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여섯번째 날’을 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의 항공기가 등장합니다. 이륙할 때는 헬기처럼 날개를 회전시켜 뜨지만 고속으로 날아갈 때는 날개를 정지시켜 제트기처럼 날아가지요. 공중으로 떠다니는 미래형 차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죠.”
과학기술부 산하 스마트무인기 기술개발사업단을 총지휘하고 있는 임철호 단장(50)의 말이다. 물론 영화 속의 항공기는 사람이 조종하는 유인기로 실제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종류다. 하지만 사업단이 제시한 신개념 비행체 기술과 스마트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무인기가 개발된다면 이같은 유인기가 탄생할 수도 있다.
사업단이 스마트 무인기에 구현하려는 기술은 조종사가 타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시각센서나 레이더 등으로 사물을 식별하며 목표를 찾아가거나 장애물과의 충돌을 피하는 기술이다. 또한 돌풍 같은 위험한 상황을 만나거나 고장난 부위가 발생하면 스스로 똑똑하게 대처하는 기술도 포함된다.
사업단이 개발할 무인기는 동체길이가 약 3m이며 최대 중량이 3백kg(연료를 뺀 탑재중량은 40kg) 정도다. 3km 이상의 고도에서 5시간 동안 떠서 활약할 수 있고, 최고속도는 시속 5백km 정도가 목표다.
스마트 무인기는 초소형 항공기(MAV)와는 다르다. 초소형 항공기는 15cm 이하의 크기로 정의되며, 보편적인 항공기와 같은 고정익 형태도 있지만 작은 크기에서 비행효율을 높이기 위해 새나 곤충처럼 펄럭이는 날개를 갖는 형태도 연구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작은 크기를 구현하기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아 국내외에서 기초연구 단계에 있다. 지난 3월 국내 한 벤처기업에서 새처럼 나는 항공기 ‘사이버드’를 개발한 적이 있지만, 일단 1m 크기의 완구를 목표로 한 제품이다.
미국 보잉 사와 경쟁중
인터뷰 내내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임철호 단장은 지난 5월 스마트무인기 개발사업단의 총책임자로 선정됐다. 프랑스 뚤루즈 제3대학에서 항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항공기술 분야의 연구를 주도하며 1994년부터는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무인기 관련연구와 인연을 맺고 있다. 1999년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국방부가 공동으로 관여하는 민군겸용기술 개발사업으로 무인항공기 자동제어시스템 관련사업이 선정돼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2000년에는 산업자원부 차세대신기술 개발사업으로 선정된 성층권 비행선 개발사업의 연구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특성상 스마트무인기 사업에만 매진하고 있다. 스마트무인기 사업단은 지난 11월 초 세부과제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셈이다.
임 단장은 프론티어 사업 가운데 유일한 항공기술(ST) 분야인 스마트무인기 사업단을 운영하는데 남다른 시도를 할 예정이다. 실력있는 사람을 참여시키는 것은 기본. 사업단의 여러 과제를 평가할 때 단순히 점수만 매기기보다 활발한 발표와 토론으로 연구의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면 사업 초기에 연구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임 단장은 강조한다.
아울러 무인기와 관련된 해외동향을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미국 보잉 사에서 사업단과 비슷한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비행시험은 시작하지 못하고 지상시험만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10년 후 스마트 무인기의 모습에 대해 임 단장은 배에서 헬기처럼 떠서 제트기처럼 날아가 조난 선박이나 밀입국 선박을 감시하는 해양경찰의 역할이 하나의 예라고 설명한다. 현재 무인기의 세계 시장 대부분은 군사용이 차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2년까지 무인기의 성장률은 민수용이 군사용을 꾸준히 앞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단은 민수용 무인기의 틈새시장을 노릴 예정이다. 또 스마트무인기 기술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201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무인기 기술 분야에서 세계 5위권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