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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물리학상 - 중성미자 검출, X선 천문 관측의 창 개척

데이비스·고시바·자코니

지난 10월 8일 노벨상수상위원회는 중성미자 검출방법을 개척한 미국인 레이몬드 데이비스 박사와 일본인 고시바 마사토시 박사, 그리고 우주 X선 망원경을 개발한 미국인 리칼도 자코니 박사를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개발한 공로에 돌아간 셈이다.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 상자 레이몬드 데이비스 박사


태양이 빛을 내는 원인으로부터

1939년 미국 핵물리학자 한스 베테는 ‘태양과 같은 별이 어떻게 빛을 내는 것일까’하는 인류의 오랜 질문에 대해 별 중심부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탄소, 산소 그리고 질소 사이의 핵반응 때문임을 처음으로 밝혔다. 베테는 이 업적으로 196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1960년대 여러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윌리엄 화우라와 존 바콜을 중심으로 베테의 이론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들의 새로운 계산에 따르면 베테의 핵반응은 전체 에너지의 1.5%에 불과하며 양성자 체인이라 불리는 핵반응이 대부분의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이와 함께 이들은 중성미자가 부산물로 많이 나온다는 예측을 했다.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의 경우, 지구 표면 1cm2에 1초당 1011개가 도달한다는 것이 바콜의 예상이었다.

원래 화학자였던 데이비스 박사는 1964년부터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대장정에 들어선다. 그는 염화탄소 액체(세탁비눗물) 속 염소에 중성미자가 충돌하면 방사선을 방출하는 아르곤으로 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뉴욕에 위치한 원자핵물리 연구소인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에서 여러 예비실험과정을 거친 후, 미국 사우스 다코다의 홈스테이크 금광 속에 6백15t의 염화탄소가 들어가는 통을 장치해 아르곤을 검출하기 시작했다.

바콜의 계산에 따르면 하루에 2개의 아르곤이 검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과는 평균 이틀에 한개 정도였다. 데이비스 박사는 1990년대까지 30년 동안 꾸준히 관측해 약 2천개의 중성미자를 측정했다.

비록 결과는 이론과 차이가 있었지만 데이비스의 실험은 지구외부 특히 별인 태양의 내부에서 발생된 중성미자를 처음으로 관측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것이 바로 중성미자 망원경의 시초이며 인류가 천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연 셈이다. 데이비스 박사는 브룩헤이번국립연구소에서 펜실베이니아대로 옮긴 후 은퇴했다.

1970년대 후반에 핵력, 약력, 전자기력을 통일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대통일장 이론이 나왔다. 이 대통일장 이론의 주된 예측 중 하나가 바로 양성자 붕괴다.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기 위해 고시바 박사는 새로운 검출기를 1982년 제작하기 시작해 1년만에 완성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고시바 마사토시 박사가 고안해낸 실험장치인 가미오간데의 성공을 계기로 제작됐다.


가미오까 산 속 3천t의 증류수 탱크

이 검출기는 일본 가미오까에 있는 산 속 1km 아래의 광산에 건설됐다. 3천t의 증류수 탱크(높이 16m, 지름 16.5m)를 설치하고 그 내부둘레를 1천여개의 광전증폭기로 둘러쌌다. 중성미자와의 충돌로 인해 전자가 가속하게 되면 빛이 나오는데, 광전증폭기가 이를 관측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장치는 ‘가미오까’(Kamioka)라는 지명과 핵자(양성자와 중성자) 붕괴실험(nucleon decay experiment)의 첫글자를 합성해 ‘가미오간데’(Kamiokande)라고 불려졌다.

불행히도 이 장치로는 양성자 붕괴가 측정되지 않았다. 가미오간데 연구팀은 태양 중성미자의 문제를 재확인하기 위해, 1985년 데이비스의 장치와 같이 에너지가 낮은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도록 실험장치를 개선했다.

그런데 1987년 2월 23일 이 장치로 우연히 우리 은하수 바로 밑에 있는 마젤란 대성운에서 폭발한 초신성에서 나온 중성미자 11개가 관측됐다. 이 일은 태양계 밖 천체에서 발생된 중성미자의 첫 관측이었다. 따라서 고시바 박사의 고안장치도 역시 새로운 방법을 이용한 우주 망원경인 셈이다.

그후 고시바 박사는 태양 중성미자의 관측을 계속했다. 데이비스 실험장치는 중성미자가 날아온 방향을 측정할 수 없었지만 가미오간데는 날아오는 방향까지 관측할 수 있어 이들이 실제로 태양에서 온 것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도 이론의 45%에 해당하는 중성미자만 검출됐다. 1990년대에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이뤄진 가리움 실험도 이론의 60% 검출의 결과를 얻게 되면서 태양 중성미자 문제의 미스터리는 점점 커졌다. 이와 같이 중성미자 관측을 위해 계속 실험장치가 개선되고 이론이 보완됐으나, 역시 이론과 실험의 차이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태양 중성미자의 수수께끼라고 불려져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 바로 중성미자 진동론이다. 즉 일부 중성미자가 그 종류를 바꿔 지구에 도착하므로, 전자-중성미자만 측정할 수 있는 당시 중성미자 검출기는 이론보다 항상 적은 양만 관측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이론은 왜 데이비스의 관측은 이론의 약 30%, 가미오간데의 관측은 45%, 가리움 실험은 60%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 즉 실험도 맞고 이론도 맞다는 것이다.

이 가미오간데의 성공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고시바의 제자인 요지 도츠까 등이 5만t의 증류수를 이용하고, 1만1천개의 광전증폭장치로 된 거대한 슈퍼가미오간데를 제작해, 태양 중성미자의 문제를 해결했다. 그뿐 아니라, 우주선이 대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중성미자를 관측해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 외에도 중수소, 보론 등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 여러가지 중성미자 검출기가 현재 작동하고 있으며 또 설계중이다.

고시바 박사는 일본에서 학생 때 성적이 좋지 않기로 명성이 난 사람으로 미국 로체스타대에서 박사 후 오랫동안 입자물리실험의 경험을 토대로 가미오간데 아이디어를 창출했다.

천체가 방출하는 X선 최초 관측

자코니 박사는 1962년 이탈리아에서 천체들이 X선도 방출한다는 것을 믿고, X선 관측장치를 로켓에 실어 대기권 밖으로 발사해 천체를 관측한 최초의 과학자다.

당시 이탈리아의 과학환경이 열악해 미국으로 건너온 자코니 박사는 계속 X선 관측장치를 개선해 퀘이사, 블랙홀, 은하중심 등에서 나오는 X선을 관측함으로써 많은 새로운 발견을 했다. 이것도 역시 X선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자코니 박사는 X선 망원경의 창시자로 불려졌으며, 이 공로로 이번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자코니 박사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허블우주망원경 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이들 수상자처럼 창의력뿐만 아니라, 긴 세월에 걸친 불굴의 노력이 노벨상으로 열매를 맺는다.

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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