프레세페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원래 산개성단은 겨울밤에 많이 보인다. 봄이 되면 밤하늘의 주요 관측 대상이 산개성단들에서 어두운 은하들로 점차 바뀌는데, 프레세페는 그 마지막 경계선에 있다. 다시 말하면 프레세페의 서쪽에는 산개성단들이 많으며 동쪽에는 은하들이 많다. 프레세페가 겨울철 별자리의 가장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자리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의 미움을 받아 12가지 고역을 치른다. 그중 두번째 고역이 레느네 지방의 괴물 물뱀인 히드라를 해치우는 일이었다. 헤라클레스와 히드라는 무시무시한 전투를 벌였는데, 이때 헤라클레스를 미워했던 헤라 여신이 게 한마리를 보냈다. 게는 물뱀을 도와 헤라클레스에 대항하게 됐다. 용맹스러웠던 게는 헤라클레스의 발을 물었고 놀란 헤라클레스는 게를 밟아 죽이고 말았다.
헤라 여신은 이 게를 불쌍히 여겨 하늘에 올린 후 별자리로 만들었다. 그래서 게는 자신의 친구였던 물뱀 히드라 옆에서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하늘에 떠있게 됐다. 이것이 바로 게자리의 유래다.
게자리는 게의 몸통을 이루는 작은 사각형의 네 별과 거기서 밖으로 뻗어나간 다리를 연상시키는 세 별이 주축을 이룬다. 다리가 세개인 이유는 무엇일까. 신화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게를 밟았을 때 한쪽이 부러졌기 때문이다.
게자리는 3월 저녁 하늘에서 높이 빛난다. 게자리의 서쪽에는 쌍둥이자리가, 동쪽에는 사자자리가 떠있다. 뚜렷한 두 별자리 사이에 별들이 거의 없는 듯 보이는 지점이 바로 게자리의 영역이다. 게자리 자체에는 그리 밝은 별이 없으므로, 주변의 다른 별자리를 이용해 게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프레세페 성단은 게자리의 어디에 위치할까. 게자리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네 별로 이뤄진 사각형 안을 들여다보면 중앙에 있다.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인 대상
이미 고대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레세페는 맨눈으로도 보인다. 도심에서 보일 만큼은 밝지 않지만, 별자리가 잘 보이는 교외로 나가면 프레세페의 존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맨눈으로 프레세페의 모습이 성단임을 알아내기란 무리다. 단지 매우 흐릿한 구름 같은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여기서 옛사람들이 성운으로 착각했던 이유를 느낄 수 있다.
프레세페가 아마추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화려할 뿐만 아니라 찾기 쉽고, 뚜렷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어두운 성운과 성단은 관측할 때에 과연 자신이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프레세페를 비롯한 몇몇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프레세페는 초보자들이 매우 좋아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프레세페의 진면목은 쌍안경에서 나타난다. 소형 쌍안경에서 보이는 프레세페는 별들이 한가운데 소복이 모여있는 작고 귀여운 모습이다. 성단의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쌍안경으로 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하겠다.
소형망원경에서는 약간만 배율을 높여도 성단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성단에 속한 별들이 집중된 맛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밝은 별들이 곳곳에 분포돼 있어 무척 화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산개성단을 처음 보는 관측자라면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망원경을 통해 프레세페에서 보이는 별들의 숫자는 밝은 것이 50여개, 어두운 것까지 합치면 1백여개가 넘는다.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 3월 27일 소행성 베스타 가장 밝아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수많은 소행성들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4개의 주요 소행성을 4대 소행성이라 한다. 이들은 아마추어들의 소형 망원경에서도 비교적 그 존재가 쉽게 포착돼 좋은 관측 대상이 된다.
이들 소행성 중 네번째인 베스타는 제1소행성인 세레스보다 크기가 작지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일 때 밝기로만 따진다면 가장 밝은 소행성이다. 베스타는 가장 밝은 시기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등급인 6등급 이내로 들어온다.
베스타는 3월 27일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고, 밝기는 3월 말부터 4월 초순에 걸쳐 5.9등급에 이른다. 이 무렵 베스타는 처녀자리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역행하고 있다(보통 때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경우 순행이라고 한다).
베스타는 매일 조금씩 그 위치를 바꾼다. 따라서 처녀자리에서 날마다 위치를 옮긴 별을 찾아보거나 별자리 지도인 성도에 표시돼 있지 않은 별을 찾음으로써 소행성 베스타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